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2. 12. 3. 토요일.
아침인데도 날씨가 우중중하다.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서 창밖을 내려다보니 눈 내린 흔적이 온통이다.
도로에는 물기 젖어서 측측히 해보이고.
은근히 추워서 이내 아파트 실내로 되돌아왔다.
어린시절부터 유난히 추위를 탔다.
지금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갑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최고온도는 8도, 최저는 0도.
내일은 더 춥다고 한다. 최고 0도, 최저 영하 8도.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해돋이 시각은 07 : 29. 해넘이 시각은 17 : 14
연간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는 12월 22일.
우리나라 절기로는 1월 초순이 가장 춥다. 1월 초순은 앞으로 한 달 뒤인데도 벌써부터 너무나 춥다.
특히나 나한테는...
구름이 잔뜩 끼어 흐리다.
햇볕이라도 빨끈 났으면 싶다.
1.
안타깝다.
요즘 춥다는 핑계로 아파트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는 방안에서만 머문다.
안타까운 이유는 있다.
아파트 쓰레기장 뒷편 빈 터에서 고구마 줄기를 보았다. 늦가을인데도 자잘한 줄기에서 조그만한 잎사귀가 달린 고구마를 보았다.
꽃삽으로 퍼서 화분에 옮겨 심었으면 하는 마음이 꿀떡 같은데도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는 망설이었다.
나날이 추워지고, 찬이슬, 찬서리가 내리면 고구마 잎사귀를 냉해를 입어서 금세 잎사귀가 죽어버릴 터.
짐작하건데 벌써 냉해를 입어서 썩어 문들어졌을 게다.
어떻게 그렇게 짐작하느냐고?
내 아파트 실내 베란다에는 화분에 심은 고구마가 있다. 작은 화분 속의 고구마 잎사귀가 축 늘어졌고,
가느다란 순은 얼어서 말라죽었다. 깜짝 놀라서 실내 거실로 옮겼더니만 화분 속의 고구마는 다시 생기가 났다.
아쉽게도 어린 새순은 완전히 죽어서 말라비틀어졌고.
아파트 실내에서도 이 지경이라면 아파트 쓰레기장 옆 빈 터에서는 오죽이나 추웠을까?
내가 망설이지 말고는 꽃삽으로 고구마 실뿌리를 캐서 화분에 심고는 아파트 안으로 가져왔더라면 하고 뒤늦게서야 후회를 한다.
내가 망설이는 이유는 있었다.
비좁은 아파트 안에는 화분이 100여 개.
더 올려놓은 공간이 별로 나오지 않고, 또한 화분 흙속에서는 징그러운 벌레인 민달팽이가 기어나온다.
끈적거리는 분비물이 잔뜩 밴 민달팽이가 실내에서 기어다니면 혹시라도 안식구의 눈에 띄이면 어쩔까 싶어서
화분 하나라도 더 추가하는 게 늘 망설여졌다.
화분 흙을 덜어서 헌 냄비 안에 넣고는 가스불을 켜서 뜨겁게 삶아야 하는데도 이게 잘 안 된다.
아내의 눈치도 살펴봐야 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꽃집에서 농약을 사다가 화분 흙에 부어서 벌레를 잡기에는 좀 그렇다.
살충제 농약 성분이 겁이 나니까.
아파트 쓰레기장 빈 터에 버려져서 저절로 뿌리를 내렸던 자잘한 고구마 줄기와 잎사귀.
아쉽게도 벌써 얼어서 죽어서 썩어갈 게다.
내 몸은 서울에 있어도 내 마음은 시골에 내려가 있다.
울창한 나무로 가득 둘러싸인 시골집과 텃밭.
텃밭 세 자리에는 겨울을 이겨내는 식물들이 제법 많다. 사람이 돌봐주지 않아도 자생하는 나무와 풀들이 있다.
서울 아파트 안의 화분에는 거의 다 외국식물이다. 겨울철 바깥에 내다놓으면 모두 얼어죽을 게 뻔한 다육식물들이다.
