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계절은 부재로 완성된다
뛰기도 날기도 하는 단단한 관절의
여치는 가을이 오기 전에 떠났다
무릎이 가슴까지 올라오는 자세로
간이 의자에 앉아 석양처럼
버스킹을 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기울어 있었다
바구니에 지폐가 놓이지 않아도
그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객석에는 사람이 없었다
남겨진 자리에는
그림자처럼 허공만 깊이 앉아 있었다
남자가 해변의 부재에서 부재의 해변을 노래하면
다시 더위가 시작되던 해변
햇살의 다리는 짧아지고
저녁은 더 길게 그녀를 감싼다
그러나 가까스로 붙잡은 파도 소리마저
곧 손가락 사이로 흩어져 버리는 가을
지는 초승달 끝에 매달린 고독이
낙옆처럼 흔들린다
바람이 지나가는 공중에서
그녀는 그녀 안의 텅 빈 더위를 발견한다
계절은 언제나 떠나는 편에 서 있다
머물기를 거부하는 노래를 부르며
여치의 관절로 해변을 걸어간 남자는
무너짐으로써 파도를 남겼다
완성은 채움이 아니라 결핍이라는 것을
부재는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존재가 남기는 가장 또렷한 흔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때
이제 가을도 떠난다
떠남으로써 가을은 가을이 된다
텅 빈 계절은 부재로 완성된다
*김인숙-‘월간문학’ 시 등단, 신라문학대상, 석정촛불시문학상 외 다수 수상, 경북문인협회 사무국장 및 부회장 역임, 낙동강문학관 운영위원, 구상문학관시동인 <언령> 지도교수, 시집 “꼬리”, “눈부신 창문”, 논문 “구상 시인의 생애와 왜관 낙동강”외 다수.
*위 시는 문학세계 2026년 5월호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