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호형이 중앙아시아 여행을 가신다며 연락을 하셨다.
중국 시안가는 상품이 김해출발로 싸게 나왔으니 같이 가자 하신다.
베트남의 페키지 여행이
싼 게 비지떡이라고 선택관광이나 쇼핑 의무와 눈치
내가 좋아하는 술도 안 주고 해 좋은 풍광이나 여유에 비해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시안은 내게 유혹이다.
진 한 당의 수도, 수많은 중국 고장극이나 영화의 주무대인 장안을 가 보고 싶었다.
당현종이나 양귀비, 이태백이나 두보의 이야기와 시를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매력을 느낀다.
일요일에 덕유산행 후 무서운 몸으로 아침에 일어나 바보와 함꼐 보성으로 온다.
터미널에서 벌교로 가는 직행버스는 조금 늦다.
벌교에서 마륜으로 가는 군내버스도 금방 있다.
정류장에서 마을로 걸어오는 뜨거운 길에서는 사람 만날까 촌스런 염려를 하지만
밭에서 허리 숙이고 일하는 보동댁도 기척을 모르신다.
며칠만에 집에 오니 백련초가 가득 피었고, 백합도 벌써 고갤 숙이고 있다.
범재등에 올라가니 잡초가 수북하다.
오이와 토마토는 잎이 무성하여 묶어주지만 주변에 숲도 키가 크다.
고추도 하얀 꽃을 피우며 기다란 고추를 늘어뜨리기 시작한다.
다른 밭의 고추에 비하면 키도 꽃도 적지만 내겐 많다.
과수 옆의 풀도 이제 포기한다.
다른 싹들이 솟아나고 공간을 넓게 차지한 잡초는 힘이 세졌다.
또 며칠 비우면 이들은 더 무성해질 것이다.
난 농사꾼이 아니다.
4시가 되어 차를 끌고 순천 청암대로 간다.
충호형은 벌써 나와 계신다.
7시 반이 지나 여행사 직원의 호출로 단체비자와 중국입국 건강큐알 코드 등을 받는다.
나의 외국여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놀러가는 일도 바보에게나 형제들에게 미안하다.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현지어 한마디 제대로 못한다.
그저 하나의 경험 이벤트로 떠난다.
내가 보는 안목이 조금 나아지길 기원한다.
에어부산은 반쯤 승객이 차 있어 이륙 후 뒷자리로 가 세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눕는다.
시안시가 가까워지자 창문으로 내려다보니 시내의 도로가 사각으로 바둑판이다.
줄을 서고 우리 시각으로 새벽 2시가 넘어 공항을 빠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