요즘 11월 중순 이후에는 화분 속의 해충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밤중에 전등불을 켠 뒤에 베란다로 나와서 화분 속을 들여다보면 징그러운 벌레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정말로 이따금 눈에 띄이곤 했으나 11월 말과 12월 초순이 된 지금에는 며칠 째 눈에 띄지 않았다.
화분 흙속에서 숨어 있다고 본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나처럼.
바깥으로 기어나오면 더욱 추위를 타기에 그냥 숨어서 은신하는 게 훨씬 낫다고 하면서....
1.
간밤에 내 방에서 나와서 거실에 나가니 아내와 작은아들이 TV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축구시합이 시작된 지 2분이 채 안 되는 시각이다.
나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않아서 내 방으로 들어와 눈을 붙이고는 잠을 잤다.
다음날인 오늘 아침에서야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니 한국과 포르투갈의 시합에서 한국이 2 : 1로 이겼다고 한다.
잘 했구나 하는 마음이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달리기를 잘해서 운동을 좋아했다. 특히나 공을 뻥뻥 내질러 차는 축구를 더 좋아했다.
중학교 1학년 때다. 중학교에서는 운동부가 있었다. 야구와 축구. 체육시간에 달리면서 축구 공을 툭툭 차면서 앞으로 달려가는 테스트.
나는 체육선생님한테 발탁되었다. 달리기도 잘 했고, 공도 잘 몰았기에. 체육선생님은 축구부로 들어오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집에 돌아와 아버지한테 말씀 드리니 아버지는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거절하셨다.
다음날 선생님한테 말씀 드렸으니 오죽이나 미움을 받았을까?
며칠 뒤인 12월 6일에 한국은 브라질과 시합을 한단다. 브라질은 축구 강대국이다.
이를 상대로 해야 하는 한국의 선수들.
실력과 운이 따라야 할 터.
나는 6일 밤에도 TV를 보지 않을 게다. 나한테는 별로이기에.
아무런 취향도 취미도 별로 없는 나.
그저 식물 가꾸기나 잘 했으면 싶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늘 시골에 내려가 있는 나.
낡고 부서져가는 시골집. 어머니 돌아가신 뒤로는 아예 빈 집이 된 함석집. 세월 따라서 함석지붕도 삵아서 낡아만 간다.
흙벽도 자꾸만 허물어져 내리고....
사람 산 지가 오래되다 보니까 징그럽고 무서운 야생동물이나 기어든다. 예컨대 뱀이다.
사람이 살지 않기에 사라지는 동물도 있다. 작은 쥐이다. 먹을거리가 없는 빈 집이라서 그럴까?
그 많던 쥐가 눈에 띄이지 않는다. 땅속을 파던 두더지도 보이지 않고...
해동되는 내년 봄 3월이나 4월에는 시골집에 내려가야겠다.
앞으로 몇달 뒤의 일이지만 내 마음은 벌써부터 고향집에 내려가 있다.
텃밭에서 일하고 싶기에.
1.
지난해인 2021. 12. 1.에는 충남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되어서 바닷속으로 자동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만 1년이 지난 2022. 12. 1.에는 해저터널에 관한 뉴스가 떴다.
해저터널의 길이는 세계 5번째로 길며(6,927m), 1년동안 차가 245만대 통과했단다. 하루 81,000대 정도.
* 1년 통과한 숫자가 260만 대라고 하는 뉴스도 있었다.
해저터널을 역주행한 차량 44건, 보행자 진입 12건, 불법주정차, 레이싱을 적발했고, 이륜차 단속 151건이란다.
왜들 그럴까? 위법이다. 해저터널에서는 자칫하면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어쩔려고?
내년 봄에는 <보령해저터널> 속을 다시 통과해서 보령시, 태안군의 여러 명승지와 개마을을 에둘러봐야겠다.
