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입맛도 되살아나는 계절이다. 방황하는 배고픈 영혼들을 위해, 나름대로 맛에 일가견이 있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친절한 안내서를 보내왔다.
요즘 <심야식당>이라는 만화책에 꽂혀 있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만 문을 열고, 적당히 다정하고 적당히 무심한 오너가 있는 이 식당이 우리 집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백과사전 두께의 메뉴판이나 화려한 와인 리스트는 없어도 된다. 특별히 정해진 메뉴 없이 있는 재료 안에서 손님이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주는 심야식당의 인기 메뉴는 따끈한 달걀말이나 말린 연어를 얹은 차밥처럼 소박한 것들이지만 책장을 넘기고 있자면 입에 군침이 돈다(고상하게 말해서 이렇고,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읽는 내내 입을 거의 다물지 못하는 정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게도 이미 심야식당들이 있다. 동네 친구를 만날 때는 집에서 세 발자국 떨어져 있는 선술집에 간다. 와인도 팔고 소주도 팔고 등갈비도 팔고 꼬치도 파는 이 집에 가면 명란젓이 알차게 든 오니기리나 마가린 한 덩이를 녹인 따끈한 밥 한 공기를 뚝딱 하고야 만다. ‘수십 년째 내려오는 전통 있는 집’이라는 문구에 매번 혹하는 남자친구와는 주로 시청이나 종로 주변의 오래된 식당들을 찾는다. 감기에 걸리면 무교동 낚지볶음이나 을지로 카레우동을 먹어줘야 하고, 여름이 되면 머나먼 면식 수행의 길로 접어든다. 아, 학교 다닐 때 자주 갔던 청국장집이랑 파전집도 그립다. 세상에 맛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회사 근처 식당에서 대충 한 끼 때우는 나날들에 익숙해지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맛의 고수 3명에게 비장의 맛집을 의뢰했다. 서울 안에 위치하고,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집들이다. 맛있는 걸 먹겠다고 산 넘고 물 건널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궁극의 중화요리 내 지출의 70%가 식비다. 워낙 꾸미고, 가꾸고, 저축하고, 투자하는 일에 별 흥미가 없기도 하지만, 먹는 것이 정말 좋아서다. 매일같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은 그저 즐거운 거다. 나는 정말 그렇게 믿는다. 인생 뭐 없다고. 먹는 게 남는 거라고. 그래서 하루하루 매끼를 최선을 다해 먹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내가 가장 자주 가는 중화요리 집은 연남동의 ‘향미’다. 내게 이 집의 요리는 가정식 백반이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치 않을 때 먹는 메뉴 중에 치킨까스밥이라는 것이 있다. 넓적다리까지 붙어 있는 큼직한 닭다리튀김이 따끈한 쌀밥, 야채볶음 그리고 간장에 조린 삶은 달걀과 같이 나온다. 닭다리 대신 돼지고기튀김을 곁들인 대만 돈까스덮밥도 자주 찾는다. 지갑이 두툼한 날의 식사는 훨씬 복잡해진다. 시작은 주로 오향장육이나 오향닭으로 한다. 마늘의 알싸한 맛과 짭짤하고 달큼한 소스가 어우러져 아주 맛나다. 요리 중에는 새우튀김을 좋아하는데, 바삭바삭한 일본식 튀김이 아니라 포슬포슬한 중국식 튀김이다. 뜨거울 때 먹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향미’ 바로 옆에는 ‘구가원’이 있다. 