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의 문학 1
시정신 유희정신
- 어린이문학의 길 -
출간 2020년 2월 10일|판형 134×197|제본 양장|512쪽|25,000원
분야 어린이〉 아동문학론> 평론, 문학의 이해 > 비평론
ISBN 978-89-6372-304-4 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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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세월의 강을 건너온 고전의 힘!!
어린이 문학의 길잡이가 되는 책!
교육이 그 어느 시기보다 왕성하게 꽃피는 요즘이다.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법으로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교육행정당국은 현장의 다양한 시도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어린이의 삶이 나아졌다는 소식이나 어린이문학이 꽃피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모든 애씀과 수고들이 아이들에게 가닿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1977년 처음 나온 이오덕의 《시정신 유희정신》은 어린이문학이 건강성을 회복하는 잣대와 깃발이었다. 그 뒤로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며 어린이문학은 왕성하게 피어났고 아이들과 삶을 나누는 글쓰기가 꽃을 피웠다.
최근 글쓰기 공부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어린이와 문학은 자꾸 멀어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한책 읽기’ ‘온책 읽기’같은 활동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으나, 정작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어떤 책을 읽혀야 할지,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
어린이를 살리는 길 위에서 사유하고 살아온 이오덕의 산문과 시를 모아 ‘이오덕의 문학’으로 엮으며 그 첫 번째로 《시정신 유희정신》을 새로 펴낸 까닭이 이러하다. 참된 문학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지 고민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 리뷰
학교 다닐 때 ‘시’는 이해 못 할 갈래였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하고 시를 마주했을 때도 정말 막막했다. 그 막막함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삶에 바탕을 두고 자기 말로 풀어내는 진실한 글이 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제 시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내가 만날 때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요즘 온책 읽기, 온작품 읽기가 널리 퍼지면서 추천 목록을 찾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 관점으로 어린이문학 작품을 바라볼 것인지, 내 힘으로 고민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부산 수영초 교사 제정희)
《시정신 유희정신》이 예전에도 있었는데 학교 선생님들은 왜 몰랐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다. 시인이라면, 작가라면 최소한 시대를 알고 반영해야 한다. 아이들이라고 현실을 묻어 둔 채 이야기할 수 없다.
시인이 시정신을 가지듯이 교사는 교사정신을, 엄마는 엄마정신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양산지회 최광미)
책을 읽는 내내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시의 구별에서 어른이 쓴 시와 어린이가 쓴 시를 구별한 부분에서 놀랐다. 그 둘이 분명 다른데 지금껏 내가 혼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른의 시와 어린이의 시를 구별하고 나니 이해는 훨씬 쉬워졌다. 명쾌한 구분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 목포지회 이희정)
동시와 어린이문학의 주인은 말장난에 취한 어른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다. 진정한 ‘시정신’은 빼앗은 것을 돌려주는 일, 잘못된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새삼 사는 일과 시를 읽고 쓰는 일이 매한가지임을 깨닫는다. (양산 서창초 교사 김구민)
▒ 차례
1부 시정신과 유희정신
시정신과 유희정신
동시란 무엇인가
부정(否定)의 동시
진실과 허상
표절 동시론
모작 동시론
아동문학 작가의 아동 기피1
아동문학 작가의 아동 기피2
2부 아동문학과 서민성
열등의식의 극복
동심의 승리
아이들은 어떤 동화를 재미있게 읽는가
아동문학과 서민성
아동문학의 문제점
어린애 흉내와 어른의 넋두리
▒ 책 속에서
무엇보다도 시인으로서의 자각과 특질, 곧 높은 지성을 밑받침으로 한 ‘시정신’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우주 감각’이라 해도 좋고, ‘숭고한 미에 대한 인간의 열원’이라 해도 좋다. 자칫하면 모방과 정체 상태로 떨어지기 쉬운 형식성에 대해 끊임없는 자기 갱신과 탈피의 자세를 확보하는 일 또한 시인이 지녀야 할 특성이라 하겠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동시는 거의 대부분이 이러한 참된 ‘시정신’의 산물이 아닌 것 같다. 유아들의 의식 상태를 재미있는 말재주를 부려 흉내 낸 것을 동시라 하여 온 것 같다. 반세기 전 동요의 출발이 그러했고, 그 뒤 유아들의 귀여움이 어린이와 소년들의 귀여움으로, 명랑하고 재미스러운 놀이로 바뀐 경우에도 동시인들이 아이들을 거짓 꾸며 보이는, 곧 어린애인 척하는 태도로 동시를 쓰는 상태는 다름없었다. 동요 ‧ 동시라면 시란 느낌이 들지 않고 뭔가 치졸스런 아이들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는 인상을 누구에게나 주는 것이 이 때문이다.
