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동안 주저앉아 불안감을 가라앉히니 어지러움은 줄어들었다. 다음 날 아침, 똑같은 증상이 재발했다. 이번에는 쉬어도 가라앉는 맛이 없었다. 혹시 뇌졸중 초기 증세는 아닐까 하여 동네 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신경학적 이상은 없다고 했다.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어지럼증 약을 처방했다. 이후 증세는 다소 진정됐다. 그러다 며칠 후 아침 알람 소리에 어지러움은 다시 심해졌다.
그의 증세 원인이 밝혀진 것은 이비인후과였다. 귀의 평형기관에 탈이 났다. 우리가 밟는 땅이 편평한 지 아니면 한쪽으로 기울었는지 알려면 간단하다. 물을 부으면 된다. 중력에 따라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수평계의 원리다. 쟁반에 작은 구슬을 뿌려 놓고, 움직임을 봐도 경사도를 알 수 있다. 평형 측정의 원리다.
우리 몸은 이 두 가지를 이용해 평형감을 갖는다. 귀 안쪽에 있는 평형기관에는 액체가 흐른다. 마이크로 단위의 구슬들도 들어 있다. 이 둘의 움직임과 기울기에 따라 사람은 회전, 수평, 수직, 가속 감각 등을 느낀다. 김 부장의 문제는 구슬의 위치에 있었다. 이른바 이석증(耳石症)이다. 얌전히 '쟁반'에서만 놀아야 할 구슬(이석)들이 주변의 엉뚱한 곳으로 굴러 들어갔다. 이 때문에 수평 수직 위치 감각이 뒤죽박죽 됐다.
이석증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거나, 귀 안쪽에 염증이 생겼을 경우, 머리에 외상을 입었을 때 등 구체적인 이유를 모른 채 이석이 제 위치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다. 급격한 자세 변화 시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진단은 자세 변화에 따른 증상 체크 검사로 가능하다.
치료는 의외로 간단하다. 떨어져 나간 구슬을 고개와 머리를 돌려서 제 위치로 다시 굴러 돌아오도록 하면 된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요즘 지구 곳곳에 화산 폭발과 폭탄 테러가 잦다. 지난번 칠레 지진이 지구 자전축에 영향을 주어 하루가 100만분의 1초 빨라졌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어지럽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 제자리만 잘 지키면 덜 어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