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무장님 저서에서 나오는 최초법사가(경매 감정가)에 대해 법인을 퇴사한 감정평가사가 솔직·담백하게 씁니다.

[작심]

안녕하세요 부동산을 좋아하는 작심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경매 제일 잘하는 남자, '송사무장'님을 참 좋아해요. (대뜸)

 제가 감정평가 법인에 다니고 있을 때 저도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송사무장님의 저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법인 업무가 끝나면 집이나 회사에서 '송사무장의 부동산 경매의 기술', '송사무장의 실전 경매'를 시간이 날 때마다 읽었습니다. 

경매 감정평가 업무는 많이 해왔지만 송사무장님이 쓰신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의 경매 서적은 제겐 신세계였어요.

 송사무장님의 책은 재미있는 격투 경기를 보는 것과 같았어요. 사전조사, 현장조사(임장)를 하는 과정에서 허위 선순위임차인과 허위 유치권을 판단하고 명도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명도를 깔끔하게 진행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죠.

 재미있게 송사무장님 책을 보다가 이런 사례가 나왔어요. '송사무장의 부동산 경매의 기술' 중 P228 '대부도 포도밭 낙찰기' 인데요. 대략적인 내용은 실제 가치가 높으나 저가 경매 평가된 물건을 송사무장님과 소유자가 여차여차해서 낙찰을 받아 고수익을 창출한 내용입니다.

 실제로 경매 절차가 진행되면서 결정되는 최초법사가(경매 감정가)는 낙찰가와 차이가 있어 믿을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송사무장님 책을 본 뒤 문득 하나의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최초 법사가(감정가)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솔직 담백하게 말씀드리면 감정평가가 허투루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렇게 작성했습니다. 글솜씨가 없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Ⅰ. 법원의 의뢰 및 업무 배정

 채권자가 법원에 경매신청을 하면 법원은 감정평가법인 혹은 개인감정평가 사무소에 의뢰합니다.

 의뢰가 회사에 도착하면 업무 배정을 합니다. 개인 사무소의 경우 지정 법원 감정인이 직접 처리하겠지만 중소형 및 대형 감정평가 법인의 경우는 다릅니다. 배정을 담당하는 직원이든지 업무이사가 있어 그 경매 물건을 수습 감정평가사 혹은 감정팀 직원에게 배정합니다. 물론 물건의 난이도가 높으면 소속 감정평가사에게 배정합니다.(참고로 말씀드리면 수습 평가사는 회사에 입사해서 약 1년가량의 수습 기간을 거쳐 소속 전환이 됩니다.)

 특히 법인의 경우 지정 법원 감정인이 직접 경매 평가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감정평가서를 작성할 때 가격 심사부와 평가액 검토, 작성된 평가서의 오탈자 검토를 받는 절차가 있어서 최종적인 감정평가서는 지정 법원 감정인 또는 숙련된 감정평가사의 검수 하에 작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판례에 따르면 업무를 유치한 감정평가사가 직접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 현장조사자를 따로 있어도 문제가 없다(대법원 1982. 10. 12. 선고 82도988 판결)는 판결이 있는데요. 이것은 이러한 절차를 고려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Ⅱ. 사전조사(물건의 종류 확인, 공부 서류 확인, 가격 조사, 도면 발급)

 배정받은 평가사 혹은 직원은 사전조사를 시작합니다. 먼저 의뢰서에 기재된 물건 종류(아파트, 다세대, 토지, 상가 등)를 확인합니다. 가끔 공유 지분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엔 지분만의 감정평가를 의뢰하기도 하죠. 의뢰서, 명령서에 기재된 물건 목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담당 이사님(법인에서는 경력이 쌓이면 출자를 통해 '이사'가 됩니다.)께 크게 혼납니다.

 물건의 종류를 확인하고 공부서류(등기사항전부증명서, 토지이용계획확인서, 대장, 지적도 등)를 발급합니다. 요새는 공부 서류를 통합 PDF로 전환해주는 시스템(유료)이 있어서 편하게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이게 없으면 정부 24에 일일이 발급하는 귀찮음이 있었어요. 공부 서류 발급은 보통 보조해주시는 직원이 뽑아주십니다. 발급받은 공부 서류를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물건의 상태와 권리 분석을 합니다. 기타 특이사항(위반건축물인지, 등기와 대장 면적이 일치하는지 등)도 면밀히 살핍니다.

 ​공부 서류를 확인했으면 가격 조사를 합니다. 감정평가사는 한국감정평가협회나 한국감정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조사할 수 있습니다. 물건의 실거래가를 지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본 물건 또는 인근 유사한 물건의 감정평가 전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건의 실거래 금액, 평가 전례를 먼저 확인하고 인근의 실거래가 및 전례 금액을 파악합니다. 본건의 감정평가 전례가 있다면 참고할 수 있어 평가가 훨씬 수월합니다.

 가격 확인을 한 후 현장을 가기 전에 도면 발급을 받습니다. 건물 도면 발급은 구청에서 받아야 하는데 물건 소유자의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평가사가 임의로 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경매 평가의 경우는 특수하게도 의뢰 후 우리에게 보내오는 법원의 명령서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소유자에게 도면을 떼어 달라고 요청하거나 위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법원의 경매 절차가 진행되면 그땐 법원의 명령서가 공신력을 인정받아 감정평가 시에 발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도면을 발급받았으면 현장을 나갈 준비가 된 겁니다.

