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매세 A홀에서 열린 인교돈과 아프가니스탄의 파르자드 만수리와의 남자 태권도 80kg초과급 16강전 중 한 장면. 인교돈의 발차기에 맞은 뒤 만수리의 머리보호대는 바닥에 떨어졌다. /유튜브 채널 KBS News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마지막 날 머리보호대가 떨어질 정도로 강한 발차기가 점수로 인정받지 못하자, 태권도 전자호구 센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제의 장면은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매세 A홀에서 열린 인교돈(29·한국가스공사)과 아프가니스탄의 파르자드 만수리(19)와 남자 태권도 80kg초과급 16강전에서 나왔다.
인교돈이 11대 9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했다. 경기 종료를 22초를 앞둔 상황, 인교돈은 앞으로 살짝 나온 만수리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그의 머리를 향해 뒤돌려차기를 시도했다. 발차기를 맞은 만수리는 쓰러졌고 그의 머리보호대(헤드기어)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인교돈의 공격은 머리 부근을 노린 뒤돌려차기로 득점이 인정된다면 가장 높은 5점도 기대할 수 있는 고난도 발차기였다.
하지만 전자호구에 붙어있는 센서가 반응하지 않았고 득점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심판진은 뒤돌려차기 이후 넘어진 인교돈에게 감점을 내렸다. 다행히 인교돈은 남은 시간 동안 공격에 성공하며 결국 13 대 12로 경기에서 승리했다.
이 장면을 본 전문가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종현 KBS 아나운서와 손태진 KBS 태권도 해설위원은 중계 당시 인교돈의 발차기와 동시에 고득점을 기대한 듯 큰 소리로 호응했다. 이내 점수가 인정되지 않자 김 아나운서는 “뭡니까 이게. (인교돈 선수가) 넘어져서 감점만 받나요”라고 말했고, 손 해설위원은 “이 부분은 센서로 결정되기 때문에 득점이 안 올라가도 챌린지(비디오 판독) 신청을 못 합니다”라고 했다.
또 김 아나운서가 “보호대가 날아갔는데”라고 안타까워하자 손 해설위원도 “이런 부분이 아쉬운 거예요”라고 답했다. 이어 김 아나운서는 “(2004 아테네 올림픽) 문대성 선수의 발차기가 생각나는 통쾌한 발차기였는데 점수가 인정 안 됐습니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시청자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해당 경기 영상 클립에 한 네티즌은 “태권도가 왜 발 펜싱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다. 심판이 (펜싱처럼) 센서만 보고 판단한다”며 “옛날 태권도가 생각나 더 아쉽다”고 댓글을 남겼다. 다른 네티즌도 “태권도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늘고 있는데, 경기 방식은 후퇴하고 있다”며 “보기 힘들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교돈은 이날 동메달 결정전에서 슬로베니아의 이반 콘라드 트라이코비치(29)를 5-4로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