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글 중간쯤 보면 CDC에 대해서 혹평을 해 놓은 부분이 있군요. 결함이 많아 고장이 잦다구요..
한번쯤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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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열차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로 국민의 생명, 재산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국 열차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한 철도공무원으로부터 나왔다. 바퀴 축에서 열이 나고, 아랫돌 빼내 윗돌 괴는 식의 땜질 정비로 늘 탈선의 위험을 안고 철로를 질주하고 있다는 것. 열차 정비 담당자들이 이 문제를 본격 제기하자 철도청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들을 해고한 뒤 열차 운행을 강행하고 있다.‘펑크난 기차 바퀴’가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한 철도공무원의 충격 고발과 철도청의 공식 반론.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열차를 정비하는 철도청 검수원입니다. 시민 여러분들이 지금 타고 다니시는 열차가 안전하지 못합니다. 시민의 혈세 1천억원으로 구입한 새 열차가 고물 열차입니다. 열차 정비에 필요한 부품이 없어 땜질 정비를 하거나 고장난 채 열차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수백, 수천명 시민의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탈선 위험 열차가 아직도 선로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철도현장에서 열차를 정비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시정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으나 해결되지 않아 부득이 언론에 이같은 사실을 제보하였습니다. 그러나 철도청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알려 철도청의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이유로 저희를 해고하여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다른 동료 직원 두명은 가족과 생이별을 시키면서 연고도 없는 강원도·전라도로 쫓아 버렸습니다. 시민 여러분, 여러분이 박봉을 쪼개 낸 피땀어린 세금이 철도청의 무능하고 부패한 고위 공무원들의 주머니 속으로 탕진되고 있습니다. 철도청은 부패한 이 나라 공직사회의 대표적 표본입니다….”
지난 5월6일부터 나는 동료 둘과 함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9시에 서울역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있다. 그리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낮 12시까지 확성기를 통해 이런 내용을 기차를 타고 내리는 시민들에게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이러기를 벌써 1백일째가 넘어가지만 철도청은 귀가 막혔는지 아무런 응답이 없다.
“기차 바퀴가 빵꾸났어요”
서울역 광장에서 농성하면서 지나가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런 방송을 하던 어느 날인가 허리가 반으로 꺾인 채 양손에 보퉁이를 들고 가시던 할머니 한 분이 느린 걸음을 멈추고 안쓰런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왜, 기차 바퀴가 빵꾸났어?”
역시 세상을 오래 산 할머니여서인지 우리가 농성하는 이유를 물어보지 않고도 훤히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기차가 탈선할 위험이 있다면 그것은 ‘빵꾸난 바퀴’가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마디 더 보태 할머니에게 대답했다.
“예, 할머니. 거기에다 나라의 곳간까지 빵꾸났어요!”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울화병이 나서 제 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것이다.’철도청 검수원으로 근무하다 파면된 세 사람의 서울역 광장 시위는 그렇게 무작정 시작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봄 햇살이 따사롭더니 어느새 한여름으로 계절이 바뀌었다. 작열하는 태양과 아스팔트를 타고 올라오는 찜통 열기로 드러난 살갗이 온통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더위를 먹었는지 연일 설사에 얼굴에는 물집까지 잡힌다. 처자식과 노부모를 생각하면서 서로를 격려해 보지만 몸은 갈수록 탈진해가고 정신은 혼미해져 간다. 우리는 지금 서울역 앞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98년 12월 중순, 철도청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도맡아 정비하는 용산구 한강로 소재 서울동차사무소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하룻동안 서울포항간 제58열차 876호를 시작으로 기차 바퀴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잇따라 3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름하여 ‘축상발열’. 축상발열이란 기차 바퀴가 돌아가는 축에서 심하게 열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심하면 바퀴 축에서 불이 나고 바퀴 축이 부러져 열차가 탈선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년에 한건 발생할까 말까 한 드문 경우. 따라서 철도청에서는 축상발열을 발견한 검수원에게 청장표창을 수여할 만큼 중대사안으로 취급해 왔다.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철도청은 98년 12월15일 부랴부랴 ‘긴급업무지시’‘열차 안전운행을 위한 특별지시’ 공문을 잇따라 현장에 하달하였다. 현장에서는 순식간에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현장 인력의 대부분이 투입되어 사무소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에 대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닥치는 대로 축상커버를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서울동차사무소를 비롯한 각 사무소의 검수원들은 연일 과중한 노동강도로 여기저기 아무데나 주저앉아 패잔병처럼 널부러졌다. 이로 인해 다른 정비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바람에 연쇄적인 정비부실화의 상황을 빚기도 했다.
