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사람들은 고생을 타고 났다!' 인류 최초로 노동자 농민의 정권을 만들었다지만 그 후과는 노동자 농민에게 죽을 고생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민복(대북풍선단장)
푸틴이 대통령에 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나의 상급이었던 김광봉 연구실장의 말이 떠오른다. 1978년부터 1979년까지 연구실장으로 모시며 있었다. 늘씬한 외동딸이 있었는데 사위감이라면서 유난히도 저를 좋아하셨다. 좋아하신 만큼 깊은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셨고 나 역시 눈치 있게 흥미를 가지고 잘 들어 주었다. 사모님 역시 인테리, 과학자 도서관 직원으로 멋쟁이셨다. 김광봉 실장은 북한 유일의 목화 박사였다. 목화 인기가 화학 섬유에 밀려 사장되자 밭작물 연구소 수수 연구실장이 되셨다. 수수는 밭에서 옥수수 다음으로 소출이 많이 난다. 옥수수보다 장점은 척박한 땅에서 견딜성이 높은 것이다. 북한 실정에 맞는 작물이라면서 이 분이 도전해 나섰다. 김광봉 실장은 소련 타쉬켄트 농업 대학 유학 출신이다. 특이하게도 6·25 전쟁 전에 소련으로 유학 갔기에 전쟁을 타국에서 맞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거리마다 조선 지도가 그려진 간판에 인민군이 점령한 곳에 승리의 기를 꽂으며 환호하였다고 한다. 공산권 안에서 공감 정서가 그때만 해도 높았다고 한다. 한편 공산국 원조인 소련의 속살도 생생하게 말하셨다. 위대하고 풍요한 우상의 나라로 우러르며 유학 갔지만 실제 가보니 놀랄 만큼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소련인들은 고생을 타고나 보였다고 한다. 당시 소련인들은 독일을 가장 미워하였다. 소독 전쟁의 여파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 그것도 한창 나이의 청년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갔다. 여자들이 넘쳐 나 방울 달린 남자라면 무조건 <다와이!>. 가는 곳마다 기흉을 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결핵이 창궐했다. 기흉은 폐결핵 환자 가슴에 공기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한다. 결핵 환자가 많은 것은 제대로 먹지 못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소련 농업을 배우면서 자연히 먹는 문제로 인한 비극도 알게 되었다. 인류 최초로 노동자 농민의 정권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후과는 노동자 농민에게 죽을 고생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소련 창립 전의 내전과 소련 건립 후의 대기근은 공산권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알려지지 않아서이지 말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하였다는 것이다. 천벌을 내려도 굶어 죽지 않을 우크라이나 대평원에서 대량 아사는 역사에 없었던 일을 <위대한 소련> 탄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의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의 뿌리는 이때부터인 것 같다. 타쉬겐트에는 동족, 고려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비극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공산권 내에서) 일제가 악독하다고 하나 저런 정도는 아니었다. 사람을 가축보다 못하게 엄동설한 강제 이주, 사막 같은 허허벌판에 내팽개치듯 한 것이다. 과연 고상하다는 공산주의자들의 행위일까 믿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은 일제시대도 살아 봤지만 소련에서 살아 보면서 한 마디로 이렇게 인간성이 파괴된 사회를 처음 보았다고 한다. 유명한 독립 투사 홍범도도 추방되어 이 지역 와서 하바닥 경비원으로 죽었다. 조선 독립에 대한 한 치의 연민도 없어 보였다고 한다. 오직 소련화된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만 보는 것이다. 소련 사람들, 심지어 공산권 사람들 모두 스탈린은 우상이었다. 하지만 스탈린 만세! 소리 높이 부를수록 수천만 명이 죽어나갔다. 수천만 명이 죽어나가는 판에 풍요와 인간 된 삶이란 말 뿐이다. 알거지도 이런 알거지, 노예도 이런 노예가 없을 정도이다. 말 한마디에 죽고 사니 옛 노예도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곡을 개혁개방으로 벗어나는가 했는데 위대한 푸틴이 탄생한다. 뭔가 되는 것 같더니 도루묵이다. 대통령을 죽을 때까지 해먹게 자기 손으로 푸틴을 뽑는다. 영광의 푸틴을 위해 수만의 젊은이들이 전쟁에서 죽어나간다. 그렇게 해서 땅을 좀 먹었다 하자. 앞으로 침략자라는 국제적 왕따를 어떻게 극복하겠는지?! 세계와의 활발한 통상 속에서도 살아남기 힘든데 이들의 앞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스텔스기, 초고속 미사일, 무적 탱크 등을 자랑하였는데 수십 분에 일도 안되는 우크라이나 전에서 대세를 바꿀 만큼 활약했다는 소식은 없다. 제일 큰 나라가 작은 한국보다도 경제력이 못한 걸 보면 모든 것이 허세라는 것이다. 국제 왕따가 되어도 중국과 짝짝궁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이들 간의 속 궁합은 원수로서 원한이 사무친다. 러시아가 골병 들어 망하기를 가장 바라는 것이 중국이다. 가장 왕따이고 왕 거지인 북한에 손을 벌릴 처지의 러시아. 이런 막막함을 눈을 뻔히 뜨고도 스스로 택해서 간다. 그것이 소련과 그 후신 러시아이고 푸틴이다. 김광봉 실장님의 말이 실감난다. 소련 사람들은 고생을 타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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