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글 한 줄로 사람을 간파하다

[황금수]

어느 홍보회사의 입사시험 면접장에서 면접관이 수험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우리 회사에 입사하기를 희망하게 되었습니까?”

수험자가 대답하였다.

“앞으로 광고시대가 될 것이므로 홍보 일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씩씩했지만 면접관은 그를 탈락시켰다.

이유는 그가 ‘도’, ‘괜찮다.’ 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홍보일이 좋다’와 ‘홍보일도 괜찮다’는 다르다.

‘홍보일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서는 일에 대한 전적인 헌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일도 괜찮고 저 일도 괜찮은데 어쩌다가 이 일이 내 앞에 닥쳤으니까 한다는 식의

마음가짐이 그 말 한 마디에서 나타난다는 것이 시험관이 그를 탈락시킨 이유였다.

                                 -    -

두 번째 수험자는 같은 질문을 받자 대답하였다.

“앞으로 광고시대가 될 것이므로 홍보 일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면접관은 그도 탈락시켰다. 이유는 그가 ‘같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좋다고 생각한다’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다르다.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서는 생각과 행동의 분명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기의 마음조차 명료하게 인식하지 못하는데

자기 아닌 외물에 대해 그렇게 하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 시험관이 그를 탈락시킨 이유였다.

                                 -    -

같은 날 필기시험에는 외환위기에 대해 논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많은 수험자가 외환위기라는 말을 IMF(국제 통화기금)라는 말로

대체하여 답안을 작성하였는데 이들 또한 모두 탈락되었다.

IMF는 국제 통화기금이라는 뜻이지 외환위기라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어떤 수험자는 “IMF는 우리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라고 썼다.

외환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우리국민,

또는 정부가 IMF에게 고통을 받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수험자의 문맥은 그런 뜻이 아니라 ‘외환위기는

우리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는 의미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논하려는 주제의 중심 단어조차 애매하게 잡는 정도의 인식 능력을 가진 사람이

회사 업무의 요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 시험관이 그를 탈락시킨 이유였다.

외환위기라는 말을 제대로 사용한 수험자 중에도 탈락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6․25 이래 가장 고통스러운 몇 년을 보낸 셈이다”라고 썼는데,

시험관은 이 글에서 ‘셈’을 문제 삼았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고통스러운 몇 년을 보낸 ‘셈’이 아니라 실제로 보냈기 때문이었다.

말을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에게서는 책임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시험관이 그를 탈락시킨 이유였다.

같은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로 6․25 이래 가장 고통스러운

몇 년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쓴 수험자도 탈락하였다.

이 경우에도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때문이었다.

이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회사의 입사 시험은

100대 1 이상이어서 그가 아니더라도 뽑을 만한 인재가 많았다.

                              -    -

단어 하나 때문에 탈락한 수험자가 또 한사람 있었다.

그는 “저희 나라는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라고 썼는데, 여기에서는 ‘저희’가 문제가 되었다.

자기 자신을 낮추어 남을 공대하는 것은 좋지만 조국을 이런 식으로 낮추어 말하는 사람에게서는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시험관이 그를 탈락시킨 이유였다.

말 한 마디, 단어 하나에서도 사람됨은 드러난다.

                                 -    -

이상의 여러 이야기는 내가 만들어 본 것으로서 실제로 있었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언어가 정밀하고 정확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굳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극대화하여 이야기로 엮어보았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어를 업으로 삼는 분들까지도 이런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 것을 본다.

예를 들어 ‘그러나’라는 말을 쓰려면 그 뒤로 앞의 말을 부정하는 내용이 와야 한다.

그러나 ‘그런데’나 ‘그리고’가 와야 할 자리에 ‘그러나’를 쓰는 분이 많다.

이런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해도 큰 뜻은 통하기 때문에 그렁저렁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말을 업으로 삼는 분이라면 달라야 한다. 그분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의 말,

또는 논리력을 향상시키는, 또는 퇴보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 또한 같은 종류의 실수를 자주 저지른다. 그래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각해 보니,

그것은 그의 ‘밑 생각’이 잘못되어 있는 데서 생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밑 생각이란 그가 마음에 깔고 있는 ‘전제된 판단’을 지칭하기 위해 필자가 만들어 낸 말이다.

예를 들어 이 이야기에서 “홍보부 일도…”라고 말하는 사람의 ‘겉 생각’ 밑에는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아’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다시 ‘인생이란 게 뭐 별거냐.

그렁저렁 살다가 가는 거지’ 식의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그 밑으로, 그 밑으로… 하는 식으로 층층의 밑 생각이 깔려 있는데,

그 ‘가장 밑 생각’을 가리켜 인생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생관을 바꾸는 것은 인격수양, 그리고 지식을 지혜로 바꾸는 노력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말을 업으로 삼는 분들의 말실수는 결과적으로 그분의 밑 밑 생각,

나아가 인생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 또한 그 점이 두렵다.

어쩌면 이 책에도 필자의 인생관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 완전한 사람은 없으니까.

우리는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더 나은 인생관을 찾아 걸어 나간다.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

[석사랑(희망의파랑새)]

예전에도 요즘도 훗날에도
이와같은 생각들의 차이가 엄청 날것 같습니다.
똑 같은 일이지만
마지못해 하는 일과, 즐겁게 하는 일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르기때문입니다.

어릴적부터 많은 논밭, 큰 과수원을 같이 해오던 집이라
늘 많은 일꾼들의 일하는 모습들을 봐왔었지요.
일에는 관심없고 서로의 눈 맞추고
입 쳐다보며 이야기꽃 피우는 사람들도 있었고.
일에 열중하여 흥겹게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구요
단순한 일 같아보여도 일의 능률은 천지 차이입니다
지금도 그 모습들이 보입니다 ,

[황금수]

인간의 삼 요소가 생각과 말과 행동이라면,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일 것인데,
생각은 곧 마음의 발현이요 활동이기 때문입지요.
따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생각에 따라
천양지차가 생겨 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진실한 사람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만,
거짓 된 사람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각각 따로 놀게 되어,
생각은 동쪽에 두고 말은 서쪽으로 향하고
행동은 남쪽에서 하게 되니 어느 것 하나
일치하는 것이 없게 되는 거입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