발열, 발열, 발열…. 사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축상발열은 한두건이 아니었다. 6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서울동차사무소의 새마을호만 문서상으로 18건. 98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무궁화호 등 전 열차를 포함하는 전국적 상황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동안 철도청은 이같은 사실을 쉬쉬 하면서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위험천만한 열차 운행을 강행해 왔던 것이다. 철도청은 대외적인 보안지침까지 하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문제 차량이 발견되면 차량을 교체하였다. 그러나 문제 차량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속출하면서 교체할 여유 차량도 금방 바닥나 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검사 방법. 현장에는 정확한 검사를 할 장비도, 인력도 없었다. 오늘 ‘양호’ 판정을 받은 차량이 내일 심각한 상태로 판정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장 검수원들과 관리자들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 도대체 이런 사태가 왜 발생했는가. 문제 차량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우리도 모른다. 우리도 위에서 지시받은 대로 할 뿐이다.”
― 이런 점검 방식으로는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누가 책임지려고 그러는가. 문제 차량에 대해 감차(차량 운행 대수를 줄이는 것)나 운행 중단 조치를 해야 한다.
“일단 영업은 해야 한다. 표를 팔았기 때문에 열차는 나가야 한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자신들 스스로 열차 탈선으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하면서 이럴 수는 없는 것이었다. 밖으로 알리기 위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98년 12월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의 사태가 KBS 9시 뉴스를 비롯한 방송3사와 각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언론의 보도로 알려진 축상발열의 원인은 기차 바퀴 축에 주입하는 윤활용 그리스의 재질 불량. 철도청이 97년 5월부터 새로 거래하기 시작한 업체가 납품한 것이었다. 현장에는 ‘비리의혹’에 대한 수군거림으로 술렁거렸다.
승객 목숨 담보로 ‘안전 실험’하는 셈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언론의 보도 과정에서 보여준 철도청과 현장관리자들의 인명 경시 발상과 거짓말들은 현장 검수원들을 경악케 하였다. 철도청은 영업 논리를 앞세워 위험천만한 열차 운행을 강행하던 순간에도 언론에는 “5백여량의 문제 차량을 전면 사용 중지 조치를 내리고 윤활유를 교체 중”이라는 거짓 인터뷰를 하였던 것이다. 또 소위 KS품의 검사규정이 허술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제품이 KS품이라는 이유로 시험 운전을 거치지 않았다”는 변명도 덧붙였다. 결국 철도청은 끔찍하게도 승객을 태운 영업차량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셈이었다.
아직도 이 문제는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있다. 축상발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 사이에만도 문서상으로 확인된 것만 5건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사전, 사후 과정에서 보여주는 철도청 간부급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책임회피식 대응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달 중순 공직사회의 ‘내부고발자’ 실태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 과정에서도 이들은 “4월 이후 축상발열은 단 한건도 없다”고 잡아뗐다. 게다가 방송이 나간 이후 방송국에 항의전화와 항의방문을 하는 ‘과감성’을 보이기까지 하였다. 이들이 제시한 ‘해명자료’는 매번 그랬듯 거짓말로 채워져 있었다. 철도청 간부급 공무원들의 이러한 안전 불감증은 철도 현장 구석구석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열차가 굴러가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말은 현장 검수원들 사이에서는 전혀 새로운 대화가 아니다. 연간 수천만명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열차의 안전은 위태롭기만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수품 유용’.
보수품 유용이란 열차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창고에 준비된 부품이 없어 당장 운행하지 않는 다른 체류차량에서 고장난 차량의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임시방편으로 떼다 붙이는 것을 말한다. 또 체류차량을 운행에 투입하게 되면 또다시 다른 차량에서 똑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땜질 정비는 작업자들을 힘들게도 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차량의 안전이다.