들어갈 때 ‘향미’ 아줌마가 보고 있지는 않은지 살짝 눈치 보이긴 하지만, 이곳 역시 집처럼 포근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대표 메뉴라면 짬뽕이다. 대합짬뽕과 꽃게짬뽕이 있는데, 둘 다 시원하고 얼큰하고 삼삼한 국물이 가히 일품이다. 전채로는 족발냉채를 권한다. 오독오독 족발 뜯는 재미도 좋지만, 새콤달콤한 소스가 일품이다. 요리는 대부분 다 맛나지만, 깐풍꽃게가 더욱 특별하다. 달콤한 살이 제법 붙은 수꽃게를 토막 쳐 튀긴 다음 알싸한 소스에 볶아낸 것인데, 손으로 들고 쪽쪽 빨아 먹다 보면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연남동 쪽만 다루어도 다섯 집 꼽는 건 금방이겠지만, 형평성을 생각해 지역을 조금 넓혀보겠다. 이번엔 가리봉 시장 안에 있는 ‘삼팔교자관’이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묘한 포스는 메뉴판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궈바로우와 가지볶음, 그리고 쌀밥을 주문하면 좋겠다. 궈바로우는 베이징식 탕수육인데(정확히 말하자면 베이징 북쪽인 동북 풍미라고 하겠다), 찹쌀가루로 튀김옷을 입혀 차지고 쫄깃쫄깃하다. 가지볶음은 그야말로 최고다. 중국 본토에서도 수없이 먹어본 가지볶음이지만 이 집의 볶음 솜씨는 정말 각별하다. 채소들의 각이 제대로 살아 있고 아삭아삭한 맛이 제대로 난다. 볶은 뒤에 더욱 선명해진 색깔의 피망과 당근을 보고 있노라면, ‘볶음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향긋한 소스도 입에 착착 달라붙어 그야말로 밥도둑이다. 그 외에도 독특하고 신나는 요리들이 여럿 있는데, 사진으로 된 메뉴판을 보며 느낌대로 골라 먹는 것이 좋겠다. 후식으로 딱 좋은 고구마맛탕을 위해 배를 살짝 비워두는 것도 현명한 생각이다.
무교동에 있는‘초유향’도 내가 좋아하는 집 가운데 하나다. 어린 시절 아빠 손 잡고 가던 곳인데, 튀김이 참 맛있다. 어릴 적에는 식빵 사이에 다진 새우를 넣어 튀긴 멘보샤를 특히 좋아했는데, 요즘은 마늘새우가 좋다. 바삭바삭하게 튀긴 새우를 매콤하게 볶은 이 요리는 맛도 약간 새우깡 같고, 자꾸자꾸 손이 간다. 껍질이 붙은 두툼한 삼겹살을 배추와 함께 요리한 동파육도 이 집의 인기 메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동파육과는 좀 거리가 있는, 말하자면 한국식 동파육인데 참 맛이 좋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집은 마포 먹자골목에 위치한 ‘부영각’이다. 비공식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볶음자장을 만들어 판 집이다. 그래서인지 참 맛있다. 물기 없이 쫀쫀하게 제대로 볶은 자장은 바로 먹어도 좋지만 몇 분 기다렸다가 살짝 불었을 때 먹으면 더 맛있다. 전채로는 양장피가 훌륭하다. 알알한 소스의 맛이 좋은 재료들과 잘 어울려 입맛을 돋운다. 요리 중에는 부추복어살튀김이 단연 돋보인다. 담백한 복어살을 튀긴 다음 간단한 양념으로 부추와 볶은 것인데 몇 젓가락 먹다 보면 진짜 행복하다.
중화요리라고 하면 보통 신속 배달을 생각하지만, 그건 정말 아니다. 나의 철학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짬을 내어 걸어가서 따끈따끈한 음식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 것이다. 게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정말로 바쁜 일은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 한 가지 팁이라면, 정말 맛있는 중국집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참고로 위에 소개한 집들은 기본적으로 배달을 하지 않는다.
