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칠산성,요즘 카톡도 안들어오고 심심해 죽것네.그동안 뭣허고 자빠졌었는가?
칠산=학산아우님, 말뽄세 한번 좋네그려. 그 동안 안과병원에 좀 다녔었드랬었지.
학산=뭤땀시,안과병원에 좀 다녔었드랬었는고?
칠산=백내장 수술하러 다녔어. 지금 안경 안쓰고도 못 허는일 없는디 눈이 좀 간지러
워 동네 안과병원에 갔드니 당장 백내장수술 안하면 실명의 위험이 있다고 겁을
대개 주되그려.
학산=동네 안과병원놈들이 요즘 헐일이 업씽게 늙은이들 꼬셔갖고 수술하라고 지랄
들 허제잉.
칠산=그려. 내가 돈이 없는가, 시간이 없는가. 백내장 수술이 늦으면 암말기처럼 손
쓸 틈이 없이 실명할수도 있다니 당장 착수 했지.
학산=그래 잘 했군. 그런디 이제 보이기는 잘 허는가.
칠산=좀 후회스럽네. 처음에 안대를 풀었을 때는 수술전이나 수술후나 별로 다른 것
없는 것 같았어. 수술은 눈 하나에 20분도 안걸리지만 수술허고 나서는 일주일 동
안 2시간 간격으로 두종류의 안약을 계속 넣는거여.눈알 두개를 완전히 안약속에
절이드구먼.세균 감염을 막기위한 것 같애.
학산=그런디 뭣이 좀 후회스럽다는 겨?
칠산=보통 길에서는 밝은지 어떤지 별로 모르겄는디 집에서 컴퓨터나 텔리비를 볼때는
화면이 그렇게 훤~허게 보이드란말이여.놀랬어. 거기까지는 반갑고 좋았지. 그런디
내 얼굴을 우연히 거울로 보니 그게 아니올씨다여. 전에 안보이던 저승꽃들이 온 얼굴
에 만발허고 웬주름이 그렇게 많지? 내 얼굴이 너무 흉스러워보여.
학산=五刑五樂이란 말 있지. 정조시대 沈魯崇의 自著實記에 있는 말이여.늙은이의 다
섯가지 형벌과 다섯가지 즐거움에 대한 얘기말이여. 사람이 늙으면 어쩔수 없이 다
섯가지 형벌을 받게 되지. 보이는 것이 뚜렷하지 않으니 目刑이요,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齒刑이네. 다리에 걸을 힘이 없으니 脚刑이요 들어도 정확하지 않으니
耳刑이렸다. 그리고 宮刑이 있지. 눈은 흐려져 책을 못 읽고, 이는 빠져 잇몸으로 흐물
흐물 한다 이거지. 또 걸을 힘이 없어 집에만 박혀있고, 보청기 없이는 자꾸만 딴소리
만 하고,마지막으로 지나가는 할머니를 보고도 가슴이 설레이지않으니 宮刑이지.
칠산=다음은 내가 말할께 맞는가 보소. 승지 呂善德이 이말을 전해 듣고 沈魯崇에게 즉각
반박했지. 그것을 이른바 노인의 다섯가지 즐거움으로 바꿔버렸지.
보이는 것이 뚜렷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고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연한 것을 씹어 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지. 다리에 걸어다닐 힘이 없어
가 만히 앉아 있으니 넘어지지 않아 교통사고안나지. 또 나쁜 소리를 듣지 않아 마음
이 절로 고요하고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찝쩍거리지 않아 망신을 당하지 않아 좋지. 이
것을 다섯가지 즐거움이라고 하지. 이제 나도 모든 것을 즐겁게 생각하고 다음에는 얼
굴의 저승꽃들을 빼러 또 피부과병원에 가보아야겠네. 주름살 잡으러 보톡스도 맞으
러 가야겠는디 그것은 어디서 취급허지?
학산=가지가지 허소잉.
첫댓글 ㅇㅅ
눈이 어두운 건 쓸데없는 걸 보지 말고
이가 약한 것은 연한 걸 오래오래 잘 씹어먹고
귀가 어두운 것은 아무 말이나 귀담아듣지 말고
조앙신의 신신당부
그걸 어기면 逆天이고
이를 따르면 順天이라 했거늘
복지관에서 같이 춤추는 할망태의 못생긴 걸 다 보면
정나미 떨어져 복지관에 가기 싫을 탠대 그 또한 큰일이고
그 허전한 마음 어떻게 달랠까 그거이 또 걱정이네
입맛 떨어지고 유투브도 보기 싫고 밖에 나가기도 싫을텐데
이 일을 어짜면 좋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