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비경의 섬, 내도
신선전망대에서 보이는 외도 및 해금강 절경
편백숲 및 동백숲길 등 탐방로 2.6km, 약 1시간 30분 소요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에서 남쪽으로 300m 해상에 위치한 내도는 장승포나 일운면에서 보면 바깥섬(외도)보다 가까이에 있다고 하여 안섬(내도)이라 불린다.
지금부터 15년 전인 2006년 8월, 아내와 함께 처음으로 거제도 여행을 하면서 외도를 방문했을 때 외도 바로 옆에 자매섬같이 예쁘게 자리잡고 있어 한참동안 취한 듯 바라만 보고 있었던 내도. 마치 신비의 섬처럼 보였던 그 섬을 이제야 찾게 됐다. ‘내도’라는 섬은 그렇게 내겐 꼭 가보고싶은 섬, 꿈의 섬으로 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추석연휴 때 4박5일의 일정으로 난 거제도, 통영과 함께 욕지도, 외도 등을 돌았지만, 이곳들은 전에도 여러번 여행했던 곳이라 새로운 기대는 별로 크지않았고, 마음 속으로 가장 마음에 두고 있었던 곳은 내도였다.
내도는 거제 구조라선착장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섬이다. 외도가 관광지로서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내도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조용한 은둔의 섬이라고나 할까? 주민수도 11가구에 불과하다.
여객선 승선권을 산 후 구조라선착장에서 먼저 내도소개팜플렛을 얻었다. 팜플렛 표지에는 ‘자연이 품은 섬 내도, 명품마을’이라 써 있다. 무엇이 있길래 명품마을일까? 섬 트레킹 안내도에는 섬 일주코스 총 거리 2.6km, 소요시간 1시간 30분 정도로 소개하고 있다.
배를 타자마자 잠깐 사이에 내도에 도착했다. 마을이 아담하고 예쁘다. 이정표 및 트레킹 안내판도 잘 되어 있다.
마을 좌측에는 조그만 몽돌해변도 눈에 들어온다. 성게, 소라 등이 눈에 보일 정도로 물이 맑고 깨끗하다. 파도가 밀려오고 갈 때마다 내는 몽돌소리가 아름다워 오랫동안 쉬고싶은 해안이다. 좌측 바다건너에는 지척으로 거제도 공곶이해변이 보인다. 공곶이는 초봄에 수선화공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2015년 3월 공곶이를 방문했을 때 바로 앞 바다에 그림같이 떠 있는 내도를 보고 언젠가 꼭 저 섬을 가보리라 다짐했던 적도 있었다.
트레킹 코스는 좌측에서 시작하여 섬 남쪽 끝 ‘신선전망대’까지 간 후 동쪽 해안허릿길을 돌아오는 일주코스이다. 코스 입구에는 ‘내도 명품길’이라고 쓴 아치형 문이 있고, 곧 동백과 편백숲이 이어진다.
길이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않고 외딴 섬 원시림이어서 숲이 꽤 깊고 아늑하다.
가파른 편이라는 통영 지인의 소개와는 달리 초입 만 약간 비탈이 있을 뿐 전 코스 내내 거의 평지 수준이다. 바로 앞에 어린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가 걷고 있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함께 걷기 편한 숲길이다.
편백숲-소나무숲-대나무숲 등을 지나 약 40분 쯤 가면 ‘세심전망대’에 이른다. 마음을 씻고 정화한다는 의미의 ‘세심전망대’. 전망대에 서면 좌측으로 거제도 서이말등대해안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우측으로는 외도도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으면 대마도까지 시야에 잡힌다고 한다. 뜻 그대로 이곳에 서 있으면 활짝 열린 바다가 가슴 가득히 안겨오고 마음 속 찌꺼기들이 깨끗하게 사라지는 기분이다.
세심전망대에서 연인삼거리까지 약 400m 구간은 동백숲길이다. 3-4월에는 특히 이곳 동백숲길을 걷고싶어 방문객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연인삼거리는에서 300m 직진하면 섬 최남단인 신선전망대에 이르고, 우측은 희망전망대를 지나 선착장까지 이어지는 숲길이다. 삼거리에서 신선전망대까지는 ‘내도연인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연인들이 함께 걸으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길이다.
신선전망대로 가는 숲길에는 곰솔노거수도 만난다. 그 모양에 따라 남자나무, 여자나무로 불린다. 곰솔노거수를 지나면 푸조나무, 노박덩굴, 동백나무의 뿌리가 엉키면서 한 나무처럼 자라는 어울림나무도 볼 수 있다.
드디어 신선전망대. 선착장에서 이곳까지 약 1시간 걸렸다. 신선전망대는 내도 트레킹 코스 중 하일라이트이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바다 건너 해금강, 외도가 지척으로 보이고, 멀리 대마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내도 최고의 절경이다.
신선전망대에서 잠시 쉰 후 다시 연인삼거리를 거쳐 희망전망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 숲길에서는 운이 좋으면 멸종위기 2급 조류인 팔색조(천연기념물 제204호)를 만날 수 있다.
팔색조 이미지출처 : 두산백과
팔색조는 거제도, 지심도, 제주도, 진도 등 극히 일부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여름철새이다. 알을 낳는 5-7월 사이에는 숲속에서 팔색조의 울음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다. 팔색조는 바닷가와 섬 또는 내륙 비탈면의 잡목림이나 활엽수림에 서식하는데 바위틈이나 두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 사이에 큰 돔형의 둥지를 틀고 산다.
탐방로 내내 거의 숲터널인데 희망전망대 가기 직전 갑자기 시야가 트이고 바다가 시원하게 열린다. 초가을의 햇살이 아직은 따갑다.
희망전망대는 신선전망대에서 약 1km거리. 선착장까지는 400m 남았다. 희망전망대에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대표적 명소인 해금강, 바람의 언덕, 학동흑진주몽돌해변, 수정산, 구조라해변과 수선화가 아름다운 공곶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한 폭의 병풍이 펼쳐진 듯한 경관과 눈부신 석양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다.
거의 정확히 1시간 30분 만에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배편을 기다리면서 내도 할매바리스타에서 팥빙수 한 그릇을 주문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팥빙수가 내도 만큼이나 시원하고 정갈하다.(글,사진/임윤식)
*내도 가는 방법은
-거제도 구조라선착장에서 09시부터 17시까지 5회 운항한다. 왕복요금 성인 12,000원. 내도 배 예약 055-681-1624
*잘곳·먹을곳
-내도모해 010-5752-6690 내도펜션 010-9318-8833 감나무민박 010-8907-1043 무궁화민박 010-3870-0876
(작은 섬이므로 별도의 식당은 없다. 민박집에서 식사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