부품을 떼다 붙이는 과정에서 부품의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다. 새마을호를 비롯한 모든 열차의 이러한 땜질 정비 실상은 수십년 동안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관행이요, 병폐였다.
그 뿐인가. 구입한 부품이 규격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일단 구입한 부품은 규격이 맞지 않아 쓸모없는 것도 어찌된 영문인지 반품되지 않아 창고에 먼지가 가득한 채 재고로 남는다. 또 일부 품목은 다량의 일괄구매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구입하는 경우도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부름값’ 얘기도 많이 떠돌지만 우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부품의 품질도 문제다. 구입 물품 중에는 품질표시나 제작회사 표기도 없는 불량품도 있다. 일례로 개당 6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되어 있는 기관차 운전실 창닦이 모터의 경우 여름철 하루 1구간 왕복만 하고 나면 못쓰게 되어 매일 모터 교환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열차의 안전과 관련한 예산을 제1순위에 두어야 할 철도에서 왜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창고에는 없는 부품이 한두가지가 아닌데도 사무소의 예산이 2천만원씩 다음 회계년도로 이월되는 상황도 마찬가지. 도대체 안전을 생명으로 하는 철도의 예산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것인가. 물품의 고가(高價) 구입과 불량품 구입 등으로 낭비되는 돈들은 얼마나 되며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국정감사 때도 버젓이 허위보고
실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철도청의 각급 책임자들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그저 이런 사실을 덮으려고만 한다. 철도청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98년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동안의 부품 유용 건수가 12건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노조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공식 문서에 기록된 유용 건수만도 한달 평균 35건에 이른다. 그나마 이것은 문서에 기록된 것이고 실제로는 몇배 더 많은 무차별적인 부품 유용이 있었다. 열차의 땜질 정비 실상을 버젓이 허위로 보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철도차량은 3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소한 부품이나 고장 발생 빈도가 적은 부분까지 모두 완벽하게 준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제법 전문적인 수사법을 단골 메뉴처럼 들고나오곤 한다. 그러면 국회나 언론 등 철도차량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부족한 사람들은 대체로 한풀 꺾이기 쉽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사소한 부품’이 아닌 ‘중요 부품’이며, ‘고장 발생 빈도가 적은 부품’이 아닌 ‘고장이 빈번한 부품’의 고장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품 유용은 계속되고 있다. 사람이 보지 않는 야음을 틈타 몰래 하거나 ‘믿을 만한 사람들’끼리 점조직 형태로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공식 문서에는 유용 사실이 없다. 언론 보도로 여론이 집중된 이후로는 관리자들이 유용 사실을 문서로 남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창고에는 부품이 없고 유용은 금지되니 또 다른 예산 낭비 유형의 편법도 사용되고 있다. ‘가스켓’ 같은 작은 규격품 하나를 사용하기 위해 몇 백만원짜리 부품 세트를 구입하여 필요한 부품을 곶감 빼먹듯 빼내 사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현장 직원들은 여론이 잠잠해지면 부품 유용이 또다시 무차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결같이 단정한다. 철도청과 현장 간부직원들의 대응을 보면 한마디로 ‘소나기만 피하자’는 심산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1천억원을 주고 산 고물 열차
철도청은 96∼98년 1천억원의 돈을 주고 총 1백27량의 ‘도시통근형 동차’라 불리는 새 열차를 구입했다. 이 열차의 98년 기준 대당 가격은 무려 9억원. 서울역문산, 의정부신탄리 구간 등을 운행하는 일명 ‘꽃그림 열차’로 불리는 이 열차는 그러나 ‘고물 열차’였다.
