連叔曰 然, 瞽者無以與乎文章之觀 聾者無以與乎鐘鼓之聲, 豈唯形骸有聾盲哉, 夫知亦有之. 是其言也,猶時女也. 之人也,之德也,將磅礡萬物 以為一 世蘄乎亂,孰弊弊焉以天下爲事, 之人也,物莫之傷,大浸稽天而不溺,大旱金石流, 土山焦而不熱. 是其塵垢秕糠,將猶陶鑄堯舜者也,孰肯以物爲事, 宋人資章甫而適諸越,越人斷髮文身,無所用之. 堯治天下之民,平海內之政,往見四子藐姑射之山,汾水之陽,窅然喪其天下焉
연숙왈 연, 고자무이여호문장지관 롱자무이여호종고지성, 기유형해유롱맹재, 부지역유지. 시기언야,유시녀야. 지인야,지덕야,장방박만물 이위일 세기호란,숙폐폐언이천하위사, 지인야,물막지상,대침계천이불닉,대한금석류, 토산초이불열. 시기진구비강,장유도주요순자야,숙긍이물위사, 송인자장보이적제월,월인단발문신,무소용지. 요치천하지민,평해내지정,왕견사자막고사지산,분수지양,요연상기천하언
연숙이 말한다. 그렇다. 소경은 글월이 아무리 볼 만한 것이 있어도 거기 참여할 수가 없고 귀머거리는 음악 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거기 참여할 수가 없다더니, 어찌 몸에만 소경 귀머거리가 있겠느냐. 그건 지식에도 또한 있는 법이다. 그 말은 바로 이 너를 두고 한 말이로다.
그런 사람, 그런 인격은 바로 만물을 두루 뭉개서 하나를 만들려는 이다. 그러니 요 조그만 세상이 다스려주기를 바란들, 누가 구질구질 그 천하 정치 한다는 것을 가지고 일을 삼겠느냐? 그 사람이란 어떤 물건도 상하게 할 수 없는 이다. 큰물이 나서 하늘에 닿는다 해도 그를 빠지게 할 수 없고, 큰 가뭄이 들어 쇠들이 녹아 흐르고 땅과 산이 다 탄다 해도 뜨겁게 할 수 없는 이다. 그는 티끌, 때, 쭉정이, 찌꺼기로도 요순(堯舜)을 빚어내고 지어낼 이인데, 누가 좋아서 그 물건을 가지고 일삼고 있겠느냐.
송(宋)나라 사람이 있어서 선비 쓰는 장포(章甫)를 사가지고 이(利)를 남기려고 월(越)나라엘 갔더니, 월나라 사람들이 머리를 깎고 몸에다 먹바늘로 그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쓸 곳이 없었다는 말이 있다.
요(堯)가 천하의 씨을 다스리고 해내의 정치를 고르게 한 다음 묘고야 산에 가서 네 어른을 뵙고 나서 분수(扮水) 북쪽에 와서 아득히 천하를 잊어버렸느니라.
[文章之觀] 훌륭한 글월의 볼 만한 것.
[鍾鼓之聲] 鍾은 쇠북, 鼓는 가죽북, 鍾鼓之聲이라면 音樂 소리란 뜻.
[形骸] 얼굴과 뼈, 곧 몸.
[是其言也] 지금 하는 그 말은.
[猶時女也] 猶는 같다, 時는 是와 같은 뜻. 女는 汝와 같이 너라는 뜻. 바로 너를 두고 한 말이다 하는 뜻.
[之人也] 之는 이것이라는 뜻. 그러므로 ‘이 사람이라는 사람은’ 하는 뜻.
[之德也] 이 사람의 인격은.
[磅礡] 磅은 본래 돌이 떨어지는 소리. 礡은 널리 흩어져 있음, 섞여 있음, 꽉 차 있음. 磅礡이라면 한 데 범벅을 한다는 뜻. 文天祥「正氣歌」에 ‘是氣所磅礡 凛烈萬古存’이라 할 때는 가뜩 들어차 있다는 뜻.
[蘄] 音은 기. 바란다는 뜻.
[亂] 본래 어지럽다는 뜻. 어지럽기 때문에 거기서 다스린다는 뜻이 나온다.
[弊弊焉] 분주히 무엇을 경영하는 모양. 구질구질.
[大浸] 난물, 홍수.
[稽] 및는다. 稽天, 하늘에 닿는다.
[大旱] 큰 가뭄
[塵垢秕糠] 티끌, 때, 죽정이, 겨. 대수롭지 않은 물건들.
[陶鑄堯舜] 陶는 흙으로 질그릇을 만들어내는 것, 鑄는 쇠를 녹여 그릇을 지어내는 것. 그을러서, 인격을 다듬어 내는 것을 가리키는 말.
[肯] 音은 긍. 즐겨서, 좋아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首肯.
[資] 장사하기 위해 물건을 사는 것.
[章甫] 옛날 殷시대에 사람들이 나무껍질로 만들어서 썼던 예복의 관. 후대에는 선비들이 썼다.
[適] 간다.
[諸越] 諸는 越에 하는 토로도 해석할 수 있으나, 越에 諸, 혹은 於를 위해 붙여서 諸越, 於越하기도 했다.
[文身] 피부에 바늘로 침을 주고 거기 먹을 넣어서 그림을 그리는 것.
[四子] 子는 높여서 부르는 말. 그러므로 네 어른, 흑은 네 성인. 여기는 이름을 들지 않았고 그 해석은 여러 가지나, 대개 옛날에 숨어 삶으로 유명했던 王倪(왕예), 齧缺(설결), 被衣(피의), 허유(許由)라고 한다.
[汾水] 堯가 도읍했었다고 전하는 山西省 平陽 부근을 흐르는 냇물.
[陽] 汾水之陽의 腸은 北의 뜻이다. 산골짜기에서 볼 때 陽地는 山에서는 남쪽 면이요 물에서는 北쪽 언덕이므로 山南水北이라 해서 水之陽이면 北쪽이다.
[喪] 잊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