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일전을 바라보는 눈
온전한 실력 대 실력으로 붙는다면, 저는 객관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조금 더 앞서지 않나 관측합니다.
반드시 꼭 '유럽파'라는 부분에서 비교우위를 점한다기보다, 우리 선수들의 조직력과 빠른 역습, 투지에서
일본보다 한 발짝 앞서 있다고 봅니다.
'역대 최강'이라는, 월드컵 때마다 붙이는 상투적인 수식어에는 쉽사리 뭐라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2002년의 감독과 전술, 당시 선수들간의 공수에 걸친 유기적인 전술소화력이 오히려 더 최강전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일본에서의 한일전은 양국 국민들의 월드컵에 거는 기대가 응축된 전초전 성격이랄 수 있겠습니다.
오늘 경기에 대한 기대나 관망, 분석도 여러 가지입니다.
- 한일전이니만큼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 승부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지더라도 전술적 운용 테스트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 월드컵을 앞두고 과열로 치달아 부상 가능성이 높은 라이벌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
- 우리 국대의 정신적 무장의 계기점이 될 것이다,
- 일본의 월드컵출정식에 맞춘 들러리용일 뿐이다......
2. 짜고치는 고스톱?
우려대로, 오늘 한일전을 앞두고 의구심이 제기될 소지가 있습니다.
정치적인 변수도 있고, 성사 과정 자체의 의구성도 있습니다.
일주일 전 에콰도르전처럼 일본 역시 출정식과 연계하고 있다는 점 또한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실력적인 면에서의 승부'보다, '이벤트적인 면에서의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대 허정무 감독은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몇 차례 인터뷰에서,
월드컵에 대한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일전을 반드시 승리로 펼쳐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본 도착 후 가진 현지 인터뷰에서는 한일전 양상과 결과 예측을 묻는 질문에
양국 축구의 윈윈이 중요하겠다는 좀 애매한 답변을 던졌습니다.
때문에
오늘의 경기 결과는, 최소한 우리 한국이 이기는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한일전은 치열한 박빙이 예상되기에 쉽사리 어느 한쪽의 우세를 점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온전한 실력 대결이 아닌, 어느 한쪽의 이벤트를 위해 타협된 결과를 전제하고 시합을 벌인다면,
그것은 양국 축구팬들에 대한 크나큰 우롱이겠지요.
사실 에콰도르전에서 에콰도르 선수들의 의욕없고 적극성 없는, 상대를 이기려는 승부욕이 실종된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불쾌한 감마저 들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불안감이 영 없는 것은 아닙니다.
3. 끝나지 않은 테스트
다만, 아직 23인의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우리 선수들이 에콰도르 선수들과 같이 느슨한 경기력을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양국 협회간의 어떤 모종의 허수가 있다 하더라도) 허정무 감독의 전술적 테스트는 계속될 것입니다.
전반은 그동안 중용되지 않거나 교체투입되던 선수들이 먼저 나서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안정환, 이승렬(이근호), 구자철, 김보경, 김형일 등이 과감히 선발투입될 수도 있겠습니다.
글쎄... 우리 선발진이 이렇게 짜여진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럽고 불쾌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자기들을 상대로 소위 1.5군과 싸워보라는 심산이냐며 일본 TV해설자가 열을 내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고 나이어린 이승렬을 예상해 보는 이유는,
최근 국대에서의 연이은 골감각을 보이는 이승렬에 대한 허정무감독의 마지막 테스트 성격을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에 하나 공격수들의 대량 공백이 생길 경우, 이 21살의 어린 선수가 국대의 공격 선봉에서 60~70분을 소화할 수 있는 타겟형 스트라이커 재목일지를 보고자 할 것입니다.
만약 위와 같은 양상으로 전반을 마친다면,
비교적 교체카드가 넉넉한 친선전이니만큼, 후반전에는 베스트11에 가까운 멤버들을 대거 투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 대첩론
큰 승리, 통쾌한 승리를 일구었을 때 사용하는 '대첩'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98월드컵 지역예선 당시 도쿄에서 거둔 2-1 역전승을 가리켜 아직까지 '도쿄대첩'이라 칭하고 있는데요.
'대첩'이란 상대적으로 열세의 전력을 가진 쪽이 승리를 거두었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당시는 역사의식이 지금보다 선명했고(사회 전반의 의식을 말합니다.), 일본에 대해서는 일제통치와 임진란을 먼저 떠올리던 시기였으니, 명량대첩, 한산대첩, 행주대첩, 진주대첩 같은 역사적 사건에 빗대어 표현한 민족 의식적 발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이제 앞으로는 우리 국대의 대일본전 승리에 대해 '대첩'이란 용어는 지웠으면 합니다.
만약 오늘 우리가 일본에 승리를 거둔 상황에서도 '대첩론'으로 일컬어진다면,
우리 국대는 비교적 약체인 상황에서 그들을 이겼다는, 스스로의 과소평가가 될 듯합니다.
오늘 우리 대한민국 국대가 <충격과 공포>의 작전으로 "일본 열도 공습"에 성공해 주길 기원합니다.
대 한 민 국!!
첫댓글 에콰도르가 대충 뛰었다고 보진 않는데..
걔들도 나름 열심히 하던데요
사람마다 관점은 다르지요. 피베님의 평가는 존중합니다.
다만, 이런 평가에 앞서 제 주변의 축구인과 지인들의 생각을 참고해 보았습니다.
저도 에콰도르전은 대충 뛰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리 보셨다면, 그에 맞는 평가를 내리셨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