새 차량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도입 초기부터 1백여건이 넘는 구조적 결함이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무소측에서 스스로 작성한 문서에 기록된 차량 불량 건수만도 96년 6월부터 97년 7월까지 한해 남짓한 기간에 총 5백28건에 달한다. 여기에 현장에 파견나와 있는 차량 제작사쪽 애프터서비스 직원의 작업일지까지 더하면 1년에 1천여 건 이상의 고장 또는 하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98년 9월 당시 서울동차사무소에서 운용하던 차량이 58량이었으니 전체 차량을 대상으로 하면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하자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현장의 고참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차량이 지난 70년대에 도입된 무궁화 동차(일명 NDC)와 거의 동일한 기종에 껍데기만 바꿔놓은 것으로서 차량 정비의 어려움으로 갖은 고생을 했던 ‘악몽’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열차가 새 열차로 도입되었는지 현장에서 흉흉한 소문이 나도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장 직원들의 분노를 샀던 것은 새 차량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였다. 현장에서는 제작사에서 해야 할 하자 보수를 검수원들이 대신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가정에서 TV 한대를 사도 확실하게 애프터서비스를 받는다. 철도차량도 통상 2년간의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현장의 간부들은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개념 정립도 없이 매번 “일단 작업하고 나서 얘기하자”“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그런 와중에서 애프터서비스 기간은 다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철도청이 구입한 도시통근형열차 98량 가운데 애프터서비스 기간인 2년이 지나버린 차량이 22량. 서울동차사무소의 58량 중에서는 70%가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지났거나 1년 이상 된 차량이었다.
현장의 검수원들은 고객인 철도청이 제작사인 대우중공업쪽에 왜 당당하게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지 못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어떤 이유로 ‘불공정 계약’을 했거나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지난해 철도청이 국정감사에 제출한 ‘차량구매계약서’에는 전체 차량 구입 가격의 1백분의5(총 구입가격이 1천억원이면 50억원에 해당한다)를 ‘하자보수 예치금’으로 적립하여 애프터서비스에 만전을 기하는 등 거의 완벽한 하자 보수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업체와의 유착비리 의혹 제기
98년 8월30일. 작업 현장에서 사건이 터졌다. 철도청이 새로 구입한 열차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와 관련하여 현장 검수원들과 간부 직원들간에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당일 간부들은 새 열차의 “엔진 시동 모터를 교환하고 배기팬 모터는 유용하여 수리하라”는 지시를 했다.
이에 작업자들은 이의를 제기하며 ‘작업보류’를 요청했다. 애프터서비스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 했던 것이다. 불과 2개월 전 노사협의회에서 정확한 애프터서비스 시행을 약속받아 놓은 터였다. 그러나 간부 직원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 “일단 작업하고 다음에 얘기하자” “애프터서비스란 부품만 갖다 주는 것이고 작업은 우리가 하는 것”이라는 등 황당한 논리로 일관했다.
현장 검수원들과 사무소 간부들 사이에는 두달이 넘도록 애프터서비스의 개념을 둘러싼 공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결국 당시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소위 ‘작업거부’ ‘명령불복종’ 등의 이유로 주의 조치와 함께 근무지 변경과 같은 불이익을 당하였다. 6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 4월말 검수원들에 대한 대량 중징계 사태 때 이 부분이 징계 사유의 하나가 되었다.
나중에 당시 문제가 됐던 작업은 차량이 현장에 체류하지도 않았던 날 대우중공업 요원이 한 것처럼 허위로 문서가 작성된 것이 국정감사자료를 통해 밝혀졌다(당시 작업은 현장 간부들이 직접 했다). 이는 당시의 사안이 명백한 애프터서비스 사항이었음을 말해 주는 반증이었다.
철도청은 이에 대해 문서 착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사무소 기술과 작업일지에 그동안 검수원들이 한 작업의 대부분이 대우중공업 용산기지 요원이 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되어 있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4월29일 SBS 8시뉴스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 철도청과 업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철도차량은 곧 국민의 혈세로 마련한 국민의 재산이다. 따라서 공직자는 국민의 혈세를 공정하게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간부들은 왜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제작사인 대우중공업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일까.
축상발열, 부품 유용, 부실한 애프터서비스 등은 열차의 안전과 시민의 소중한 생명에 연관된 중대사안이다. 하지만 철도청 공무원 조직에서 이러한 혈세 낭비와 열차 안전 문제를 시정 요구한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은 국가공무원법상의 ‘명령불복종’ ‘근무기강문란’ 등의 죄명으로 ‘파면’과 가정파탄이었다.