(11〜12쪽)
‘아름답다’는 것은 어떤 사물에서 진실이 충만해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진실이 없이 아름다움이 있을 수 없다. 껍데기만의 사치나 호화로움이 참된 아름다움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작품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알리기 위해서 어린이문학 작가들은 어린이를 속이지 말아야 하며, 사실을 밑뿌리로 한 진실의 꽃과 열매를 창조하여 보여 주어야 한다. 진실만이 어린이를 감동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문학은 어린이에게 주는 것, 동시는 어린이의 참된 성장을 위해 쓰는 것이다. (72쪽)
동시는 먼저 시가 되어야 하고, 그 위에 다시 동시로 되어야 한다. 동시가 된다는 것은 ‘동시다운 것’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답다’는 것에서 끊임없이 탈피해야 시를 획득할 수 있다. 동시의 세계는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세계여야 할 것이지, 결코 시인의 머릿속에서 짜낸 관념이나 공상이나 심리의 장난 같은 것이어서는 안 된다. (88쪽)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는 많은 사람들이 그 생활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문제를 재미있는 얘기로 짜서 간결한 문장으로 들려주는 작품이다. 어린이들이 싫어하는 작품은 어린이의 세계에서 느낄 수 없는 어른들만의 생각이나 생활을 그린 것, 무엇을 쓰려고 한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시한 얘기, 다만 문학작품을 쓰기 위해서 썼다고 할 수밖에 달리 말할 수 없는 작품, 아이들을 장난감으로 여기고 쓴 것, 공허한 내용을 황당한 문장으로 꾸며 놓은 것, 아이들을 얕잡아 보고서 함부로 아무렇게나 써 놓은 불성실한 작품, 이런 것들이다. 아이들은 작품을 순박한 태도로 읽고 받아들인다. 아이들이 감동을 받는 작품이라면 어른도 읽을 맛이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는다면 그 작품은 잘된 작품이요, 성공한 작품이라 보아야 한다. 아이들을 믿어야 하고 믿을 수밖에 없다. (404쪽)
흔히 어린이문학은 동심의 문학이라고 하지만, 이 동심이란 것을 좀 깊이 추궁해 본 일이 우리에겐 없었다. 그저 막연히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마음’ 정도로 만족해 왔다. 그러나 어린이문학이 동심을 찾고 동심을 키우고 동심을 보여 주는 동심의 문학인 것이 사실이라면 ‘순진무구한 세계’라고만 간단히 말해 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동심의 정체를 꼭 어떤 형상으로 고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의 성격·자세·지향 같은 것을 문학을 창조하는 작가의 세계에서 제 나름대로 체득해 놓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
우리는 이 말의 참된 뜻을 찾아내어 밝혀야 하는 것이다. 참된 동심의 뜻을 찾아 가진다는 것은 참된 어린이문학의 세계와 그 이념을 파악하는 것일 수 있으니까.
