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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끝나지 않은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터사랑(김승규)
역(逆) - 양병집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포수에게 잡혀 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시퍼렇게 멍이 들은 태양 시뻘겋게 물이든 달빛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한여름에 털갑장 장수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뜨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 눈물을 삼킨다
남자처럼 머리깍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백화점에서 쌀을 사는 사람 시장에서 구두사는 사람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땅꾼에게 잡혀온 독사만이 긴 혀를 내민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 김광석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돛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 한숨을 내쉰다
남자처럼 머리깍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가방없이 학교가는 아이 비 오는 날 신문 파는 애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붕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백화점에서 쌀을 사는 사람 시장에서 구두 사는 사람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겨울 수영복장수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에드벌룬 떠있건만
독사에게 잡혀 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 두른다
독사에게 잡혀 온 땅꾼만이 긴 혀를 내 두른다
It ain't no use to sit and wonder why, babe
It don't matter, anyhow
And it ain't no use to sit and wonder why, babe
If you don't know by now
When your rooster crows at the breaks of dawn
Look out your window and I'll be gone
You're the reason I'm traveling on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It ain't no use in turning on your light, babe
That light I never knowed
And it ain't no use in turning on your light, babe
I'm on the dark side of the road
But I wish there was somethin' you would do or say
To try and make me change my mind and stay
We never did too much talking anyway
So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It ain't no use in calling out my name, gal
Like you never done before
It ain't no use in calling out my name, gal
I can't hear you any more
I'm a-thinking and a-wond'rin' walking down the road
I once loved a woman, a child I'm told
I give her my heart but she wanted my soul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So long honey, babe
Where I'm bound, I can't tell
Goodbye's too good a word, babe
So I'll just say fare thee well
I ain't saying you treated me unkind
You could have done better but I don't mind
You just kinda wasted my precious time
But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 Bob Dylan
가만히 앉아서 고민해봐도
날이 밝아 수탉이 울 때
불을 밝혀도
난 아직도 우리가 함께 하거나
내 이름을 크게 불러도
그 길을 가며
[동영상]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 에릭 클랩튼 & 밥 딜런(Eric Clapton & Bob Dylan) <-- 공연/동영상 자료모음 게시판에 있습니다.
아무 소용 없어요
어찌 됐든 상관 없어요
당신이 아직도 깨닫지 못한다면
가만히 앉아서 고민해봐도
아무 소용 없어요
창 밖을 바라 보면
난 떠나고 없을 거예요
내가 방랑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한가지는 당신 때문이에요
고민하지 말아요, 괜찮아요
아무 소용 없어요
난 그런 불빛은 알지 못해요
불을 밝혀도
아무 소용 없어요
나는 어두운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나눌 대화가 있었으면 해요
내가 다시 돌아 오도록
내 마음을 바꿔 봐요
우리는 대화도 충분히 나누지 못했잖아요
고민하지 말아요
당신께 내 마음을 드리겠어요
고민하지 말아요
당신께 내 영혼도 그리겠어요
아무 소용 없어요
당신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죠
내 이름을 크게 불러도
아무 소용 없어요
나는 어두운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난 생각에 잠겼어요
아이같은 한 남자를 사랑했었죠
그에게 마음을 주었는데
그는 내 영혼까지도 원해요
고민하지 말아요, 다 괜찮아요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 Peter, Paul & Mary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 Joan Baez & Indigo Girls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다
