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를 팔다
성승철
나는 천극산 왕지아파트 419호 애완견이다
419호가 내 주인이고
애들이 내 목줄이다
출근 전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두 번 꼬리를 흔들어 준다
같은 애완견이지만 앞 동 로얄패밀리의 애완견에 비하면
나는 처지가 나은 편이다
그들은 성대를 팔아 아침을 먹고
꼬리를 팔아 저녁을 먹는다
그게 안 통하면 성기까지 내놓는다
지난해부터 포털과 SNS 골목이 뜨겁다
누군가에게 판매가 금지된 꼬리를 판 애완견들이 잡혔는데
한쪽에선 좋아서 꼬리만 흔들었을 뿐이라고 우기고
다른 쪽에선 가죽과 꼬리만 남기고 목줄과 몸통이 사라졌다고
아우성이다
불을 끄려면 유혹한 목줄과 몸통을 잡아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려면 100년도 넘게 걸릴 것이고,
꼬리가 꼬리를 자르는 바람에 세상은 계속 시끄럽고
시신들이 떠난 밤 공동묘지처럼 암울하다
법전에도 “애완견이 꼬리를 흔들면 벌한다”는 조항을 끼워야 하는데 인간의 범죄에 개가 끼면,
학계와 법조계는 으르렁거리는 개판이 될 것이고
꼬리 없는 개들의 교도소도 여럿 지어야 할 것이다
잡히지 않으려면 모두 목련꽃 7번지로 숨어라
뒤에서 늘 비굴하게 비위나 맞추며 살랑거리던 꼬리가
지금처럼 우리를 지배하며 목줄을 잡고 흔든 적이 있었던가
당신과 내가 서로의 꼬리가 되어 술래잡기를 하던
그리운 매화동산의 해치(獬豸)는* 어디로 갔는가
우리의 해치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먼 옛날부터 하나둘 무장을 다져온,
팔아도 팔아도 계속 자라나는,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그것,
목하, 애완견의 세상이다
———
* 해치: 선악을 구별하고 정의를 지키는 전설 속의 동물.
—《유심》2014년 5월호
------------
성승철/ 2009년《유심》등단. 현재 순천문인협회 부회장. La-caes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