운이 좋다면 유람선 선착장으로 가서 배를 타고는 섬 구경도 해야겠다.
내 고향집이 서해바다에 인접한 곳에 있어서 더욱 좋다. 하지만 내 고향은 인구소멸지구에 들어간단다.
주민들이 자꾸만 줄어들고.... 낯선 사람이 동네 안을 걸어가기도 한다.
저 사람이 우리 동네에 사는 사람이여?
라면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실은 나도 함께 살던 어머니가 아흔일곱 살 난 지 며칠 뒤에 저너머 세상으로 여행 떠나셨기에
서낭댕이 앞산에 있는 아버지 무덤 곁을 파서 어머니를 합장하고는 그참 서울로 되올라왔다.
내가 시골집을 떠난 지가 만8년이 더 된 지금에는 마을에 어떤 외지인이 들어와서 사는 지를 모르겠다.
내가 어쩌다가 잠깐 시골집에 들르기는 해도.... 자꾸만 멀어지는 고향마을이다.
내년 봄에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서해대교를 막 지나서, 톨게이르틀 빠져나온 뒤
충남 서부지역 바닷가를 에둘러서 구경해야겠다. 마지막에는 '보령해저터널'을 통과해서 대천해수욕장 쪽으로 나오고,
남포방조제, 무창포해수욕장 쪽으로 내달리다가는 에둘러서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나들목이 보이는 화망마을로 들어서야겠다.
바로 코앞에 내 고향마을이 펼쳐지기에.
서해대교를 막 지나면 당진, 서산, 태안, 홍성, 보령, 서천 등의 서해안 일대의 갯바다가 눈에 훤하게 그려진다.
갯냄새가 물씬 나는 갯마을 아낙네도 떠올리고.
아.. 갈매기도 하늘을 날지....
출항을 서두르는 어선들도 있고....
참고자료 :
국내 최장(6.927㎞), 세계 5위인 보령해저터널.
국도 77호선을 연결하는 터널은 보령시 대천항과 원산도 간 왕복 4차선(2차로 분리 터널)으로 2010년 12월 착공, 11년 만인 2021. 12. 1.에 개통.
해저터널은 전체 6.927㎞. 순수 해저구간은 5.2㎞. 가장 낮은 지점은 해수면 80m 아래.
해저터널은 원산도를 지나 원산안면대교(1.75㎞)를 거쳐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으로 연결된다. 이 다리는 2020년 12월 개통.
나중에 보탠다.
2022. 12. 3. 토요일.
첫댓글
기분에 휩쓸리는 휴일 입니다
여기저기도 축구 이야기 !!!
학창시절 축구부원 될 뻔 하셨네요
뻥 차는 재미가 있지요
저는 여자라도 산책 길에서 솔방울이라도 보이면
요즘도 차 면서 갑니다 ㅎㅎ
해저터널, 대천 해수욕장 무창포 해수욕장 너무 좋은 곳에 본가 있으시네요
기온이 낮은 계절에는 과도한 외부 활동보다는 집안에서
소 일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화분이 100 이면 손주 보듯 잎도 닦아주면서 그러면서
거리도 내려다 보는 재미가 있겠습니다
휴일 따뜻하게 잘 지내십시요^^
ㅋㅋㅋ.
혹시 흙속에 파묻혀 조금만 보이는 바윗돌도 걷어차는 거 아녀유?
어쩐지 이따금씩 지구가 기우뚱하는 이유가 발로 솔방울을 걷어차서.... 지구의 축이 흔들렸군요.
저...
조금 멀리 떨어져서 걸을게유.
혹시나 발길에 채이면.. 나만 아파유.
댓글 고맙습니다.
네 저도 홍성입니다. 고향애기 정다워요
예..
반갑습니다.
홍성...두 다리가 성성할 때에는 홍성 용봉산도 오르고,
바닷가 궁리항, 남당항에도 자주 갔지요. 갯것 해산물이 풍부한 고장이지요.
