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sapiens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 접두어가 많습니다.
하지만 ‘책임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서술은 못 보았는데
이 책을 읽고 정리하는 동안 그 말이 내 안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정리하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동안
안에서 꿈틀거리던 그 말이 마침내 입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크고 작은 일을 저지르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에 대해는 나 몰라라 하는 비겁함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데,
자신을 못 보고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한 데서
그 부끄러운 인간의 모습은 구체적인 얼굴을 내놓습니다.
결국 Homo sapiens 앞에 붙일 접두사는
어쩔 수 없이 ‘무책임하여 비겁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아직도 인간의 최종적 현주소는 ‘부끄러움’이라는 것,
안타깝지만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의(正義)라고 하는 것의 의미가 비로소 분명하게 보입니다.
그것은 ‘서로 책임지는 것’,
그렇게 서로 책임을 질 때 비로소 정의로운 세상이 가능해진다는 것,
특히 책임은 더 힘이 있는 쪽이 그만큼 더 져야 한다는 것도
여기서 분명해집니다.
원자의 구조를 명확하게 밝혀냈던 화학적 인간은
“물리학 이외의 과학은 우표수집에 불과하다”고 말했던
Ernest Rutherford에게서 구체화되고
그것이 갖고 있는 물리적 구조를 밝혀낸 Albert Einstein,
이후 제임스 채드윅과 엔리코 페르미,
리제 마이트너, 오토 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로버트 프리시, 닐스 보어, 마크 올리펀트, 폰 노이만,
그리고 로버트 오펜하이머로 이어지는 핵무기 개발의 이력서,
거기 독일의 나치즘과, 그에 대응한 영국과 미국,
이후 핵보유국이라고 하는 수많은 나라들,
그와 함께 선악의 문제가 혼란스러워져 찬반 양론으로 대립되어 있는
핵발전소 문제까지 살피는 일은
부끄러움과 답답함이 뒤얽힌 분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확인하게 된 이 책은
물론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한마디를 내놓기는 하지만
그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핵 개발의 이야기에 못지 않게
인류가 어디서부터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의 끝이 어디인지를 밝혔더라면
그야말로 이 책은 “위대한 첫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참 좋은 책이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행간의 여백에 충분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말해도 될 것입니다.
내가 그것을 읽었으니, 다른 사람도 읽으면서 확인하지 않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