Ⅲ. 현장조사(내부 확인을 위한 노력, 중개사무소에 가격 다시 확인)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감정서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물건에 인접한 도로 사진, 물건의 전경 여러 장 찍고 내부를 확인할 준비를 합니다. 경매 평가의 경우 감정평가요항표에 대부분 임대관계 미상으로 기재가 됩니다. 감정평가사는 최대한 소유자 또는 관계인(세입자)와 만나 임대 여부를 확인하려고 노력하지만 협조가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법원은 경매 절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임대관계 확인을 생략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감정서 작성 시 '임대관계 미상임.'으로 기재하는 것입니다.

 물건을 현장에서 본 후 들리는 곳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입니다. 실거래 신고로 이루어진 금액도 확인하고 감정평가 전례도 확인한 후 평가액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참고를 하기 위하여 이 주변에서 오래 계신 소장님의 의견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그런데 잘 안 알려주시는 경우가 빈번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감정평가사에게 물건에 대한 가격이나 임대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고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자제를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정 많으신 소장님들은 조금씩 도움을 주시기도 하세요. 박카스를 드리든 가장 탐문(손님인 척하는 탐문조사법)을 하든 능력껏 소장님께 대략적인 가격을 확인하고 가격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중개사무소를 나와 법인으로 복귀합니다. 이렇게 되면 험난한(?) 현장조사가 끝이 납니다.

Ⅳ. 감정평가서 작성 및 발송

 법인에 돌아와서 물건에 대한 사항을 공부 서류와 현장조사 시 얻은 자료를 확인하여 감정평가서에 써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감정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면적과 권리관계 그리고 감정평가금액에 오기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작성을 한 후 검토를 수차례 반복합니다. 면적이나 금액이 틀리면 바로 나타는 곳이 '감정 평가표'나 '감정평가 명세표'입니다. 다른 곳은 틀려도 이 부분은 절대 틀리지 말라고 귓구멍에 딱지가 앉도록 수습 기간부터 계속 듣죠..

 작성을 마치면 법원 감정인인 담당 이사님께 찾아갑니다. 이사님께 물건의 개요를 간단히 설명하고 위치도(상세 위치도)를 보여드리면서 내 가격에 대한 논리를 이해시킵니다. 이사님께 내 금액에 대한 확신을 시켜드리면 면적이나 권리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감정 평가표'에 사인을 합니다. 이 사인의 의미는 금액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고, 혹여나 해당 물건의 재산상 손실이 발생하면 재판에서 법원 감정인으로서의 소명을 다 한다는 뜻으로 무게감과 책임감이 큽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법인 내 심사부에서 한 번 더 확인을 받습니다. 심사본부장님께 한 번 더 확인을 받고 심사 사인을 받아야 감정서가 완성됩니다. 여담으로 대형 감정평가 법인의 경우 심사부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개인 사무소나 중소형 법인에 비해 금액이나 면적, 권리관계의 오류가 덜합니다. 이건 경매 평가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의 평가에도 적용됩니다.

 완성된 감정서는 PDF로 전환하여 '전자소송 홈페이지'에 록하고 실물 감정서는 3부 출력합니다. 2부는 법원에 발송용이고 1부는 원본실에 보관하기 위함입니다. 법원에 등기로 2부를 기한 내에 발송하면 비로소 경매 감정평가 의뢰에 대한 업무를 마치게 되는 것입니다.

대법원 홈페이지나 각종 유료 경매 사이트에서 확인하시는 경매 감정서 PDF 자료와 최초법사가는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최초 법사가(감정가)는 믿을 게 못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으십니다. 하지만 법원에 의뢰를 받은 이후엔 감정평가사 또한 공무원과 같은 책임감을 갖고 경매 평가에 임합니다. 여러분들이 보시는 최초법사가는 주어진 기한 내에 실거래가와 감정평가 전례를 충분히 분석 후 현장조사하고, 여러 번의 검토가 이루어진 후에 결정되는 감정평가액입니다.

 다만, 이러한 경우는 있어요. A라는 물건이 경매 대상 물건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A1, A2가 A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A1이 5억, A2가 2억에 거래되었습니다. 감정평가 전례를 살펴봐도, 인근 소장님들께 여쭤봐도 어느 금액이 타당한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5억에 가까운 금액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A라는 물건이 2~5억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면 2억보단 5억에 가깝게 감정평가액을 결정하는 것이 채권자의 채권 회수가 수월할 것이고 그에 따른 재산상의 피해가 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억에 가깝게 감정평가하면 이러한 결정에 따른 피해가 채권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낮게 평가한 감정평가사에게도 구상금의 피해가 있습니다.)

 "경매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되는 최초 법사가(감정가)는 믿지 못한다, 대충 감정한다"라는 오해가 조금은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올려봤습니다.

이상 부동산을 좋아하는 작심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규지애]

감정평가에 대한 좋은글 감사합니다

[작심]

은규지애님 안녕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평꼬장]

많은절차가 있네요,,

[작심]

쉽고 편안하게 읽으실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여행)]

비록 퇴사하셨어도 업무 진행시 가지셨던 사명감과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덕분에 또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작심]

세상여행님 안녕하세요:) 경매평가 했을 당시엔 사인을 할 수 없는 위치라 잘 몰랐어요. 그런데 직접 사인을 할 때가 되니 책임감과 압박감이 몰려왔어요 하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월삼천박사]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작심]

안녕하세요 월산천박사님 늦은 시간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부자콩알]

자세한 감정평가 과정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심]

안녕하세요 알부자콩알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

[겁나]

정성스런 글 감사합니다 과정이 많고 복잡하네요 성격이 꼼꼼해야 정확히 할 수 있는 일이군요 잘 배웠습니다 ^^

[작심]

안녕하세요 겁나님! 맞아요 ㅠ 성격이 꼼꼼해야 잘 할 수 있는 직업인데 저는 조금 덜렁대는 사람이라 일할 때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크서정]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