“누가 다치는지 두고 보자”
철도 현장의 이러한 수십년 동안의 관행과 병폐는 현장 직원들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시정될 줄 몰랐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는 사회적 여론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갈수록 확산되어 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열차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부모·형제 그리고 이웃들이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교통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4월까지 축상발열과 보수품 유용 등 열차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었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사람들은 묻는다. “언론에 나갔으니 이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느냐”고…. 그러나 상황은 전혀 엉뚱하게 흘러갔다.
99년 2월5일 MBC 뉴스데스크에 부품 유용과 관련한 열차의 땜질 정비 실상이 보도된 다음날 직원조회 시간.
“어제 방송에 보수품 유용 문제가 나갔다. 좋은 일도 아닌 나쁜 일을 외부로 알리는 행위는 해서는 안될 짓이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쏘나타·그랜져에 결함이 있다고 해서 외부에 알리겠는가. 차가 안 팔리는데….”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무리 말이라지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공기업의 간부가 그것도 공식석상에서 차마 할 말인가. 지난해 말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축상발열과 보수품 유용 문제 등이 언론과 컴퓨터 통신에 여론화된 직후였다. 난데없이 직원 총조회가 소집되더니 공개적인 협박이 가해졌다.
“내부적인 일을 외부에 알려서는 해결이 안된다. 피해보는 사람은 여러분들이다.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리자가 다치는지 검수원이 다치는지 두고 보자. 분명히 다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마치 레코드 테이프를 틀어 놓은 듯 철도청 각급 책임자들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어디에서도 솔직한 자기반성이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의지는 지금껏 한번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을 ‘조직 내부의 일을 외부로 알린 스파이’로 매도하면서 ‘범인 색출’에만 혈안이 된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언론 보도, 표적감사 그리고 파면
오비이락(烏飛梨落)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2월까지 잇따른 언론 보도가 나간 뒤인 지난 2월24일 보도의 진원지인 서울동차사무소에 철도 현장 초유의 ‘특별기강감사’가 실시됐다. 서울동차사무소의 근무기강이 극도로 문란하다는 첩보가 입수되어 철도청장이 특별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감사팀은 감사 기간의 절반 이상을 노조 임원 8명을 집중조사하는 것으로 보냈다. 조사 내용은 지난해 도시통근형 동차 애프터서비스를 둘러싼 분쟁과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 경위에 대한 두가지였다. 결코 오비이락이 아니었다. 언론 보도에 대한 명백한 보복조치였다.
“누가 기자를 불러들였는가.” “기자와는 무슨 얘기를 했는가.” “조직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알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가.”
감사는 의도를 숨길 필요도 없이 노골적이었다.
지난해 도시통근형 열차의 애프터서비스를 둘러싼 노사간 분쟁을 다시 거론한 것도 터무니없었다. 당시 서울지방철도청장의 중재로 노사간 합의서를 작성하여 이미 종결되었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통상 노사간에 합의한 부분을 다시 쟁점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법. 그러나 감사 내용이나 나중에 징계사유로 제시된 사항 어디에도 이렇다 할 이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2년 전에 있었던 개인의 사사로운 일을 들춰내고 그 사실관계조차 자신들끼리 문서를 조작하고 증인을 서는 형태의 끔찍한 음모였다. 아무리 명백한 증거자료를 들이대도 “이유없다”는 한마디면 그만이었다. 철도청의 그 특별감사는 아무리 선의로 받아들이려 해도 문제 제기자들을 징계하기 위한 ‘표적감사’로밖에 해석할 길이 없었다.
당사자들의 가슴에 위기감이 엄습해왔다. 서둘러 철도청장 앞으로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는 열차 안전문제와 현장 간부들의 문란한 근무기강의 실상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청장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청장이 편지를 다 읽어보았다. 처벌이 아닌 정책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답변이었다. 별일이다 싶을 만큼 신속한 답변에 우리가 오히려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허나 그것은 속임수였다. 편지를 보낸 이후 사무소 기술과는 연일 밤샘작업을 하였다. 편지에 언급된 내용에 대한 ‘알리바이’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이때 시간을 벌면서 허위 문서를 작성했던 사실은 뒤늦게 SBS의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편지를 보낸 지 40여일이 지난 시점인 4월16일 감사 당시 조사받은 사람들에게 징계의결요구서가 날아왔다. 당사자들은 7일 동안 단식으로 항의했다. ‘파면 3명, 징계 및 전출 3명.’ 결과는 이렇게 참담했다.
