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월 1일부터 한일(韓日) 간 바닷길이 다시 이어진다는 소식이다. 지난 6월 말 ’김포-하네다‘ 운항 재개로 세계로 향하는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었지만, 아직도 세상의 중심에서 자유를 외치려는 나그네 길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최근 유럽 여행을 다녀온 한 작가는 백신 3차 접종을 하고도 뒤늦게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지난 3년 21세기 평화시대를 엄습한 ’코로나19‘ 탓에 많은 지구인들이 팔자에도 없는 ’평지풍파‘를 겪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지난 2020년 말, 빌 게이츠는 ’약 12~ 18개월 후에나 코로나의 덫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의 예언 아닌 전망은 적중했다. 올해 여름을 정점으로 그 기나긴 ’마스크 터널‘에서 겨우 빠져나온 듯하다.
물론 아직도 하루 5만 명이 넘는 국내 확진자가 발생 중이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백신 접종 이후 진정세로 돌아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같다. 전 세계 79억여 명 중 660만여 명이 사망한 대참사였으니, 그 비극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명암이 엇갈린 것도 사실이다. 졸지에 가족과 이별한 이들도 부지기수요, 꿈과 사업을 접은 경우도 적지 않을 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700만여 명이 확진되었고 그중 3만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70대 이상이 사망자의 80%를 넘는다. ’이게 뭡니까‘로 유명한 김동길 박사가 코로나 후유증 탓에 94세로 세상을 떠났고, 국내외 주요 영화제를 휩쓸었던 김기덕 감독도 비교적 젊은 나이인 환갑에 세상과 작별하고 말았다. 해외에서는 스페인 공주가 86세로 생을 마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코로나의 악몽을 벗어나려 몸부림친 세상에는 긍정적인 변화들도 뒤따랐다. 인간의 ’나쁜 손‘들로 훼손된 자연과 동물들에게 새 숨을 불어 넣어주고 쉼터를 넓혀주니, 밤하늘의 별이 보이기 시작했고 멸종위기에 몰렸던 동식물들이 되살아났다. 본의 아니게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 그야말로 희비의 쌍곡선이 펼쳐진 셈이었다.
그 악마와 천사의 두 얼굴 같은 마스크 때문에, 아니 그 덕(?)에 예정에 없던 ’묵언 수행‘의 시간을 자주 가졌다. ’수행(修行)‘이라 해 뭐 거창한 깨달음을 얻는 고행의 시간은 아니었으나, 나름 마음을 좀 더 다스리는 시간을 가졌다는 뜻이다. 지난 세월 은밀하게 쌓이고 쌓여온 ’마음의 묵은 때‘를 닦아내는 시간이었다고나 할까? 한마디로 후회와 반성, 참회의 시간이었다.
고백하건대 나의 인생 시계를 되돌려보니, 유년 시절에는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로 10년, 10대에는 ‘철없는 강아지’로, 20대에는 ‘고삐 풀린 망아지’로 또 10년, 그리고 30대에는 ‘머리에 뿔난 송아지’로, 40대에는 ‘배부른 도야지’로 다시 10년을, 50대는 ‘산과 바다를 넘나드는 철새’로 10년, 60대에는 ‘갈길 잃고 헤매는 어린양’으로 세월을 다 보냈음을 깨우쳤다.
우리 시대의 평화로움을 깨고 인간 세상의 질서와 노하우를 송두리째 바꿔버린, 미미하지만 거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그래서 문득 결심한 것이‘이대로 죽어서는 아니 되겠다’는 깨달음이었다. 백세시대, 남은 생을 ‘어찌 버텨 나갈까’ 보다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 셈이었다. 일단은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할 터이니, 부지런히 산행과 신체 단련에 탐닉했다.
그동안 읽기를 미뤄왔던 책들도 찾아 들춰보고, 그때 그 시절 영화와 음악, 한시들도 다시 감상하며 옛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서울 근교 숨은 골목과 맛집들도 초행자처럼 두리번거리며 홀로 찾아다녔다. ‘나홀로 시대’, ‘두문불출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는 ‘추억의 그 장소’들을 찾아, 마스크로 위장한 채 그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그리고 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하던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며, 탐욕으로 똘똘 뭉쳤던 마음도 한껏 비워냈다.
그 몹쓸 코로나 덕에 주어진 여유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지난날 과오를 돌아보며 ‘심신의 밧데리’를 재충전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 인생사 그야말로 ‘새옹지마’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흔히 일컫는 도인이나 고수의 경지에 오른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으니, 지난 3년간의 ‘마스크 수행’이 앞으로 남은 황혼길에 나침반이 되리라 믿는다. 그 마지막 길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말이다.(*)
첫댓글 좋은내용이네요 ㅎ
점점더 자신감이 생기시길 ㅡ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요 우리는 자주 자신을 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일상에 매여 돌아 볼 틈이 없었지요 코로나로 인해 자신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던 날들이였지요.
이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끝내고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운선님 일상도 좀 들어보구요. 감사~~^^
네 마음에 딱 맞아요.
사람과 사이에는 만남이 있어요.
마음에 딱 맞는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 나누시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