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꽃 / 김해정
그 오랜 기다림 속으로
이플 향기의 꽃이 피었다
단풍처럼 붉지 않고
장미처럼 향기롭지 않지만
말갛게 그리움조차
눈물로서 바람끝을 흔들어
차가운 밤하늘에
빛나는 하얀 별 무리 보석
그대의 눈망울처럼
설레여라 눈부셔라
햇살이 내리기 전
순백의 마음, 송이송이 피어주소서.
* 이플: 청순하고 소박한
순우리말.
겨울나무 / 김해정
무거운 고독의 생각
한 꺼풀 벗기고 보니 가벼워졌다
삭풍에 긁힌 상처
골패인 주름 사이로 서럽기만 하다
계절의 수액에 초록이 유난히 빛나던
지난날의 무성한 기억을 뒤로하고
아름답게 떠나는 것도
새로운 꽃 빛을 보기 위한 울림이라
산기슭 고요에 하얀 꽃을 피우는
겨울 초입의 상고대의 엷은 기다림
툭툭 치는 이별앞에
천개의 귀를 열고 소박한 풍경을 담는다.
배추의 연가 / 김해정
가을의 예쁜 풍경 곱게 담아
하늘의 미소를 품고
흙의 포근한 숨결을 느끼는
초록빛 기쁨 가득 채우고 싶었어
시린 바람에도
포기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사연들
온갖 고난에 속이 노랗게 변해가고
푸른 청춘이 자연 앞에 서 있다
묻지 마라.
돌처럼 단단해진 마음
씨앗이 뿌려질 땐 여리고 여린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풀빛으로
순하디순한 아기 배추였으니
살아남기 위한 명품의 속물
눈물겹도록 짠 내 나는 세상에
싱싱한 희망을 가득 채워야만
제대로 된 아름다운 생을 살았노라
응어리진 가슴 들춰내며
묶인 상처, 채 낫기도 전에
오감의 향기 풀물들이며
하늘 높이 훨훨 날아오른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김해정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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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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