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다녀오려고 지난 토요일 새벽 충주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슬오슬 추워졌다. 한 사람씩 바람 나오는 곳을 막기 시작해 곧 송풍구가 모두 막혔음에도 버스 안엔 찬바람이 그득하였다. 승객 누구도 냉방을 꺼 달라 말을 안 하니 나도 그냥 견디다가 서울 강남터미널에 도착할 때쯤엔 온몸이 꽁꽁 얼다시피 했다.
집 방향으로 가는 온수행 지하철 안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웬 냉방을 그리 세게 틀어대는지 드러난 살갗이 차가워 차라리 바깥이 그리울 지경이었다. 상당수 여성 승객은 얇은 긴옷을 준비해 덮고 있는 걸로 봐 평소 늘 그리 운행하는 듯했다. 듣기로는 조금만 온도가 높으면 항의하는 승객들 등쌀에 그리 과하게 냉방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터에서도 냉방 때문에 고역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사무 공간을 세 사람이 함께 쓰는데 그중 한 사람이 유독 냉방을 세게 트는 바람에 온도를 높이려는 나와 하루 한두 차례는 승강이를 벌인다. 국가 연구기관인 만큼 적정 냉방 온도를 지켜야 옳은데 그걸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과 한방에서 불편하게 지내는 게 싫어 이 역시 내가 견디고 만다.
실내 온도가 바깥 기온과 차이가 크게 날 정도로 냉방을 세게 틀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의료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리고 조금 견디기 힘들어도 여름엔 적당히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그걸 못 참고 무조건 냉방에만 의존하다가는 몸이 점점 더 센 강도를 요구하게 되고 신체의 균형이 깨지기 쉬울 것이다.
주중에 기거하는 내 자취방엔 에어컨이 없다. 주위의 다른 원룸은 에어컨이 구비돼 있다는데 마을의 가장 안쪽이라 산자락이 보이고 방이 크면서도 임대료가 헐하다는 점 때문에 선택했으니 더위를 감수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선풍기 하나로 세 번째 여름을 나고 있는데 다소 불편한 대로 그럭저럭 견디고 있다. 8월이면 계약이 끝나는데 앞뒤로 건물밖에 안 보이는 코딱지만 한 방에서 시원하게 보내느니 시야가 탁 트인 넓은 방에서 그냥 좀 덥게 살려고 한다.
어차피 다 충족하면서 살 수는 없잖겠는가?
첫댓글 그냥 덥게 살지요--
이 더위에 적응하면서 살아야죠--
옳은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