유신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는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병영이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5.16 쿠데타 이후 민간인 흉내를 내 보려던 군부정권은 이 시기에 이르러 '군부'의 본색으로 완전히 되돌아갔다. 즉 높은 사람 하나가 지나가는 말로 "나는 국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하면 하루 아침에 그 일대의 국화가 모조리 뽑혀버리고 마는 그런 본색으로 회귀한 것이다. 박정희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본인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 노래도 여러 곡이 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취향과 주관이 뚜렷했고 좋아하는 노래와 싫어하는 노래의 구분도 명확했다고 한다. 이런 그가 자신의 충실한 심복들 앞에서 "저 노래는 왜 저 모양이야?"라고 한마디라도 했다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익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지곡은 유신시대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었다. 그러나 '창법미숙'이나 '허무감 조장' 같은 것이 금지곡의 사유가 될 수 있었던 때는 오직 유신시대 밖에는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박정희의 귀에 거슬리는 노래는 만들지도 못하고 부르지도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양병집의 데뷔 앨범 [넋두리]는 유신정권이 한창 기세를 높이던 1974년 3월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 앨범은 발표 3개월만에 금지처분을 받고 전량 수거되었다. 이 앨범의 무엇이 유신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는지를 밝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단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조소하는 듯한 눈초리에 담배를 꼬나 문 양병집의 얼굴은 그들에게 분명 불손하고 반항적인 모습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의 거만한 듯 냉소적인 목소리도 그들의 귀에 곱게 들렸을 리 없다. 가사에 담긴 촌철살인의 풍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양병집은 흔히 한대수, 김민기와 함께 한국의 3대 저항가수 중 한 명으로 불린다. 그리 정확한 분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밥 딜런(Bob Dylan)이나 피터 폴 & 매리(Peter Paul & Mary)가 저항가수로 분류되는 맥락이라면 굳이 부정할 이유도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분류법으로 인해 이들 간의 차이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들 세 사람 사이에는 공통점 이상의 확연한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김민기가 지사적 풍모의 서정시인이고 한대수가 이상주의적 히피라면 양병집은 신랄한 언어의 풍자가다. 김민기가 토착적 정서에 기반한 한국적(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포크를 추구했고 한대수가 현대적이고 자유분방한 미국식 포크를 연주했다면 양병집은 아메리칸 포크의 원곡에 한국 현실을 빗댄 가사를 붙이는 절충적 작품활동에 주력했다.
양병집의 언어에는 시퍼런 날이 서있다.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right"에 한글 가사를 붙인 그의 대표작 "역(逆)"은 날카롭게 벼려진 그의 언어가 가장 섬뜩하게 드러나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도입부에서 이 곡은 단지 동화적 상상력으로 채색된 재미있는 노래일 뿐이다. 그러나 이 곡의 말미에 도달하면서 그는 깊숙이 숨겨놓았던 비수를 예리하게 꺼내 든다. "백화점에서 쌀을 사는 사람/시장에서 구두 사는 사람…" 지금까지 초현실의 세계를 부유하던 이미지들은 이 한 줄의 가사에 의해 느닷없이 현실로 곤두박질치고 모든 것은 불현듯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무작정 상경한 시골 젊은이의 입을 빌어 도시 속에서의 인간 소외를 노래한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 원작의 "서울하늘(1)"도 그의 언어가 빛을 발하는 곡 중의 하나다. '나도 돈 좀 벌고싶어서/나도 출세 좀 하고싶어서/일자리를 찾아봤으나/내 맘대로 되지 않습디다…' 양병집의 소박한 언어 표현은 청년의 순진한 소망을 짓밟아 버리는 도시의 비정을 더욱 사실적으로 드러내는데 효과를 발휘한다. '아! 두 번 다시 안올랍니다…' 청년의 도시 순례기는 이 짧은 탄식으로 끝을 맺는다. 비록 찰나에 불과한 탄식이지만 여기에 깃든 염증과 혐오의 밀도는 이 곡 전체에 대한 충실한 요약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금지곡 파동에 희생 당하면서 전설로 격상되기는 했지만 솔직히 이 앨범은 음악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가장 큰 아쉬움은 양병집이 지닌 풍자가로서의 면모가 일관되게 추구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총 10개의 수록곡 중에서 그의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이는 노래는 기껏해야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잃어버린 전설", "아가에게", "나는 보았지요" 등은 현경과 영애가 불렀으면 더 잘 어울렸을 법한 포크 발라드 곡들이고 우디 거스리의 "This Land Is Your Land"를 번안한 "너와 나의 땅"은 그의 노래치고는 지나치게 씩씩하고 '건전한' 곡이다. 양병집의 풍자가 빛을 발하는 곡들을 보면 주로 외국곡을 번안한 작품들, 그 중에서도 밥 딜런, 우디 거스리, 피트 시거(Pete Seeger) 등의 번안곡들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피터 폴 & 매리처럼 다소 성향이 다른 아티스트의 번안곡은 물론 그의 자작곡들에서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예리한 풍자는 좀처럼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그의 풍자가 지닌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비록 풍자적인 가사로 이름을 날리기는 했지만 양병집은 자신의 풍자 정신에 적합한 자기만의 음악적 어법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따라서 그는 외국 대가들의 어법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이에 의존하지 않을 때는 당시 한국 포크의 통상적이고 습성화된 어법에 쉽사리 발목을 잡혔던 것이다.
