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넝쿨과 참나무 / 성백군

[하늘호수.]

칡넝쿨과 참나무 / 성백군

                        (시집 : 풀은 눕지 않는다. P82)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 참나무에

밑동부터 돌며 타고 오르는 칡넝쿨

나무는 힘 들다고 털어내려 손사래 치고

넝쿨은 동행하자며 한사코 앙탈을 부린다

누가 공으로 하늘을 오를 수 있느냐며 짜증을 내어도

못났으니 잘난 놈 덕 보자며 안하무인이다

서로 어르고 달래며 샘하는 싸움에

지나가던 하루해가 햇볕을 펴고 앉아 재판하다가

그놈이 그놈인데 한 몸에 붙어 싸움질해 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고 떠나버리자

그늘진 참나무는 불어오는 바람에 힘없이 꺾이더니

넝쿨을 의지하여 간신이 버티고

덕 보자며 달라붙던 칡넝쿨은

혹 떼려다 혹 붙였다며 징징거린다

그때야, 산골짝 흐르는 개울물이 소리소리 지르며

그런 게 삶이라고 사이좋게 지내라는데

칡넝쿨과 참나무는 뒤엉기다 계곡에 빠져서

사랑을 하는지 싸움을 하는지

골마다 어둠이 들썩거린다.

     *68 – 10272005

*미주문학 2021년 여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