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빛 물든 단풍으로 아름다운 다심원이예요. 저의 차벗 소영씨가 수능으로 모처럼 휴일이 생겨서 원장님과 차회를 가졌어요. 올해 수능일은 예년보다 포근하네요.
다심원 문 앞의 남천 열매도 풍성한 열매를 맺었어요. 수능을 보는 학생들이 노력한 결실을 거두는 동안 저희는 차를 즐겼답니다.
첫잔은 이렇게 손가락 두 마디도 채 안되는 조그마한 잔에 마셨어요. 잔이 정말 예쁘죠? 이 잔에 마신 차는 눈물차 입니다. 이른 봄 어린 순으로 만든 최고급 녹차, 우전을 이렇게 조금씩 마신다고 해요.
가을도 저물어 가는데 이른 봄을 깨우는 싱그런 녹차향이 입 안을 푸릇하게 채워 아침잠을 깨워주는 느낌이었어요.
두 번째는 로제향의 아포차예요. 아포는 식물이 무성생식을 하기 위해 만드는 단독 발아로, 일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되진 않아요. 그만큼 더 희귀한 차라고 해요. 붉은 끝동도 장미처럼 아름다워요.
꽃을 닮은 향에 맛도 다른 차보다 훨씬 달았어요.
아침의 피로를 부드럽게 다독여주는 두 차 다음으로 나온 세 번째 차는 추워지는 계절과 어울리는 보이차 - 진향 숙차입니다. 탕색이 깨끗하지요? 진향숙차의 맛과 향도 좋았지만 여기에 원장님의 센스 있는 로즈마리 블랜딩이 더해져 더욱 향기롭게 즐겨 보았어요.
그리고 이 즈음하여 나온 원장님표 다식. 팽이를 닮은 다식 도시락에 고이 담겨 나왔어요.
손수 만드시는 다식들은 모양도 정갈하니 예쁘지만 맛도 좋아요.
그리고 차를 잘 몰라도 트렌드에 민감한 분들이면 들어봤을 고급 보이차, 노반장을 마셨습니다.
다섯 번째는 오늘의 하이라이트, 운남 고법오룡차입니다. 앞선 네 가지 차들도 접하기 어려운 고급차들인 만큼 뛰어났는데요. 이 차는 맛과 향이 정말 다채로워서 전부 표현하기도 어려웠어요. 제가 느끼기엔 탄배 특유의 향에 복숭아향, 파우더향이 더해진 것 같았어요. 마실 때마다 또 달라서 참 오묘한 차였어요. 청차는 부처님 머리카락 같은 고슬고슬한 모양도 예뻐서 좋아요.
소영씨와 차회 후에 점심은 뭘 먹으러 갈 지 고민하고 있는데 다식이 끝이 아니었네요.
뚜껑을 열면 꽃 모양 고명도, 빛깔도 어여쁜 호박죽이 들었어요. 원장님이 따로 간을 하지 않아 슴슴하다며 입에 맛있는 건 몸에 안 좋다고 하셨는데요. 원장님, 이거 맛있는데요...?
같이 나온 도시락에는 싱싱한 표고버섯과 젊은 친구들이라고 미니 햄버거도 만들어 주셨어요. 후식으로 먹을 귤과 무화과는 원장님께서 이번에 남쪽 여행에서 가져오신 건데 모양도 조그맣고 곱네요.
예상치 못한 점심 식사와 함께 마신 차는 메밀차. 원장님의 솜씨에 매번 감탄하게 되어요.
후식으로 영유아들이 먹는 유기농 과자와 함께 스리랑카의 누아라엘리아 홍차로 입가심을 했어요.
마시고 난 엽저도 하나하나 감상해봅니다. 같은 차나무 종에서 가향 없이도 어떻게 이런 다양한 맛과 향을 뽑아낼 수 있는지 매번 신기할 따름이예요.
구기자 블랜딩 화산보이차를 마지막으로 차회를 마무리 했어요. 블랜딩까지 포함하면 총 열 가지의 차나 맛보았네요. 단출한 금액에 정성이 담긴 풍요로운 찻자리 마련해 주신 원장님과 이런 자리를 제안해 준 소영씨한테 정말 감사했어요. 접해도 접해도 끝나지 않는 차의 세계를 원장님과 오래토록 누리고 싶어요!
첫댓글 가을정취와함
께좋은시간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