동심은 어른들의 장난감도 아니고, 옛날을 회상할 때 잠기는 늙은이들의 그리운 세계도 아니다. 그것은 삶의 터전에서 온갖 부정과 역경과 싸우면서 끝내 지켜 나가는 순수한 인간 정신이며, 끊임없이 자라나는 선의 마음 바탕이며, 온 민족의 어린이와 어른의 마음 바다로 확대해 갈 수 있는 정심(正心)이며, 문학에서 가장 효과 있게 키워 나갈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473〜475)
▒ 글쓴이
이오덕
1925년 11월 4일에 경북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에서 태어나 2003년 8월 25일 충북 충주시 신니면 무너미 마을에서 세상을 떠났다.
열아홉 살에 경북 부동공립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해 예순한 살이던 1986년 2월까지 마흔두 해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스물아홉 살이던 1954년에 이원수를 처음 만났고, 다음 해에 이원수가 펴내던 <소년세계>에 동시 ‘진달래’를 발표하며 아동문학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 뒤 이원수의 권유로 어린이문학 평론을 쓰게 된다. 1973년에는 권정생을 만나 평생 동무로 지냈다.
우리 어린이문학이 나아갈 길을 밝히기 위해 1977년에 어린이문학 평론집 《시정신과 유희정신》을 펴냈다. 이 책에서 절대 자유의 창조적 정신을 발휘한 어린이문학 정신을 ‘시정신’, 그에 반하는 동심천사주의 어린이문학 창작 태도를 ‘유희정신’이라 했으며,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어린이문학의 ‘서민성’을 강조했다. 또한 모든 어린이문학인이 새로운 문명관과 자연관, 아동관에 서지 않고서는 진정한 어린이문학을 창조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어린이문학의 발전을 위해 작가들과 함께 어린이문학협의회를 만들었으며, 어린이도서연구회를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탰다.
▒ 출판사 책 소개
어린이문학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 길이 되는 책
어린이와 어린이문학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은 이오덕의 평론집이 새롭게 세상에 나왔다. 《시정신 유희정신》은 1977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문단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널리 읽혀서 화제가 된 책이다. 어린이란 어떤 존재인가,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진지한 고민과 노력은 어린이문학가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동심이란 무엇인가, 동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아이들은 어떤 문학을 좋아하고 바라는가, 아동문학가들은 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가, 참된 문학의 길은 무엇인가!’
아이들이 책보다 영상을 찾고 있고, 제대로 된 책 한 권 읽어 내는 게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이야기(문학)에 대한 갈망이 있고, 그것을 찾고 있다. 이야기에 흠뻑 빠져 본 아이들은 제 나름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거기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다. 끝없는 경쟁에 시달리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이런 아름다운 경험이 필요하고,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다.
“문학으로 어린이를 키워 가는 일에 작가와 교사와 부모가 합심하고 협력하는 작업이 우리의 새로운 과업으로 자각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그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고 많은 것들이 변해 가고 있지만 문학의 본질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아이들 바탕에 흐르는 마음이 달라졌을까? 그 바탕을 사유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치열하게 지금의 ‘어린이’를 알아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피고 아이들의 마음을 일깨울 문학을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본성을, 인간의 본성을 문학 안에서 찾아 밝혀 놓아야 한다. 끝없이 되묻고 사유할 수밖에 없다. 그 사유의 첫걸음이 《시정신 유희정신》이 될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온책 읽기’로 독서 교육을 절실하게 있다. 지금 이때 ‘아이들’과 ‘어린이문학’을 다시 고민해 볼 수 있게 하는 책,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책 한 권 읽히고 싶은 교사나 부모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며 어린이문학의 길에 첫발을 내디디는 사람에게도, 그 길에서 잠시 방향을 잃은 사람에게도, 길이 되어 줄 것이다.
어린이가 없는 어린이문학이 있을 수 없는데도 우리는 지금까지 어린이 문제를 한 번도 논의한 일이 없다.
우리가 쓰고 있는 동화와 시를 읽어 줄 아이들, 그 아이들은 과연 어떤 아이들인가?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살아가기를 권하고 있는가?
_이오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