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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얼음이 귀했던 과거사람들은 생선을 어떻게 먹었을 까요?
조선초기부터 육의전에는 생선을 파는 어물전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생선을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염전한 생선을 팔았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조선사람들은 신선한 생선을 맛보지는 못했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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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얼음으로 싱싱한 생선을 팔았다는 사실....!
게다가 소고기나, 돼지고기 또한 얼음으로 신선도를 높여 판매를 했다는...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술은 1790년 영국에서 처음 발명되었고, 최초의 제빙기계는 1834년 미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면 조선인들은 어떻게 얼음을 만들었을 까요?
그건,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얼음저장 창고인 석빙고를 적극 활용한 것입니다.
조선 초기 석빙고는 관에서 운영(동빙고/서빙고/내빙고등)하며, 왕실과 현재의 차관급인 정2품이상의 관리, 그리고 감옥에 수감된 죄수에게만 제공되었습니다.
일반인이 한여름에 얼음을 먹고 싶다면, 정2품 이상의 벼슬에 오르거나, 죄를 지어 감옥에 갖혀야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이었죠.
(한여름 감옥에 갖혀있는 죄인들의 인권?까지 챙겼던 조선....)
그런데, 겨울에 강에서 얼음을 캐내어 보관했다가 여름에 파는 것을 일반인이 하게된다면???
그래서 나온게 사빙고(私氷庫)입니다.
(사빙고는 대부분 석빙고가 아닌 목재로 만든 빙고)
(목빙고 유적)
최초의 사빙고는 현재 망원동과 합정동의 경계에 있는 망원정으로 이 망원정의 주인이었던 성종의 형 월산대군이 최초의 사빙고를 짓습니다.
즉 망원정은 단순 한강을 바라보는 정자가 아니라, 대규모의 얼음창고였던 겁니다.(젊을 때, 야간에 이곳에서 몰래 데이트하던 기억이... -.-;;)
이후, 망원동과 합정동 일대에는 곳곳에 사빙고가 들어서는데, 무려 30개의 사빙고가 있었습니다.
조선후기 관영빙고와 사빙고의 얼음저장량은 3백만에서 5백만丁에 달했으며,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6만톤에서 10만톤에 달하는 양입니다.
(1丁은 두께12Cm, 크기180Cm)
이는 당시 한양 인구인 30만명이 일인당 200Kg 가량을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팥빙수 한그릇에 250g정도 들어가니, 한양인구 1인당 연간 빙수를 800그릇을 만들어먹을 수 있는 양.
그러나, 이걸로 빙수를 만들어 먹지는 않았을 테고, 남대문칠패시장, 종로시전, 동대문이현시장등에 납품하므로써, 계절에 상관없이 한양사람들이 신선한 생선과 소고기,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때, 생선을 건조하거나 염장한 어물전 외에, 생선전이 새롭게 생깁니다.
게다가 망원/합정의 민간장빙업자들은 빙어선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이게 현재의 냉장선입니다.
배에 얼음을 채우고, 서해바다로 보내는데, 멀리는 전라도(영광앞 칠산도) 지역까지 보내 갖잡은 생선을 냉장 보관하여 한양으로 갖고 오는 겁니다.
이러한 냉장선의 운영은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사례로 최초의 얼음을 운반하는 냉동선은 1878년 프랑스인 샤를테리에가 5,500개의 냉동육을 아르헨티나에서 프랑스로 운반하면서 보편화되니, 이미 400년 전 월산대군때부터 조선은 얼음운반선을 활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보편화는 18세기 후반)
조선후기 빙어선의 규모를 찾아보니, 서해 어장에서 한강의 마포, 서강을 오가는 운반선이 총 160척이었는데, 이 중 90척이 빙어선으로,
조기운반선은 90척중 20척이 빙어선이며, 도미는 22척, 준치는 18척, 민어는 30척이 빙어선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 유품에서 나온 사진인데, 마포나루나 서강나루중 한 곳일 듯 하네요. 아버지께서 서강초등학교를 나오셨고, 아직도 그 동문회가 짱짱한데, 사진 좌측 하단의 꼬맹이들이 그들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빙어선의 운항시기는 음력 3월부터 9월까지였는데, 한달에 약 4~5회 운항을 하였다고 합니다.
선적 방법도 기록되어 있는데, 얼음을 15Cm정도로 잘게 부수어 바닥에 깔고, 생선을 놓고, 얼음을 덮고, 생선을 놓는 과정을 반복했으며, 이렇게 운송한 생선은 3~4월에는 15~20일까지 보존이 되었고, 6~8월에는 13~14일 정도면 얼음이 녹으면서 변질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얼음산업이 활성화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나의 빙고를 만들고, 저장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1만냥인데, 여름에 약 2/3가 녹고 남은 얼음을 활용하여 벌 수 있는 돈은 연간 약 2만냥에서 20만냥까지 되었다고 하니, 이 얼음산업은 발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의 사는 모습 어떠셨습니까?
참고.
한국사데이터베이스<신편한국사>
조선왕조실록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등에 인용된 논문 두어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