철도 현장의 산적한 부조리의 이면에는 이같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부패가 있었다. 감히 말하건대 철도청은 무능하고 부패한 이 나라 공직사회의 대표적 표본이다.
이와 관련, 우선 정부의 통계수치를 한번 들여다보자. 정부가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실시한 감찰 결과 적발된 철도청 비리 공직자 수는 3백50명. 정부 부처 중 3위였다. 또 대검찰청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처리한 범죄사건을 토대로 98년 9월에 펴낸 ‘97년도 범죄 분석’의 공무원 범죄 분류에서 철도청은 5백39명으로 교육부와 경찰청에 이어 역시 3위를 차지했다.
공직사회 부정부패의 표본 철도청
지난 한해에만 철도청장을 비롯하여 철도청 차장 및 간부급 공무원들이 거액의 뇌물을 수뢰한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었다. 이 가운데 건축공사 사무소의 말단 공사계장의 수뢰액만 1억5천만원이었다. 이렇게 밑빠진 독의 물처럼 빠져나간 철도청의 비리와 예산 낭비 액수가 지난해 감사원과 국정감사, 언론 등을 통해 확인된 것만 무려 6천여억원이다.
힘없는 외청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타 부처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에 비하면 철도청 간부급 공무원들의 부패지수는 매우 높다고 볼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철도청 공무원들의 무능과 부패로 인한 혈세 낭비는 곧바로 국민들에게 고통으로 전가된다.
단적으로 철도청은 자신들의 무능과 부패는 덮어둔 채 매년 적자 타령과 함께 10%씩의 열차요금을 편법적으로 인상하여 왔다.
98년 한햇동안 철도청 여객수입 1조원. 98년에 적발된 비리와 예산낭비액 6천억원. 결국 최소한 6년 동안은 열차요금 인상 없이도 시민들이 열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비리가 용납돼서는 안되는 이유는 단순히 ‘공직자는 깨끗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의 이런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였는지 철도청은 스스로 비리 추방을 위한 ‘참회의 고백’을 하기도 하였다. 철도청은 지난해 10월 물품 구매 관련 부조리 등 승차권 매표업무, 운수영업, 공사, 인사, 국유재산관리 등 6개 업무분야의 철도부조리 유형 48가지를 자체 파악해 언론에 자진 공개하였다. 동시에 ‘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철도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몇이나 될까. 적어도 내가 살펴본 바로는 철도청에 ‘부조리 신고센터’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직원은 거의 없다. 설령 알고 있다 하더라도 부조리를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말단 직원들은 신고의 대가가 철저한 보복 아니면 조직 내에서 ‘왕따’가 되는 지름길임을 경험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공무원 사회의 부정행위를 알아서 뿌리뽑을 수 있을까.” 얼마 전 23명의 어린 생명을 앗아간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와 관련하여 당시 경기도 화성군청의 인·허가 담당 계장이었던 이장덕씨는 자신의 업무일지에 이같은 체념적 탄식을 적어 놓았다.
이장덕 계장은 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끝까지 버텼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왜 이장덕 계장은 끝까지 버티지 못했을까. 과연 누가 이런 공무원 사회의 부정행위를 알아서 뿌리뽑을 수 있을까.
