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척지견(盜拓之犬)
앞 집의 숫닭은 아침에
"꼬꼬댁" 하고 활개를 치고,
뒷 집 진도개는 외부 사람이 접근하면
짖어대는 것이 그네들 일과였지요.
그런데, 언제인가 부터
닭(酉)과 개(犬)가 조용해 졌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개가 닭에게 물었습니다.
"넌 왜 새벽에 울지 않니?"
그 물음에 닭이 대답했습니다.
"우리 집 아저씨가 백수가 됐는데
새벽잠을 깨워서야 되겠냐? "
그런데,
"넌 왜 요즘 짖지 않고 조용한거야"?
닭의 물음에 진도개가 대답했습니다.
"요즘, 앞을 봐도 도둑놈이요,
뒤를 봐도 도둑놈들 판인데 짖어 봐야 뭐하냐?
내 입만 아프지!! 그래서 입 다물고 산다."
그래요,
요즘은 부정, 부패하는 도둑 놈들의 천국이니
개가 짖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옛 말에
"도척지견" 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도척의 개'' 라는 뜻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밥 주는 사람에게 무작정 굴종하고
맹종(盲從)하는 얼뜨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이는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
"도척(盜拓)"이란 악명 높은 큰 도둑이 있었는데,
그 졸개들이 2천 여 명이나 되었는데
"도척"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유린(蹂躪)하고,
약탈하는 악마와도 같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도척의 집에 있는
개(犬)는 도척이 어떤 놈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저 먹다 남은 밥 찌거기나 던져주는
"도척"에게만 꼬리를 흔들어 대면서
"도척"에게 반(反)하는 사람들은
그가 누구냐를 가리지 않고 옳고,
그름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작정 짖어대고, 물어 뜯었다고 합니다.
"도척"이 짖으라고 하면
짖고, 물어라 하면 물었지요.
그 더러운 밥 찌꺼기 한 덩이를 얻어먹고자
"도척"의 눈치를 보면서
연신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말이
"도척지견"이라는 말입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모르는 채
"도척"의 개(犬)처럼
앞도, 뒤도 가리지 못하고
그저 먹다 남은 밥 찌거기
한 덩이 던져주는 자에게
굴종하며, 비열하고도 악랄한
개 노릇을 하는
인간 이하의 존재(畜狗)를 빗대어
"도척의 개"라고 하는 것입니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