Writer 조경규 (만화 <차이니즈 봉봉 클럽> 작가)
1 부영각 위치 마포역 1번 출구 농협에서 우회전해 7백m
영업 시간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2 구가원 위치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연남동 방향
영업 시간 오전 11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3 향미 위치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연남동 방향
영업 시간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4 삼팔교자관 위치 남구로역 3번 출구 가리봉시장 안
영업 시간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5 초유향 위치 을지로입구역 1번 출구 삼성화재 빌딩 뒤 삼도약국 골목
영업 시간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중요한 것은 기본기 스물세 살에 실연을 당했다.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포장마차에 가서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랐다. 당시만 해도 소주 도수는 25도였다. 잠시 망설이다 벌컥벌컥 마셨다. 이 정도면 뭔가 사연 있는 사람으로 비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생각해도 멋진 모습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더는 무리였다. 원래 괴롭다고 징징대는 게 더 괴로운 일 아닌가. 실연의 아픔이고 뭐고 없이 산낙지를 주문했다. 소주와 산낙지, 이 얼마나 멋진 궁합인가. 술은 썼고, 산낙지는 달았다. 날 위로해준 건 술이 아니라 산낙지였다.
고통의 술자리에서도 맛있는 안주가 있어야 만족하는 미각을 가진 게 바로 나다. 당연히 늘 음식과 함께 해왔다. 맛있는 음식을 따질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료다. 나쁜 재료에서 맛있는 요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절대로 좋은 요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재료가 좋은 집으로 ‘배꼽집’이 있다. 이 집의 고기는 정말이지 탄복할 만하다. 한우 투 플러스(1++)등급답게 등심에 내려앉은 하얀 눈가루가 시선을 붙잡는다. 게다가 불은 1백% 참숯, 불판은 구리 석쇠. 고기 맛을 좌우하는 삼박자를 모두 갖춘 셈이다. 좋은 고기는 불 위에 오래 두면 안 되는 법. 앞뒤로 한 번씩만 슬쩍 구워 소금을 조금 뿌리고 입에 넣는다. 육즙의 황홀경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지고, 계산할 때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다시 한번 황홀해진다.
칼국수 한 그릇에도 좋은 재료를 고집하는 가게가 있다. 한남동에 위치한 ‘밀사랑가주’의 대표 메뉴는 마늘칼국수다. 혹시 중국산 마늘을 사용하지 않는지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산 마늘 중에서도 맛과 영양이 가장 우수하다는 의성산 마늘만 쓴다. 그 때문인지 맛이 각별하다. 곱게 간 마늘을 숙성시켜 넣고 끓인 육수와 야들야들한 면의 조화라니. 마늘의 매운 냄새는 잡고 개운한 뒷맛만 살린 마늘 칼국수를 먹으면 보약 한 그릇을 비운 느낌이다.
집 밥이 당기는 날에는 인사동에 있는 ‘신일식당’에 간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지만 정식백반이 맛과 가격 면에서 가장 실속 있다. 이 집 음식 맛의 비결은 순창에서 직접 가져온 재료에 있다. 고추장은 물론 모든 장류와 장아찌를 시골집에서 직접 만들어 올려 보낸다. 식탁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된장찌개는 일반 식당의 텁텁한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 맑고 시원하고 깔끔한, 그야말로 시골 된장찌개다. 아무런 양념도 없는 깻잎장아찌의 삼삼한 맛은 단 쌀밥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먹다 보면 여기가 식당인지 고향집인지 헷갈려 계산도 하지 않고 나올지도 모른다.
<미슐랭 가이드> 도쿄판이 발매되었을 때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스시를 쥐고 있는 요리사가 화제가 됐었다. 국내에서도 일흔 넘어 스시를 만드는 요리사가 과연 나올까? 개인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요리사가 ‘남가스시’의 남춘화 부장이라고 생각한다. 스시만큼 재료가 중요한 음식도 없는데, ‘남가스시’의 횟감은 모두 자연산만 고집한다. 장인의 손맛에 우수한 횟감이 어우러진 맛은 언제나 황홀하다. 횟감뿐 아니라 제철의 신선한 채소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맘때의 별미는 단연 두릅이다. 산나물 중에서 향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두릅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가쓰오부시 육수에 담가 맛을 더한 것이다. 오독오독 씹히는 느낌과 휘몰아치는 향기가 으뜸이다.
