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21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포털 댓글 조작 관련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뒤 언론에는 ‘당선 무효’, ‘지사직 박탈’, ‘지사직 상실’ 등의 표현이 혼용됐다. ‘징역 2년의 원심이 확정된 뒤 지사직을 상실했다’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등이었다.
‘지사직 박탈’ ,‘지사직 상실’ 등의 표현은 단순히 지사직을 잃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선 무효는 말 그대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경남지사에 당선된 사실을 무효로 한다는 뜻이다. 단순 지사직 상실은 경남지사 자리의 궐위를 의미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나 고려가 없다면 보궐선거를, 당선 무효는 재선거를 치르게 된다. 엄연히 다른 표현이다.
‘드루킹’과 포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21일 오전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경남도청을 나서고 있다. 창원=송봉근 기자
선거 관리 주무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공직선거법에 정통한 법조인에게 물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선 무효’가 아니라 ‘지사직 박탈’, ‘지사직 상실’이 사실과 부합한다. 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인이 당선된 선거에서 선거법에 규정된 범죄 행위나 정치자금법상 선거비용과 관련한 범죄 행위를 저질러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을 때만 당선을 무효로 한다(264조). 선거 캠프 관계자가 선거비용을 초과 지출하거나 선거범죄 등을 저질러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263, 265조).
김 전 지사는 업무방해에 대해서만 유죄일 뿐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자신이 경남지사에 당선된 2018년 6·13 지방선거에 관한 범죄 사실도 아닐뿐더러 선거법 위반 혐의 자체를 벗었기 때문에 당선 무효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장(長)을 포함한 지방공무원의 공무담임권 등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당연퇴직 대상이다(31조, 61조). 김 전 지사는 징역 2년형 확정에 따른 당연퇴직 대상자에 해당한다.
지난 21일 오후 경남도청 내 경남지사 집무실 앞. 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 지방자치법에 따라서도 김 전 지사는 당연퇴직 대상이다.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피선거권이 없게 될 때 그 직에서 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99조). 선거법은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어(19조), 김 전 지사는 피선거권 상실에 따라 퇴직한 것이기도 하다. 김 전 지사의 피선거권은 형실효법에 따라 형 집행 종료 후 5년까지(3년 이하의 징역인 경우) 제한된다(7조). 사면·복권이 이뤄지지 않는 한 2028년 4월경까지다. 2027년에 치러지는 21대 대선은 물론 2028년 23대 총선 출마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당선 무효가 아니기 때문에 지사직 궐위로 치러지는 선거의 명칭은 ‘보궐선거’다. 새 지사를 뽑은 보궐선거일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선거법 35조 2항에 따라 오는 10월 첫 번째 수요일인 10월 6일이다. 해당 법 조항엔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보궐선거 중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실시 사유가 확정된 선거는 10월 첫 번째 수요일에 실시한다고 돼 있다. 다만, 같은 법 201조 1항은 재·보궐선거일부터 임기만료일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경우에는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보궐선거 실시 여부는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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