무법지대로 변한 공직사회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공익제보지원단(단장 권진관 교수)은 지난 4월30일 ‘공직사회내 부정비리 내부고발에 대한 공직자와 시민의 인식과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공익제보지원단 실행위원인 이지문 전 서울시의원이 여론조사 회사기관인 ‘한국리서치’와 함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시 공무원 5백88명과 시민 5백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은 공직사회 실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공직사회 부정부패의 정도’에 대해 시민의 92.6%가 ‘심각하다’고 한 반면 공무원들은 31.9%에 불과하여 공무원과 시민들 사이에 커다란 인식의 편차를 보였다. 아울러 공무원들의 이중적 사고방식도 그대로 드러났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행위가 잘 적발되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공무원(77.9%)들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상관 또는 동료의 부정부패에 대해 ‘외부에 고발했다’는 공무원은 거의 없고, ‘모른 체 덮어두었다(66.9%)’거나 ‘조직 내에서 시정행위를 하겠다(91.6%)’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사고방식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은 ‘외부에 고발한 공무원들은 조직내에서 따돌려지고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71.2%에 이른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은 또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외부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로 ‘동료와 조직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48%)’ ‘고발해도 시정되지 않는다(24.6%)’ ‘개인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20%)’ 등을 들었다. 이번 설문은 현 공직사회의 부패 정도가 심각하며 그 속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현실적으로 처한 굴절된 의식의 단면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철도공무원으로서의 경험에 의하면 공무원들은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지 짧으면 1년, 길면 3년 이내에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에 가졌던 포부와 생기발랄함은 대체로 이 기간 내에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의 완고한 벽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혼돈스러운 생각’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선배의 충고’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무원은 영원하다는 의미’ ‘적당한 거짓말’ ‘자신의 생각 함부로 드러내지 않기’ 등을 통해 새로운 인간형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다 생존본능적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여론의 뭇매에 대항하여 ‘패거리적 의리’에도 부지불식간에 가담하게 된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어떤지 내가 할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행정자치부에서 개설한 PC통신 공무원 의견란에 게시된 ‘자식을 낳으면 절대 행정고시는 못보게 하라’는 냉소적인 내용이 실렸다는 기사를 최근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이를 보고 많은 공무원들이 동병상련을 느꼈을 것으로 나는 짐작한다.
법과 제도를 가장 모범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공직사회의 내면은 역설적이게도 무법지대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적어도 철도청 공무원 사회를 보면 상사의 말이 곧 법이요, 제도인 듯하다. 말단 직원들의 “군대보다 더하다”는 푸념은 공무원 조직이 군대식 상명하복의 권위주의적 행정체제로 심하게 경직되어 있다는 또다른 표현이다.
공무원 사회는 언제쯤 개혁될까. 올 하반기중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개혁 입법안 가운데 하나인 ‘부패방지법’에 나는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공직사회의 부패구조가 조금이나마 허물어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나도 관심이 있어 이 법의 시안을 곰곰이 뜯어보았는데 한계도 보인다. 이 법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인 ‘내부고발자 보호’ 조항의 경우 누가 어떤 기준으로 진실을 가려낼 것인가이다. 공무원이 내부고발을 하면 고발 내용의 사실 여부를 따지기보다 철도청의 이번 징계처럼 고발자를 징계하는 데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왕따’도, ‘의인’도 아니다”
철도청의 기차 바퀴는 오늘도 여전히 굴러간다. 열차 정비에 필요한 공구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현실에서 자기 돈으로 공구를 구입하여 열차를 정비하는 눈물겨운 철도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손으로 정비해 기차를 내보내면서도 ‘오늘도 무사히’만을 빌며 열차가 다시 정비공장에 들어올 때까지 조마조마한 가슴을 진정시키 못한다.
철도청 징계위원회의 위원장이기도 한 철도청 차장은 이번 징계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고 관계기관에 목청을 높였다고 한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조직의 보호’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잘못을 시정하라고 요구한 말단 공무원들을 파면시켜 길거리로 내쫓은 것이 조직을 보호하는 것인가. 무엇보다 명색이 공직자로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앞세워 보호해야 할 ‘조직’이라도 있다는 얘기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철도청의 부당징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우리에게 ‘정의의 왕따’니 ‘의로운 사람들’이니 하는 표현들을 쓰는 것을 주변으로부터 종종 듣게 된다. 우리에게는 모두 낯뜨거운 소리로 들린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결코 ‘왕따’도 ‘의인’도 아니다. 대다수 철도공무원들의 평범한 바람을 표현했을 뿐이다.
더이상 우리와 같이 특별취급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런 일로 특별히 징계받거나 특별히 칭송받지도 않는, 상식이 통하는 시대가 와야 한다. 이런 날을 앞당기기 위해 나와 동료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9시에 서울역 광장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