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초콜릿을 즐겨 먹는다. 그 은밀하고 달콤씁쓸한 맛이 좋다. 감칠맛 나게 달짝지근하면서도 약간 씁쓸한 맛이 늘 내 혀를 유혹하는 까닭이다. 요즘은 특히 다크 초콜릿이나 아몬드 초콜릿을 즐긴다. 가끔은 캔디 바도 먹지만, 역시 두툼한 ‘자이언트 허쉬’가 입맛에 딱 맞는다. 가히 ‘초콜릿 중독’이라 할만하지만, 그 은밀한 유혹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곰곰이 돌이켜보니 내 입안으로 처음 들어와 그 달콤한 맛에 빠져들게 만든 건 ‘달고나’였다. 포도당 덩어리를 불에 녹여 하얀 소다 가루를 풀어 넣으면 신기하게 부풀어 오르는 신비의 과자 ‘달고나 뽑기’. 만화 가게나 초등학교 앞 길목에 조그마한 좌판을 깔아놓고 코흘리개 아이들 푼돈을 털게 만든, 그때 그 시절 ‘군것질의 완판’이라고 할까?
이 ‘달고나’ 말고 입안을 달콤하게 만들어 준 또 하나는 ‘츄잉 껌’이었다. 오리온인가 롯데인가, 쥬시 후레쉬, 후라보노, 아카시아 등등 한때는 그 껌이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풍선껌이 나오면서는 혀를 오므렸다 입술 밖으로 밀어내 터트리는 맛에 한동안 빠져들기도 했던 기억이다. 하지만 자칫 불량 학생으로 오인 받기 일쑤라 언젠가부터 껌 씹기를 중단했다.
그 다음으로 내 혀를 은밀하게 유혹했던 마법의 맛은 ‘허쉬’였다. 이 ‘허쉬 초콜릿(Hershey Chocolate)’은 1894년 미국에서 처음 만들었다는데, 6.25 전쟁 전후로 들어온 미군들에게 배급되었다. 동네 아이들이 미군들 찝차를 따라다니며 "할로, 할로, 초꼬레토 기부 미"라고 말하면 초콜릿을 던져주었는데, 그게 바로 군납 ‘허쉬 캔디 바’였다고 한다.
처음으로 맛본 ‘허쉬’는 지금보다 훨씬 두꺼운 ‘슈퍼 자이언트’ 사이즈였다. 요즘은 벼라별 초콜릿들이 다 수입되어 다양한 맛으로 마니아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지만, ‘가나 초코렡’이 나오기 전까지는 ‘허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 바람에 충치가 생겨 고생도 했지만 말이다. 아마 남대문 도깨비시장이나 의정부 미군 부대에서 나온 군용품인 것으로 추측된다.
여배우 김혜수가 모델로 출연했던 ‘허쉬 초콜릿’ 광고를 보면, ‘변함없는 사랑의 언어- 허쉬~~’라는 카피가 나온다. 흔히 발렌타인 데이에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에게 선물하지만, 평소에도 사랑의 고백에 애용하는 쓸모있는 무기(?)다. 그래서인지 성별 불문하고 초콜릿을 전해주면 ‘아, 이 사람이 날 좋아하나’라는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나도 은근히 많이 써먹었던 기억이다.
또 홍콩영화 <첨밀밀>을 보면 장만옥과 데이트를 즐기던 여명이 뒷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녹아버린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두터운 정을 쌓는다. 왜 초콜릿이 연인 사이에 주고받는 ‘사랑의 싸인’이 되었을까? ‘초콜릿’하면 연상되는 달콤한 이미지 때문일까? 아마 입에서 살살 녹는 그 기분이 연인들에게 달콤한 키스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은 아닐지.
아직도 여전히 초콜릿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보다 알 듯 모를듯한 행복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뭔가 모를 허전함을 살포시 메워주는 까닭이다. 가끔은 와인 안주로도 안성맞춤이지만, 여러모로 나를 행복하고 푸근하게 해주는 초콜릿. 그 은밀하면서 은근한 맛,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그 맛이 오늘도 치명적인 유혹에서 날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
첫댓글 저도 초콜릿좋아하는데..
갑자기 초콜릿 먹고 싶네요..
이미 '발렌타인 데이'도 지나갔으니,
일단 저 위 사진 속에서 골라드시면 어떨지요? ㅎㅎ
'초콜릿 마니아'를 만난듯해 반갑습니다~~^^
먹을수록 당기는 쵸콜릿
당이 겁 나서
많이 자제하게 되네요~^^
간절히 생각날 때 한 개씩만 드세요..ㅎㅎ
무조건 자제보다는 절제하는 지혜로~~^^
아 옛날좋아 했는데~~지금은 이빨 썩어요. 안 먹어유~
드시고 바로 가글가글하시면
절대 안 썩으니 걱정마시길~~.
그리고 치과의사도 먹고 살아야지요.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갑작 '다크 초콜릿'이 땡기는 건 왜 일까요?
암튼 캬캬~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 저만큼이나 죠코랫을 좋아하시는군요,
6,25피난길에도 너무 울며 보체서 피난 열차도 간신이타고 쵸코랫을 떠났데요,
초코랫을 사주느라고,
초콜릿을 좋아하신다 하니
'로맨티스트'이신 듯하네요.
마니아를 만나 반갑습니다..^^
@니캉내캉 좋아할 정도가 아니라 술,담배는 입에 데지도 않지만 쵸코랫은 떨어지는날이 없어요,
주치의한테도 하루에 2~3 조각만 먹으래요
할로윈을 위해 사놓은 쵸코렛이
아직 집에 남아 있어요.
내가 먹지 않으니, 먹을 사람이 없어서..
남아도는 초콜릿..너무 아깝네요.
사진으로라도 보내주신다면,
마니아들과 나눔 이벤트하렵니다.
해피 할로윈~미리 크리스마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남들이 눈치채지 않게 살며시
입안에서 살살 녹여먹는 맛~~
그 맛이 은밀한 매력이죠.ㅎㅎ
헬로 헬로 츄잉껌 기브미 ~
대구 시내 꼬마거지로 돌아 댕기던 60년대 미군 찝차만 보면 신발 벗어들고 뒤 쫓아 뛰었지요 시커먼 병사들의 웃음속에 하얐게 빛나던 치아 휙휙 던져주던 과자 통들 츄잉껌이 뭐지? 하다가 오웰의 동물농장 속에 나오는 예쁜 말, 그녀의 입 속에서 종일 씹히던 껌을 츄잉껌이라고 ㅎㅎ
그땐 모두 다 신기했고 부러웠던 미국나라 미국부자들 이제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부자인데
'많이 갖고 있는 자가 아니라,
많이 주는 자가 부자'라는 말이 있죠.
자기 자신을 줄 수 있는 자는 누구든 부자이고..
미국은 부자 나라 맞습니다..^^
ps. 운선님이 찝차를 쫓아다녔다니, 실화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