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친구
볼 일이 있어서 시내를 나가게 되었다. 나온 김에 재래시장을 들렀다. 여전히 사람들로 복작복작한다. 분식집에서는 군침이 돌게 만드는 튀김과 만두 떡볶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날 때마다 입맛을 다시지만 서서 먹을 용기가 없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서 먹기에는 아직 걱정도 되고 해서 눈으로 맛있게 먹고 지나간다.
집에서 나오면서 애들에게 시장에 가는데 먹고 싶은 것 주문하라고 했더니 각자 취향대로 주문한다. 튀김도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큰애는 고구마 새우 오징어를 좋아하고 작은아들은 김밥 말이 꼬지 고추튀김이다. 좋아하는 것을 만 원어치 샀더니 단골이라고 할머니가 몇 개를 더 넣어주신다. 뜨거운 기름 앞에서 고생하시는데 괜찮다고 말려도 막무가내로 들을 떠다미신다.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순대랑 옥수수 한 봉지를 가방에 넣었더니 불룩하다. 멋이고 체면이고 다 버린 모양이다. 강낭콩이 보이니 큰아들이 생각나서 만 원어치 샀더니 할머니가 덤으로 한 컵을 넣어주시며 싹이 조금 났지만 먹는 데는 괜찮다며 먼저 밥에 넣어서 먹으라고 등을 다독여주신다. 가방이 불룩해도 강낭콩을 꾹꾹 눌러 넣는다.
시장 가방도 아니고 멋으로 들고 다니는 가방이건만 큰 가방을 일부러 골라 나왔으니 다행이다. 자식이 뭔지, 남편이 뭔지, 손에 봉지 하나 들고 다니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데 엄마는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웃었다. 버스에서 혹여나 냄새가 날까 조심스러웠는데 다행스럽게 옆자리가 비워진 상태로 집에까지 오게 되어서 안심했다.
오늘은 친구랑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시장에서 사 온 것으로 저녁 준비를 해놓고 기분 좋게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외출했다. 대구대학교 둘레 길을 걸었다. 친구가 일이 많아서 피곤함이 얼굴에 가득했다. 친구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싶었다. 숲을 걸으며 지나간 얘기도 나누고 경산을 대표하는 원효 대사에 대해서 친구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요석처럼 많은 이들을 가슴으로 품어주는 여인이 되라고 하시던 은사님이 생각나서 친구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여전히 손이 따스하네’하면서 꼭 잡아준다. 복요리집에서 얼큰하게 탕을 시켜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마지막까지 함께 곁에 있어 주는 친구가 되어달라는 친구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보냈다. 아프지 말라고 어깨를 다독여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