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롤
박지영
축 처진 마음
납작해진 마음
헤어롤로 말아요
동그랗게
구겨진 마음
헝클어진 마음
헤어롤로 말아요
매끈하게
쳐다보지 말아요
이해하려 하지 말아요
괜찮다는 말도 말아요
삐져나가려는 마음까지 달래서
헤어롤로 말아요
한 올도 빠짐없이
단단해져라 단단해져라
헤어롤을 풀어도
축 처지지 않게
선생님 잔소리에도 끄덕없게
체육시간에 달려도 헝클어지지 않게
온몸 흔들며 웃어도 흐트러지지 않게
단단해져라 단단해져라
주문을 외며 학교로 가요
주사위의 꿈
공중에서 그대로 스톱!
또는
모서리로 착지한 채
그대로 스톱!
다들 입 벌리고 쳐다보겠지
놀라서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겠지
꿈인가 생시인가 팔을 꼬집어 보겠지
휴대폰을 꺼내 사진 찍고 난리 나겠지
SNS 올리고 댓글 다느라 정신없겠지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에 신이 나겠지
안 믿어 주면 어쩌나 걱정도 하겠지
그러는 사이
이기려는 마음은 새까맣게 잊겠지
오늘도 주사위는
장딴지 힘을 기르고
공중부양 연습 중입니다
그런 말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어요
그런 말하면 아줌마 기분 나빠 해
와! 아저씨 배가 남산만 해요!
쉿! 그런 말은 실례야
엄마는 내 말을 그런 말로 바꿨다가
그런 말 하면 못써
못 쓰는 말로 바꿔 버린다
저 공부 못해요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어떤 말은 잘못도 없이 부끄러운 말이 된다
나는 원래 말을 아주 많이 갖고 있었는데
자꾸 없어진다
없어진 말들은 모두 어디 있을까
비밀번호 걸어 둔 일기장에
친구에게 속삭이는 귓속말에
문자 보내느라 바쁜 엄지손가락 끝에
꼭꼭 숨어 있지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카페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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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롤 외 2편 / 박지영
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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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
24.04.29 08:3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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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조금 실망스럽네요. 물론 사견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