스시는 즐겨도 롤스시는 멀리하는 식성 탓에, 얼마 전 지인이 캘리포니아롤을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만 해도 아무런 기대를 안 했었다. 이런 나의 편견을 바꿔놓은 곳이 바로 청담동의 ‘피어에비뉴’다. 그간 내가 보아오던 롤스시와는 격이 달랐다. 조잡하지 않은 색상에서는 품격이 배어나고, 요리의 온도가 절묘했다. 새콤달콤한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양념의 간으로 승부하는 내공이 배어 있다. 이제는 누군가가 롤스시를 별로라고 말하면, 제대로 만든 롤스시를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Writer 맛객 (맛 관련 블로그 ‘맛있는 인생’ 운영)
1 피어에비뉴 위치 청담역 12번 출구 시즐러 골목으로 직진
영업 시간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2 남가스시 위치 삼성동 현대백화점 건너편 쪽 골목
영업 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3 신일식당 위치 인사동 통인갤러리와 인사아트센터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 왼쪽
영업 시간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4 배꼽집 위치 둔촌역 3번 출구와 4번 출구 사이 골목으로 20m 직진
영업 시간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5 밀사랑가주 위치 한남동 순천향병원 정문 맞은편 골목
영업 시간 오전 10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고기진리교를 따르라 ‘고기가 빠진 식탁은 그저 네 발 달린 나무토막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고기진리교 열혈 신도인 나. 남의 살, 남의 내장은 언제나 소중하다고 오늘도 두 팔 벌려 처절히 외쳐본다. 특히 특유의 냄새가 매력적인 양고기를 좋아하지만 아무 데서나 쉽게 사다가 후딱 구워 먹기 힘든 고기인지라 어지간하면 외식으로 양고기를 향한 애달픈 마음을 달래곤 한다. 이태원 이슬람 성원 근처에 있는 터키 식당 ‘살람’에 가면 입구에서부터 빙글빙글 돌아가는 거대한 양고기 덩어리가 눈에 들어온다. 고깃덩어리를 칼로 얇게 저며내 채소와 함께 밀전병 같은 빵에 올려 돌돌 말아먹는 되네르케밥은 터키 음식 하면 가장 만만하게 떠오르는 메뉴다. 얇게 저며낸 양고기에 토마토소스를 곁들이고 뭉글뭉글 순두부같이 진한 요구르트를 한 덩어리 툭 얹은 이스켄데르케밥도 맛있다. 고기와 요구르트의 만남, 누가 맨 처음 생각했는지 노벨상이라도 주고 싶어진다. 살짝 튀겨낸 향긋한 가지와 곱게 간 양고기로 만든 무사카, 통실통실한 피망 속에 양고기와 밥, 온갖 허브와 채소를 눌러 넣은 다음 푹 익혀 먹는 피망 돌마도 일품이다. 여기에 진한 요구르트에 물을 섞고 짭조름하게 소금 간을 한 전통 음료 아이란까지 한 잔 곁들이면 마냥 행복해진다. 식당 근처엔 달디단 중동식 과자들을 판매하는 ‘살람 베이커리’도 있으니 꼭 들러보시길. 요르단에서 물 건너온 파티시에 아저씨가 구워주는 전통 과자들을 만날 수 있다.
요르단 하니 녹사평역 근처의 요르단 식당 ‘페트라’가 생각난다. 불 맛이 살아 있는 터프한 양고기 쉬쉬케밥도, 치킨케밥도 모두 맛있지만 이곳에선 채식 메뉴를 택하는 것이 좋다. 향긋한 파슬리와 토마토, 양파에 쿠스쿠스가 듬뿍 섞인 샐러드 타볼리, 병아리콩을 갈아 온갖 향료와 함께 반죽해 바삭하게 튀겨낸 팔라펠, 그리고 역시 병아리콩을 갈아 소금 간을 한 다음 올리브유를 넉넉히 뿌린 홈모스를 ‘강추’하는 바다.
