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는 전날 내려가 할머니를 돕겠단다.
남은 두 아들을 태우고 마트에서 가난한 쇼핑을 하고
화순읍에서 기정떡 하날 산다.
능주에서 차가 밀리자 참지 못하고 한천 고개 넘어 사평쪽으로 운전한다.
사평중 앞 지나자 건방짐으로 아스팔트 구덩에서 펑크가 나고
휠도 휘었다. 비싼 배움이다.
결이와 강이가 도와줘서 30분 정도에 마친다.
문덕 복내 지나 보성강을 거쳐
집에 이르니 3시다.
부지런히 밥을 먹는다.
덩치는 아들에 동생의 애들까지 사내놈들만 드나드니
난 차를 끌고 나온다.
능가사 앞에 차를 세우고 능가사를 지난다.
1봉쪽으로 오르다가 하산하는 몇 사람을 만난다.
어제 김교감이 낸 술을 마신 후유증으로 숲에 숨어든다.
흔들바위도 지나 1봉 위험 구간쪽으로 오른다.
땀이 온 얼굴을 흐르고 긴 웃옷에 더 더운데
1봉 아래에 이르자 바람이 시원하다.
바람이 세차다.
어제 비가 많았다는데 하늘은 그리 맑지 않다.
여자만이나 해창만도 흐리다. 그래도 몇 개 섬은 곱다.
2봉 3봉 계단을 오르며 그 아랠 쳐다본다.
이런 계단 긴 줄 하나 없이 아이들과 함께 오르던 때가 어느 덧
23년 전이다. 그 때는 젊어서였을까?
이 세상이 편해져서 산행도 편히 하는 걸까?
얻은 건 뭐고 잃은 건 뭔가?
앞에 나서는 봉우리를 선 봉우리 이름을 넣고 찍어본다.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다 본다.
6봉에서 잠깐 앉아있다가 내려온다.
자연 돌계단에 앉아 작은 술을 한잔 마시고
변한 사과를 먹는다.
7봉은 건너다만 보고 탑재쪽으로 내려온다.
해가 진다.
달린다.
내 무릎이 고맙다.
길 가에 낮게 세워 놓은 금언들이 헛생각을 하게 한다.
'결혼 생활은 참다운 연애의 시작이다.'-괴테
'결혼 생활은 긴 대화이다.' -니체
다시 능가사에 들러 산 위로 오르는 둥근 달을 본다.
조용한 요사채에 스님은 혼자서 불을 켠다.
아빠 언제 오느냐고 큰 놈이 전화했다.
한 교장님 묘지도 지나치고
보고 싶은 제자들이 사는 용두마을도 또 그냥 지나온다.




















불빛에 비친 달에 비친 주련이 말한다.
'코끼리 가죽도 천둥소리도 다 꽃의 어금니 속으로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