85도씨 소금커피
"커피에다가 소금을 넣으면 더 맛있다네."
20대 내가 다니던 직장의 편집실에서 가장 많은 것 세 가지를 들라 하면 활자와 담배 연기,
그리고 커피였다. 하루 종일 앉아서 근무를 하는 곳이므로 지루하면 남자들은 담배를 피워 물고
여자들은 서고의 커피를 마시는게 일이었다. 졸음을 쫓을 수 있고 지루함을 면할 수 있다.
한 손으로는 볼펜 지팡이를 짚으며 활자 거리를 종횡무진 누비는가 하면, 다른 한 손에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 허공에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연기를 피워내는
침묵의 예술가들이 모여 일하는 집단이었다. 그러다가 틈새를 빌려 문학이야기로 꽃을
피우곤 했다. 한참 신문에 연재소설을 쓰던 시절의 이야기이므로 디자이너로 일한 나는
작가군 동료들 이야기에 귀를 모았다.
"선생님, 주인공 죽이실 거에요?"
"궁리 중이야. 술을 사주면 죽이지 않을게...."
"그래요 술 살게요. 죽이지 마세요."
이렇게 하여 그들은 그 날도 술집으로 갔을 것이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출근하여 볼펜
지팡이를 들고 활자거리를 활보하고 담배연기를 뿜어댔다. 야구르트를 사발에 따라서
해장 막걸리라고 들이켜보기도 하지만, 독특하게 아름다운 다방의 두 여인이 그리운지
커피타령을 하며 잠시 이야기 삼매경에 든다. 입이 쓴가보다.
"선생님 커피에 소금을 넣으면 맛이 좋다는데요. "
"버터도 넣는대."
"담배 가루로 커피 물을 내기도 한다는데요?"
"에이 사는 것도 짠데 커피까지 짜게 마시냐. 그건 싫어."
직원들은 주로 시인, 소설가, 동화작가, 전직 교사 출신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장르마다
사람들의 특성이 달라서 나는 흥미로왔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귀기울여 듣고 그들의 행동을
눈여겨 보면서 문인들의 특성과 기행을 책 읽듯 관찰하였다. 일종의 재미이기도 했다.
하찮고 소소한 정보가 나를 채우고 있다가 특정 상황이 되면 보고 들은 것들이 총동원 되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나의 임상을 거치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 실패하기도 하였다.
결혼식을 마치고 남편 친구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할 때이다, 다른 것에는 멋을 부리지
않았어도 커피잔과 포트는 벗 삼기 위해 마음에 드는 것으로 챙겼다. 곡선이 우아한 미제
커피포트는 혼수용으로 일찍부터 준비하여 두었던 터다.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오면서 나는 직장에서 들은 맛난 커피 만들기를 시도하기로 했다.
알 커피를 타고 프림과 설탕을 비율대로 넣은 다음, 소금과 버터를 깃들였다. 맛을 내는
황금 레시피도 없이 적당량이라고 생각되는 만큼 넣고 맛을 확인하지 않았다. 내깐에는 새댁의
특별한 커피를 시음하는 시간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하며 내놓았다. 그들이 커피잔을 들 때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지켜보았다. 그들 중 일부는 마시다가 잔을 내려 놓고 일부는
맛있거나 없거나 내 놓은 것이니 그냥 마셨고, 그 중 한 사람은 커피맛의에트집을 잡았다.
"이게 뭐야. 커피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나는 무안하여 얼른 그 잔을 들어다 맛을 보았다. 버터를 넣어서 기름기는 돌고 소금을 넣어서
짠데 그 맛이 욕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렇게 타면 맛이 좋다길래 맛나게 해드리려다가 그렇게 되었으니 미안하다고 말하고
얼른 다시 커피물을 끓였다. 잊지 못할 커피에 관한 에피소드인데 다른 직장여성의 이야가는
소금과 커피맛의 관게를 증명해주었다.
남자들이 많은 대기업 사무실에 근무할 때 자꾸 커피를 원하길래 *먹으라는 심정으로 소금을
넣어 주었는데 더 맛있다고 잘도 마시길래 본인도 마셔보았다. 의외의 맛을 발견하였고
알맞은 양의 소금기는 커피맛을 더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증언한다.
최근에 새삼스럽게 소금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청도에 출사를 다녀온 회원의 글에서 '소금커피'를 만났다. 나는 대번에 인터넷 검색창을 열었다.
대만여행에서 먹어보아야 할 음식 중에 '85도씨 소금커피'가 있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2400원
정도 되는데 달고 짠 맛이 나는 커피라고 소개되어 있으며 시음한 결과 맛있다고 한다.
40년 전에 들은 정보이면 나는 한참 앞서간 커피맛 정보 입수자다. 한데 맛을 실험하고 문헌을
뒤져서 확인도 하면서 진화했더라면 나는 소금커피를 잘 만드는 여자로 발전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