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핀 봄, 계림을 거닐다.
(동리목월 백일장)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일요일, 화창한 일요일이다. 오늘은 올해 첫 대회 출전 날이다. 놀러 나가는 마음이 반인 채로 자전거를 타고 계림으로 향한다. 원래 불국사 앞에 있는 동리목월 문학관에서 항상 개최했는데 이번에는 계림에서 개최한다. 계림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맨 뒷자리에 후배 셋이 앉아 있어 옆에 앉는다. 같이 오기로 한 형민이는 조금 늦는가 보다.
(최근에 운행을 시작한 비단벌레 차. 무공해 전기차라고 한다.)
(북적북적 거리는 대회장.)
식전행사가 끝나고 다들 시, 글쓰기에 몰두한다. 우리 학교 학생 중 한 명은 내물왕릉 제단에 앉는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손지은 선생님께서도 도착하시고 한 한 시간쯤 쓰고 있으니 형민이가 왔다. 조금 늦었지만, 침착하게 써 내려간다. 나 역시 시 쓰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도무지 좋은 작품이 생각나지 않는다.
(대회 진행 중인 모습. 미술대회도 같이 해 사람들이 더 많다.)
(계림비각.)
잘 쓰고 있는데 별안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창했는데. 일단 향교로 피신을 한다. 향교에는 우리 말고도 미술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먼저 와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명륜당은 때아닌 손님으로 시끌벅적하다.
(갑자기 흐려진 하늘.)
(명륜당. 예전에 여기서 한자경시대회도 하고 그랬는데. 추억이 생각난다.)
먼저 다 쓰고 난 다른 애들 것까지 함께 접수장소에 갖다 낸다. 하늘은 소나기였는지 점점 비가 그쳐간다. 대회가 끝나고 오후 4시나 돼서 발표한다고 한다. 나 빼고는 시험공부 때문에 바쁜지 다들 가 버린다. 나 혼자 남아 4시까지 있기로 한다.
(내물왕릉.)
(아직 꽤 사람이 있는 명륜당.)
시간이 세 시간 정도 남아서 이곳저곳 거닌다. 먼저 첨성대에 가본다. 정말 예전에 많이 가 봐서 이제는 잘 찾지도 않는 곳이다. 최근에는 담장 주변의 나무를 다 쳐서 밖에서도 훤히 보인다. 국제 관광지답게 일대에 중국부터 인도사람까지 많은 외국인이 관광하러 왔다. 내심 말 걸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관둔다.
(첨성대 일대. 많은 사람이 있다.)
(첨성대. 오랜만에 보니 더 반갑다.)
월성 주변에는 봄이라 유채꽃이 만개했다. 노란 유채꽃은 본격적인 경주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알린다. 샛노란 유채꽃밭을 뒤로하고 향교 쪽으로 다시 간다.
(월성과 유채꽃밭. 노란빛으로 물들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유채꽃 뒤로.)
향교로 가다가 월정교가 열린 것을 보고 가 본다. 며칠 전에 월정교 야경을 보러 한 번 밤에 가 본전이 있었다. 거기서 직접 설계하신 건축가분도 만나보고 정말 멋졌던 기억이 난다. 월정교에는 많은 사람이 다리를 거닐고 있었다. 월정교는 앞으로 며칠만 임시로 개방한다. 아직 문루를 복원할지 안 할지 결정이 안 되어 지금은 다리만 있다. 다리 안에 들어가 보니 역시 웅장하다. 화려한 신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남북국 시대, 화려한 신라문화의 절정을 이룬 경덕왕 때 작품이라 더욱더 화려하게 다가온다. 원래 월정교는 마차가 다닐 수 있게 설계된 다리라고 하는데 나중에 자전거를 타고 이 다리를 달리고 싶다.
(웅장한 월정교.)
(가까이 다가가 본 월정교. 아직 공사 중이라 주변 배경이 조금 그렇다.)
(월정교 정면.)
(월정교 내부. 길게 늘어선 기둥이 다리의 웅장함을 더해준다.)
(월정교에서 바라본 남천(문천). 밑의 뚝 같은 것은 유교 터라는 설이 있다.)
향교는 지나치고 교동 석등으로 향한다. 교동 석등은 어느 집 안에 있는데 지도에도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처음에 찾을 때는 무척 헤맸다. 하지만 한 번 찾은 후에는 굉장히 찾기 쉽다. 집 대문을 들어서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각기 석조유물로 장식된 멋진 정원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것이 교동 석등이다. 흥륜사에서 가져왔다고 전해지는데 밑에 십이지신상을 배치한 매우 드문 예다. 석등 옆에는 석탑도 하나 눈에 띈다. 중간에 불상도 조각되어있는데 꽤 잘 만든 것 같다. 볼 때마다 경주경찰서 석탑이 생각난다.
(꽤 멋지게 조성된 정원.)
(교동 석등.)
(이름 모를 석탑.)
(교동마을. 최근에 복원되었다. 휴일이라 많은 사람이 찾았다.)
시내에 잠시 들렀다가 오니 계림 주변에서 여러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벚꽃 음악제라는 음악제가 잔디밭에서 열리고 있었고 계림에서는 우리 전통춤으로 생각되는 작은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춤 근처에 수많은 사진작가가 모여서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무슨 춤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동부사적지대에 비지는 광명.)
(하얀 한복을 입은 분이 계림비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
(화려한 옷을 입으신 분. 어렴풋이 나비춤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좀 더 지난 후 드디어 백일장 결과 발표를 했다. 결국,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우리 학교 학생 중 한두 명이 상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다른 지역 입상자가 정말 많았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 번 동부사적지대를 본다. 맑은 하늘 아래 둥근 봉분은 뒤로 보이는 남산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이게 '경주' 아닐까?
(신라의 영광을 간직한 동부사적지대.)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너무나도 즐거운 하루였다. 무엇보다 월정교를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이 더더욱 가슴에 남는다. 나중에 완벽하게 복원이 된다면 꼭 다시 갈 것이다.
봄을 알리던 아름다운 유채꽃, 그리고 아름답게 어우러진 월성과 계림. 나중에 연꽃 필 때 다시 와야겠다.
-여정- (2013. 4. 14. 日)
계림(대회장)→ 경주 향교→ 첨성대→ 월성 유채꽃밭→ 월정교→ 경주 교동 석등→ 동부사적지대→ 계림
새롭게 펼쳐라!
羅新
첫댓글 민욱이가 백일장에 참석했구나.
좋은 결과가 있었으리라 믿으며, 부지런하게도 백일장 후에도 답사를 했구나.
젊은날 많이 다니다보면 그것이 인생에 좋은 경험이 되리라 본다.
오늘날 우리 교육도 체험과 경험을 중요시 여기고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