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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red>울산광역매일</font>≫ <시가 흐르는 아침> 침묵의 입
수상생활하는바자우족마리아는배위에서셋째를낳다숨을거두었습니다배위에서산일생이그때서야외딴섬깊은흙속에안식했습니다 음악행상에게서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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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생활 하는 바자우족 마리아는 배 위에서
셋째를 낳다 숨을 거두었습니다
배 위에서 산 일생이
그때서야 외딴 섬 깊은 흙 속에 안식했습니다
음악행상에게서 노래를 사서
노란 비밀을 노래에 숨겼어요
노래를 들으면
비밀이 향기처럼 흘러나옵니다
눈도 안뜬 아기를 두고
흙 속에 묻힌 마리아
죽어가는 어린 돌고래를 등에 업어
숨 쉬게 하는 어미돌고래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침묵을 지켜야합니다
노래를 사서 노래에 침묵을 숨겼어요
보호 종료가 끝나 보육원을 떠나는 열여덟 살 은이는
어디로 가야하지요?
마음의 근육 기르기에 좋다는
오래된 차밭을 찾아가는 길
왜 슬픔을 먹는 포식자는 없는 걸까요
새벽에 보는 죽은 이의 전화번호
페북 속 환한 얼굴이
깨달음은 늘 뒤늦게 온다고 속삭입니다
고요한 시간
시간의 등 뒤에 서 있으면
침묵의 중얼거림
침묵에도 입이 있습니다
<시작노트>
긴병 같은 깊은 잠 속에서 깨어났을 때, 그곳이 달콤한 향이 가득한 사과나무 아래임을 알게 됐어. 내가 알든 모르든 그 사실은 본래 변치 않았지. 지금부터 영원까지 이 인식이 점점 더 밝아지는 나날이길 원해. 만약 천 개의 심장이 있다면 다 너에게 주고 싶다.
나금숙
전남 나주 출생, 2000년 『현대시학』 으로 등단
시집 『그 나무 아래로』 『레일라 바래다주기』 『사과나무 아래서 그대는 나를 깨웠네』
공동 시집 『12시인의 노래』 4,5,6,7권
2002년 문예진흥기금, 2017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서울시 공무원 역임. 현재 현대시학회 회장. 시인하우스 부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