지난 10월 말에는 홍성법원에 들러서 제 고향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토지수용보상비도 신청하고....
이따금 들렀던 홍성시내이지요.
예전에는 장항선 기차역이였고, 21국도가 지나가는 곳....
홍성 쪽에서 오서산도 오르고요. 오서산은 보령시와 홍성군 경계선상에 있기에...
댓글 고맙습니다.
최 선생님의 일상을 한 눈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서울에 계셔도
늘상 마음은 어머니게서 평생을 머물다
떠나신 고향집을 그리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저 역시 고향집(지금은 집마저 없어졌지만)을
그리며
어머니를 그리며 살고 있으니까요.
댓글 고맙습니다.
예...
저는 초등학교 시절에 보령에서 대전으로 전학을 가서 대전에서 11년간 살았지요.
초등학생이 엄니와 떨어져서 객지로 간다는 게 얼마나 서럽고 슬펐을까요?
어린시절의 추억이 마치 환상처럼 펼쳐지지요.
다행히도 군 복무는 고향에서 보냈기에 갯바다에서 팔팔했던 청년시절의 추억도 많지요.
저는 식탁 밑에 세계지도를 펼쳤기에 우리나라를 늘 내려다봅니다.
젊은날 정치지리학을 좋아했기에 세계 여행가가 되겠다고 꿈 꿨는데도 아쉽게도... 이대로 주저앉았지요.
고향 앞산 서낭댕이 선산에서 내려다보면 무창포해수욕장, 남포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이 펼쳐지지요.
훤히....지난해 12월 1일에 개통된 보령해저터널 덕분에 보령시 바닷가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하대요.
2,000만 명 운운하대요.
보령시와 태안군간의 지역상생 발전이 더욱 커질 겁니다.
제 고향에서는 산 밭 논 집터 등이 남아 있기에 저는 평생토록 고향을 사랑할 겁니다.
박 선생님도 충남 보령시 대천에 대한 애정이 깊으실 것으로 봅니다.
어린시절의 아련한 아픔이 늙어서도 고향사랑으로 이어지는군요.
글 속에 아직도 사랑이 가득하신 윤환님 건강하세요
추운 날씨에.
운선 작가님
댓글 고맙습니다.
운선 작가님은 동해안 바닷가를 사랑하듯이 저는 서해안 바닷가를 좋아하지요.
젊은 시절 갯바다로 걸어가서 뛰놀던 때가 생각이 나고... 바닷물과 강물이 합수되는 모래펄에서 참조개를 잡고, 망둥이를 뒤쫓고....
군 복무시절에는 총을 어깨에 매고는 고향 해변가를 순찰하고...
저한테는 고향이 남아 있어서 대자연의 혜택이 자자손손 이어졌으면 합니다.
짭쪼름한 갯내음새 생선 비린내가 솔솔 풍기는 그 바닷가....
산골 이야기와 함께...
요기
올랜도는
낮에 아직도28도
반팔 반바지임니다
부럽습니다.
올랜드... 낮에는 28도이라니....
저는 겨울철에도 따뜻한 곳이 어디일까 하면서 인터넷 지도로 세계 곳곳을 확인하고 있지요.
마음만이라도 그곳으로 가서 추위를 벗어나려고요.
극동 북위 쪽에 치우친 우리나라는 대체로 4계절이 뚜렷하다지만 겨울기간이 훨씬 더 길지요.
반팔 반바지 입은 님은 축복받은 분이시군요.
올랜드 :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도시인간요?
@최윤환 프로리다
올랜도임니다
작은 도시에 골프장250개
호수250개
은퇴한 분들이 선호하죠
@제이정1
예...
부럽습니다.
해외의 이런저런 곳을 많이도 아시니...
저는 오래 전 직장업무로 몇 차례 미국으로 출장 나가서.
뉴욕으로
워싱턴으로
하와이로...
지나간 시간들이 이제는 꿈처럼 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