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랑곱창거리-양념하지 않은 막창도 맛볼 수 있다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로36길
대구를 벗어나 타지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솔 푸드(soul food)’처럼 고향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안지랑시장의 양념 곱창구이다. 대구의 수많은 음식 중 저렴하고 양이 푸짐해 친구나 가족과 자주 먹었다고. 저렴한 가격과 50개가 넘는 곱창집이 만들어내는 거리 풍경 또한 젊은이들에게 색다른 추억이 되었을 터.

안지랑곱창거리 입구
안지랑시장의 곱창구이가 젊은이들의 솔 푸드가 되기까지 시장 상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첫째, 평범한 재래시장에서 곱창거리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안지랑시장은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식재료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가까이에 대형 마트가 생기고, IMF를 겪으면서 시장은 거의 폐쇄되다시피 했다.
[왼쪽/오른쪽]안지랑곱창거리-우만환 상인회장 / 안지랑곱창거리-곱창 구이를 즐기는 사람들
이때 안지랑 토박이이자 상인회장을 오랫동안 맡아온 우만환 씨의 눈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시장 바깥쪽의 곱창집이 들어왔다. 40여 년 동안 곱창구이를 해온 ‘충북곱창’이다. 우 회장은 충북곱창 할머니께 문을 닫는 상가들이 곱창집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안지랑시장이 ‘안지랑곱창거리’로 변신하는 출발점이다.
[왼쪽/오른쪽]안지랑곱창거리에 납품되는 곱창 / 안지랑곱창거리-곱창 양념 중인 상인
둘째, 맛과 가격을 지키기 위한 공동 구매다. 안지랑곱창거리는 앞산 아래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다. 주택들 사이에 50개가 넘는 곱창집이 들어선 것. 곱창 손질할 때 나는 냄새와 연기, 상가 손님들의 소음이 거주민과 부딪히는 요소가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인회가 선택한 것은 곱창의 공동 구매, 주민과의 소통이다.
공동 구매는 곱창 공장 두 곳을 선정해 돼지 곱창 구매부터 손질,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진공포장까지 마친 균일한 품질의 곱창을 생산하게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상인들은 곱창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장 사람들과 함께 노력했다. 생산된 곱창의 미생물 검사는 물론, 공장의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한다. 이렇게 완성된 곱창은 ‘안지랑 곱창’이라는 브랜드로 상가에 공급된다. 덕분에 곱창거리 내의 모든 곱창집은 청결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고, 주민과 마찰도 잦아들었다. 곱창의 맛 역시 균일하게 유지한다.
[왼쪽/오른쪽]안지랑곱창거리-양념 곱창 구이가 연탄불 위에서 맛있게 익어간다. 잘 구운 곱창을 집집마다의 소스에 찍어 먹는다
집집마다 특성을 살리는 것은 곱창의 양념과 구운 곱창을 찍어 먹는 소스다. 요즘은 굽는 법을 달리하는 상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같은 곱창이지만 연탄불에 굽기, 가스 불에 굽기, 화덕에 굽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변신 중이다. 젊은이들 취향에 맞게 내부 인테리어를 카페처럼 바꾸는 곱창집도 늘었다.
[왼쪽/오른쪽]안지랑곱창거리에 어둠이 내려 앉으면 사람들이 찾아든다 . 안지랑곱창거리 야경
셋째, 안지랑곱창거리의 발전을 위한 편의 시설 확충과 상가들의 규칙 지키기다. 곱창거리는 대구지하철 1호선 안지랑역 가까이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 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자동차를 이용한다. 안지랑곱창거리 양쪽 끝에 공용 주차장을 만든 이유다.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상가가 지켜야 할 규칙도 있다. 호객 행위 금지, 미성년자에게 술 판매 금지, 잡상인 출입 금지 등이다.
이런 노력으로 안지랑곱창거리는 대구의 명물 음식 테마 거리가 되었다. 상인들은 시장을 살려준 손님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 골목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앞산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구시가지 풍경
대구 시민들의 쉼터인 앞산공원은 앞산과 산성산, 대덕산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주말이면 북적인다. 공원에는 낙동강승전기념관과 케이블카, 전망대 등 즐길 거리도 많다. 그중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구 시가지 경관이 으뜸이다. 바로 아래 자리한 안지랑곱창거리는 물론, 대구 전역이 훤히 보인다.

마비정벽화마을
가족이 함께 대구를 찾았다면 달성군 화원읍에 자리한 마비정 벽화마을에 가보자.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담장 가득 그려진 그림이 여행자를 반긴다. 마을 이름의 유래가 담긴 천리마와 장수 이야기, 난로 위 도시락, 지난달 다녀간 방송 프로그램, 외양간 송아지의 커다란 눈망울, 담장 가득 열린 호박 덩굴 등 다양한 그림이 마을의 벽을 채우고 있다.

마비정벽화마을-벽화를 즐겁게 바라보는 아이
마을 방문자를 위한 농촌 체험장도 운영한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체험은 인절미·두부 만들기(단체만 가능), 전통 제기 만들기, 다양한 약재를 넣은 향낭 만들기 등이다. 이중 한지를 접어 오린 뒤 가운데 엽전을 두고 묶는 제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호기심과 추억을 자극한다. 체험장 앞마당에서 직접 만든 제기를 차며 온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왼쪽/오른쪽]달성 도동서원 전경 / 달성 도동서원 강당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약 40km 떨어진 곳에 달성 도동서원(사적 488호)이 있다. 한훤당 김굉필을 추모하기 위해 처음 세워진 서원은 임진왜란 때 불탔다. 이후 1604년에 새로 사당을 짓고 1607년 선조가 도동서원 현판을 내리면서 사액서원이 되었다. 중정당의 기단과 돌계단 장식, 기와를 얹은 담장 등 조선 시대 장인들의 솜씨를 경 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모두 보물 350호로 지정되었다.
[왼쪽/오른쪽]공구박물관 외관 / 공구박물관 내부
대구의 근대 문화 유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중구 태평로2가에 공구박물관이 있다. 1 930년대 곡물 창고로 사용하던 일본식 건물로, ‘설계도만 있으면 대포도 만들 수 있다’는 북성로 공구골목의 역사를 전시한 곳이다.
<당일 여행 코스> 명소 답사 / 달성 도동서원→마비정 벽화마을→앞산공원 케이블카→ 안지랑곱창거리 도보 여행 /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선교사 블레어·챔니스·스위츠 주택)→ 대구 계산동성당→이상화고택→대구약령시한의약박물관→ 대구근대역사관→경상감영공원→공구박물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달성 도동서원→마비정 벽화마을→앞산공원 케이블카→ 안지랑곱창거리→숙박 둘째 날 / 경상감영공원→대구근대역사관→공구박물관→서문시장
○ 자가운전 정보 중부내륙고속지선 남대구 IC→대명동 방향 성서공단로 따라 약 5km 진행→ 안지랑사거리 우회전→안지랑곱창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