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만일기도결사543일-희망

[언연]

그런 논리에 의해서 일리치는 희망( hope)과 기대(expectation)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희망이란 '자연의 선량함'에 대한 근원적인 믿음에서 우러나옵니다. 반면에 기대는 인위적으로 계획하고, 통제한 것에 따른 결과에 대한 의존을 말합니다. 아까 말한 그거예요. 낮 12시에 어디로 가면 국수가 나오고 밥이 나온다, 이건 기대예요. 몇 월에 국가예산이 집행되면 영세민들에게 지급된다, 이게 기대예요. 그런데 희망은 예측 불가능한 거예요. 자연의 선량함이라고 했을 때 그 자연에는 당연히 인간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자연세계 혹은 그 일부인 인간에게 그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한 시간 후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한 것(goodness)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예측은 할 수 없지만 희망을 갖고 사는 거죠. ... 희망에는 늘 놀람, 경이로움이라는 체험이 수반되는 거예요. ...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믿음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희망의 원천이니까요.

-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김종철 지음/녹색평론사』에서

한님. 

김종철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희망과 기대를 만났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제도화를 비판하고 민중사회의 오래된 경험과 전통을 소중히 여긴 일리치의 생각을 다시금 새겨보게 되네요.  

자연질서와의 조화를 무시하고 효율성만을 앞세우는 제도화된 친절이 사회시스템으로 자리잡아야 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 기대를 품고 살았던 현실이 슬퍼지네요.

은연 중에 기대한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그 말의 바탕에 무엇이 깔려있는지 잘 봐야겠습니다. 막연한 희망이 아닌 '자연의 선량함'에 대한 근원적인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희망을 품고 기꺼이 살아보고 싶습니다.

옴......

[구정(九鼎-다정)]

옴 아라 빠짜나띠

[뗀진 직텔]

근원적 믿음ㅡ놀람, 경이로움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 나의 현존이겠죠. 김종철 선생님은 나름대로 그 삶을 펼치셨던 분입니다. 누가 뭐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