중동 음식도 맛있지만, 러시아 옆 동네인 우즈베키스탄 음식 맛도 만만찮다. 동대문운동장 근처의 우즈베키스탄 식당 ‘사마리칸트’에 가면 양고기볶음이 들어간 큼직한 빵 사므싸와 사워크림을 얹은 시원한 고기 수프 보르쉬, 그리고 양갈비찜을 주문해야 한다. 특히 양갈비찜은 참으로 ‘물건’이다. 포크를 대는 순간 뼈와 살이 분리되는데, 그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살점을 입에 넣으면 호텔 레스토랑에서 비싼 돈 주고 먹는 양갈비 스테이크가 전혀 부럽지 않다. 사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양고기는 아주 일상적인 식재료다. 그러니 손맛이 자연스레 우러나온 음식이 맛있을 수밖에. 아, 식당 근처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빵집 ‘우고록’에도 한번 들러보시길. 서울 한가운데에서 이국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국적인 맛을 이야기하는 데 인도 음식이 빠지면 섭섭하다. 동묘앞역 근처 ‘나마스테’에 가면 일단 화덕에서 갓 구워낸 쫄깃하고 향긋한 난을 호호 불어가며 뜯어 먹는다. 그리고 삶아 으깬 감자, 캐슈넛, 매콤한 향신료를 섞어 만든 소가 든 튀김만두 사모사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그 다음에는 가게에서 직접 만든 치즈와 시금치로 만든 커리 팔락 파니르를 향긋한 난과 함께 먹는 거다. 처음엔 초록색 곤죽 같은 비주얼에 거부감을 느낄지언정 일단 맛보고 나면 중독될 수밖에 없다. 감자를 뜻하는 ‘알루’와 콜리플라워를 뜻하는 ‘고비’가 만난 커리 알루 고비도 드셔보시길. 인도에서 가장 많이 나는 채소 두 가지를 이용한 인기 메뉴다. 온갖 향신료로 얼얼해진 입안은 달콤하고 시원한 음료 라씨로 달랜다. 클로브와 계피, 생강 등의 향료와 홍차를 우유에 넣고 팔팔 끓여 만든 마살라 차이도 좋다.
‘나마스테’에서 채소 들어간 카레로 잠시 외도를 했다면 마지막은 다시 고기신께 경배를 바칠 차례다. 보기 드문 오스트리아 식당 ‘쉐프 마일리’는 이국적인 음식이 가득한 이태원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갓 튀겨내어 바삭한 오스트리아판 돈가스 슈니첼, 올챙이국수 같은 수제 파스타에 치즈를 듬뿍 얹은 슈페츨을 빼놓을 수 없다. 수제 햄과 소시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델리를 겸하는 곳인 만큼 모듬 햄 한 접시 시켜놓고 먹어도 좋다. 오동통한 소시지가 들어간 보스나 샌드위치 역시 특유의 카레 향이 끝내준다. 이건 뭐 전부 술안주들이니, 싱싱한 에딩거 생맥주 한잔 안 할 수 없다. 아니면 다른 곳에선 만나기 어려운 오스트리아 와인도 좋겠다.
Writer 신예희 (<까칠한 여우들이 찾아낸 맛집> 저자)
1 페트라 위치 녹사평역 1번 출구 육교 건너 50m
영업 시간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2 나마스테 위치 동묘앞역 5번 출구 앞 건물 2층
영업 시간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3 살람 위치 이태원 이슬람교 사원 정문을 등지고 왼쪽
영업 시간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4 쉐프 마일리 위치 이태원역 4번 출구 보광동 방향으로 50m
영업 시간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5 사마리칸트 위치 동대문운동장역 5번 출구 우리은행에서 우회전한 뒤 길 건너 골목 20m
영업 시간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