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달인 12월 캘린더를 넘기자마자 ‘동장군’이 불쑥 찾아왔다.
갑자기 영하의 날씨로 곤두박질치더니, 낮에도 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마치 가을이 떠나기를 학수고대한 겨울이 섣달을 급히 부른 것일까?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최백호의 애달픈 노랫말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도 있지만,
어느덧 가을은 떠나가고 겨울의 문턱으로 접어든 셈이니, 세월은 참 빠르다.
흔히 여자들은 봄을 타고 남자들은 가을을 탄다고 한다.
가을이면 바바리 코트 걸쳐 입고 낙엽밟는 사나이와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면 싱숭생숭해지는 여인들..
그러나 역시 가을은 ‘추녀(秋女)’보다는 ‘추남(秋男)’의 계절인듯싶다.
여인들이 은근히 분위기있고 따뜻한 가을 남자를 더 좋아하는 까닭이다.
<가을이 왔다..여자는 만추의 고궁 벤치에서 남자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리는 남자는 오질 않는다..>
지난 1960년대 영화 [만추(晩秋)/이만희 감독]에 나오는 내레이션이다.
그 가을 여인은 바로 문정숙, 가을 남자는 신성일이었다.
낙엽 쌓여가는 만추의 계절에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
말 못 할 사연을 숨긴 채 만났던 추남과 추녀는
기차 화물칸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시한부 사랑'으로 남을 줄 모르고 '찰나의 계절'을 즐긴 셈이었다.
"가을은 못 잊을 추억을 위해 / 가랑잎은 말없이 지고 또 져도
그러나 과일만은 빨갛게 빨갛게 / 과일만은 익네 과일만은 익네
가을은 못 잊을 사랑을 위해 / 가랑잎은 조용히 지고 또 져도
아무도 이별일랑 한숨 섞인 한숨 섞인 / 이별일랑 마라 이별일랑 마라."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 ‘추파(秋波)’를 던진 가을 남자..
가을철에 흐르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물결도 ‘추파’니,
그 가을 남자의 따스함에 빠져들었던 중년 여인은
재회 아닌 재회, 이별아닌 이별을 겪으며
미처 겨울로 접어들기도 전에, 마음이 ‘동파(凍破)’되었으리라.
바야흐로 ‘추파(秋波)’와 ‘동파(冬破)’사이의 12월 첫 날이다.
첫댓글 계절이 이제
추남 추녀를 데려갔나 봅니다
한겨울 1월 날씨 같이 겨울이 성큼 왔습니다 제발 전국 동파 난리 안 나면
좋겠습니다
겨울 동심의 세계에 젖어보게
눈이 적당히 내려주면 좋겠습니다
수도관 '동파' 걱정은 안 하셔도 될듯 하네요.ㅎ
겨울철 공연히 마음이 얼어붙지 않으시길..^^
여자는 늙으면 추녀 춘녀에서도 제외 되나봅니다
가을 남자도
봄 이도령도
곁을 주지 않으니까요 ㅠㅠ
남자는 늙으면 뒷방 늙은이 되지만,
여자는 나이 들어도 마님이지요.ㅎ
좀 기다려 보시죠. 혹시 압니까?
'겨울남자'가 나타나 곁을 줄지?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영화 <만추>는 애달픈 스토리지만,
재미있게 써본 글 맞답니다.ㅎ
알아봐 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