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미곡ㆍ포목ㆍ돈으로 대납하는 일도 생겼다. 대동법(大同法)이라 부른 이 제도를 관할한 중앙관청은 선혜청(宣惠廳)이었다. 그러나 대동법의 실시와 별개로 왕의 약용으로 바치던 인삼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실물로 납부해왔다. 한편 조선시대 후기에 외국과의 무역이 성행하면서 ‘포삼(包蔘)’이란 용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포삼은 관례에 의해 북경행 비용에 충당하도록 양을 정했지만, 차츰 홍삼 제조와 무역을 총괄하는 일종의 권리로 자리잡았다. 홍삼이 포삼으로 충당되자 홍삼을 제조하는 홍삼 제조장, 즉 증포소(蒸包所)가 설치되었다. 증포소는 처음에는 한강변에 설치되어 홍삼을 가공하다가, 순조 10년에는 이를 개성으로 옮겼고, 순조 24년에 다시 한양으로 이전했다가 재차 개성으로 옮겼다.
포삼규칙 제정과 삼정사 설립
고종 때 홍삼ㆍ포삼의 법정액 중 1만 5000근의 제조권은 궁중에 있었다. 그 중 1만 근은 역관들에게 주고 궁중에서는 5000근을 썼다. 그러나 관계 관리들의 부정이 생기면서, 그 업무가 탁지부로 이관되었다. 이런 악폐를 타파하기 위해 탁지아문에서는 1897년 새로운 포삼 규칙을 제정ㆍ발표하고, 인삼 관련 업무 정상화를 도모했다. 탁지아문에서는 포삼공사(包蔘公司)를 개성에 설치하고 객원을 파견하여 수삼의 채취, 홍삼 제조 사무를 관장시키고 인장(印章)을 부여하였다. 또한 포삼 규칙이 제정된 해에 조정에서는 유지들에게 권유하여 개성에 종삼회사(種蔘會社)를 설립시키고, 이 회사에 일정한 권한을 주어 밀조, 기타의 범법 행위를 감독하게 했다. 대한제국 고종 36년인 1899년 12월, 궁내부에 내장원 삼정과가 설치되어 사실상 홍삼 전매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일제하 홍삼 전매와 담당기구 변화
이어 1908년 7월, 대한제국은 법률 제14호로 홍삼 전매법을 제정ㆍ공포하는 동시에 탁지부 관제를 개정했다. 그러나 1909년 12월에 다시 탁지부 관제를 개정하여 삼정 감시의 사무를 담당케 하고, 이듬해인 1910년 1월에 삼정국 관제를 공포해 탁지부 사세국 삼정과로 업무를 이관하면서 모든 사무를 삼정국에서 넘겼다. 그 해 8월에 한일합방으로 삼정국은 전매국 개성출장소가 되었다. 이어 1919년 다시 탁지부를 폐하고 재무국 전매과 개성출장소로 개칭하였고, 1923년 경성전매지국 개성출장소로 개칭하였다. 그러다가 1925년 전매국 관제 재정에 따라 전매국 개성출장소로 개칭한 후 일제 말까지 유지했다.
경작과 제조, 수출 사무의 분장
1945년 해방 이후 정부 당국자들은 전매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태였다. 경작자 단체인 개성삼업주식회사는 민영화를, 기존의 전매국은 홍삼 전매의 당위성을 각각 재무부에 건의하였다. 그러나 미군정청에서는 군정법률 제21호를 공포ㆍ시행함으로써 홍삼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의 전매도 종전의 전매법에 따르도록 했다. 1948년 정부수립 후 대통령령 제 20호로 재무부 직제가 제정된 동시에 동령 제9조에 의하여 전매국에 염삼과(鹽蔘課)를 두어 인삼의 경작과 수납 및 홍삼 제조와 판매, 그리고 수출 사무를 분장하였다.
전매청에서 한국인삼공사까지
홍삼 전매법은 1956년 1월 법률 제383호로 공포되었다. 원래 전매청에서 제안한 법령제목은 ‘인삼전매법’이었다. 1961년 3월에는 국무원령 제232호로 ‘홍삼원료 자금융자규정’이 공포되었는가 하면 그 해 10월에는 직제 개정에 따라 인삼업무를 업무국 인삼과에서 이를 관장하도록 하였다. 이어 1962년 1월 각령 제975호 홍삼판매 규정이 새로 지정되었으며 12월에는 홍삼 지정판매인을 지정하기도 했다. 1973년 5월 재무부령 제 952호로 인삼 및 인삼제품 규제에 관한 법률시행 규칙이 제정되었다. 1987년 4월 전매청이 한국전매공사로 거듭나고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발족하게 되었다. 1996년 7월 홍삼 전매법 폐지와 더불어 인삼산업법이 제정되었고, 1999년 1월 한국인삼공사 가 설립되었다. 이에 따라 전매제도는 완전 민영화 체제로 탈바꿈했고 100년을 이어오던 관 주도 역사는 막을 내렸다. 민간기업에서도 일정한 시설을 갖추면 홍삼을 자유로이 제조ㆍ판매할 수 있는 다자간 경쟁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의 인삼 역사는 홍삼 전매의 역사라 할 정도로 그 비중이 컸다. |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