이 앨범이 지닌 또 하나의 문제는 노래와 연주의 심각한 부조화다. 세션을 맡은 동방의 빛이 수많은 앨범에서 탁월한 연주를 들려준 한국 최고의 스튜디오 밴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서의 실맏러운 연주는 다소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양병집 자신도 "강근식의 기타는 내 노래와 잘 맞지 않았다"고 술회한 바 있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기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앨범에서 양병집과 동방의 빛의 호흡은 한마디로 물과 기름이다.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 최소한의 의견 교환이라도 이루어졌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소낙비"에서 강근식이 연주하는 기타 필인은 양병집의 보컬을 계속 차단하면서 거북한 장면을 연출하고, "너와 나의 땅"에 나오는 쳇 앳킨스(Chet Atkins) 풍의 기타는 단순하고 소박한 원곡에 지나칠 정도의 세련미를 부과한다. 이호준의 키보드가 만들어내는 현대적 사운드도 "타복네"의 토속적 정서와 끊임 없이 충돌을 일으키고, "아가에게"에서는 급기야 노래방 수준의 싸구려 센티멘탈리즘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이 앨범의 '강요된' 실패 이후 양병집의 음악인생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두번째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6년을 기다려야 했고 세번째 앨범이 나오는 데는 그로부터 또 5년이 소요되었다. 그리고 이 두 앨범은 모두 상업적 참패를 면치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의 팬들 조차 이 앨범들을 크게 반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넋두리] 이후 긴 세월을 경과하면서 양병집이 지닌 풍자의 칼날은 크게 무뎌져버린 것이다. 이는 [넋두리]로 야기된 고초를 감내하면서 도달한 삶의 깨달음 때문일 수도 있고 인생의 연륜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인생관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는 풍자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한국 대중문화의 성향 탓일지도 모른다. 양병집과 서유석 이래로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한국에는 아직도 이렇다 할 풍자가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비판적이거나 저항적인 음악인들은 많지만 그들 대부분은 지루할 정도로 진지하거나 진지한 척 한다. 하긴 코메디언이 농담 삼아 한 얘기를 가지고도 명예훼손 운운하며 흥분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풍자가 발을 붙일 수 있겠는가?
어렵게 내놓은 앨범들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양병집은 이제 거창한 음악적 야심을 추구하기 보다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만족하게 된 듯 하다. 1985년의 [넋두리 II] 앨범 이후 그는 그 동안 발표된 자신의 레퍼토리를 다시 부르는 것이로 음악활동의 여생을 보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넋두리]의 음악적 불만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도 없지 않다. 실제로 그가 다시 녹음한 "타복네", "소낙비", "서울하늘(1)" 등은 [넋두리]에 실린 오리지널보다 훨씬 나은 음악적 결과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만시지탄에 불과한 것이다. 비록 후기의 버전들이 듣기에 더 좋다고 해도 한 시대의 표현으로서 [넋두리]가 지닌 특별함은 다시는 재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앨범으로서의 [넋두리]는 짧고 기구한 생을 살았다. 그러나 그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한소리, 노래얼, 메아리, 울림터 등 각 대학 노래패의 노래집에 악보의 형태로 살아 남아 영원한 생명을 부여받았다. 포크가 음악이기 이전에 노래고, 듣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부르기 위한 것이라면, [넋두리]는 한국 포크 사상 이러한 포크의 본질을 가장 충실하게 체현한 작품의 하나임이 틀림없다.
2002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