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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인식 제고 활동을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2022년 ©Michel Lunanga/MSF
유엔에이즈계획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의 HIV 양성 인구는 50만명이 넘고, 이중 5명 중의 한 명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HIV/에이즈로 사망한 환자수는 1만4천명에 달하며 2만여명이 새롭게 HIV에 감염된 것으로 추산됐다.
20년 전인 2002년 5월, 국경없는의사회 치료 센터가 처음 개소했을 때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100만 명 이상의 남성, 여성 및 아동이 HIV 양성이었지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는 부족했고, 많은 사람에게는 그 치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유엔에이즈계획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2000년대 초까지 매년 5만명에서 20만 명이 HIV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2002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에 HIV 양성 인구를 위한 무상 진료를 제공하는 최초의 외래 치료 센터를 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콩고민주공화국의 HIV 치료에는 큰 진전이 있었으나, 여전히 HIV 검사와 치료에는 큰 격차가 남아있으며 이것은 여전히 매년 수천 명의 ‘예방 가능한 사망’을 야기하고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HIV에 감염된 것은 사형 선고와 다름없었습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 비용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접근할 수 없었고, 심지어 국경없는의사회 치료 센터에서도 초기 몇 달 동안은 이 치료가 불가능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증상과 기회감염만 치료할 수 있었고,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_마리아 마샤코(Maria Mashako) / 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의료 코디네이터
당시를 회상하고 싶지 않아요. 혈액 검사 결과를 받았을 때, 마치 “장례식을 준비하라”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이 돈을 모아 유럽에서 약을 구할 수 있게 도와줬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약값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몇 달 동안 치료를 중단해야 했고, 상태가 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지인이 국경없는의사회에 대해 알려줬어요."_클라리스 마위카(Clarisse Mawika) / 1999년 HIV 양성 판정을 받은 60세 환자
킨샤사의 환자들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무상으로 제공한 최초의 의료시설인 국경없는의사회 치료 센터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수의 환자가 몰렸다. 2000년대 중반 이 시설에서 일하던 마샤코는 “견디기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환자가 너무 많아 진료는 새벽에 시작해서 밤 늦게 끝났다.
진료와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다른 보건소와 병원의 무료 선별 검사와 치료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 20년간 킨샤사에서만 약 30개의 의료 시설이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당시 소수의 의사만 처방이 가능하던 치료를 간호사들이 직접 처방하고 HIV 양성 환자들을 추적할 수 있는 치료 시범 모델을 세워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 20년 동안 이러한 지원을 통해 수많은 의료종사자를 훈련시킬 수 있었고, 킨샤사에서만 19,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무상으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았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급성 HIV 환자를 위한 카빈다 병원의 수련의 ©Kris Pannecoucke
2010년 처음 킨샤사에 배급소 두 곳을 개소했을 때는 환자가 20명도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8개 지역에 17개의 배급소가 있고, 1만 명 이상의 환자가 배급소를 통해 치료제를 받고 있다. 이 접근법은 매우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 추후 국가의 HIV/에이즈 계획에 통합되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HIV/에이즈 치료는 수년에 걸쳐 큰 진전이 이루었으며, 현재 상황은 2002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확대되었고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감염자의 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HIV/에이즈를 퇴치하고 모든 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기에는 여전히 국가적, 국제적 지원이 불충분하다.
킨샤사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진행성 HIV 치료실에는 개소 이후 21,000명 이상의 환자가 입원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HIV/에이즈와의 싸움에 있어 국제 공여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 하지만 현재 국가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국제적 지원은 불충분하다.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검사와 의료제공자를 위한 교육이 제한되며, 만성적인 의약품 부족 또는 큰 지역 간 HIV 서비스 격차의 원인이 된다.
국가 에이즈 통제 프로그램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환자의 바이러스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적절한 장비를 보유한 주는 3개 주에 불과하다. 바이러스 양은 감염의 진화와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다. 최근 다른 차질도 많았다. 임신한 여성을 검사하고 치료함으로써 HIV 모자 감염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활동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HIV 양성인에게서 태어난 아동의 4분의 1은 소아 예방조치를 받을 수 없었는데, 이는 대부분 소아 항레트로바이러스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다. HIV에 감염된 전체 아동의 3분의 2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급성 HIV 병동에 입원한 어린이 환자가 벽화 그리기 행사 중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 2018년. ©Ghislain Massotte/MSF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부를 지원해 킨샤사를 비롯해 콩고민주공화국의 6개 주(북키부, 남키부, 마니에마, 이투리, 카사이 오리엔탈, 콩고 센트럴)에서 HIV/에이즈 치료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접적인 환자 치료, 의료제공자를 위한 교육, 필수 의약품 및 의료물자 공급 등이 포함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처음 치료 센터를 개소한 2020년 이후 콩고민주공화국의 HIV/에이즈 치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HIV 양성 인구를 위한 치료와 지원에 새롭고 혁신적인 모델을 도입해왔다. 지난 20년간 모든 환자가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정책과 인식에 변화를 도모하며, 킨샤사 뿐 아니라 콩고민주공화국 전역에서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 격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국내외 협력단체에 지원 확대를 촉구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HIV/에이즈 퇴치를 향한 길 앞에는 큰 도전과제가 남아있다.
HIV 감염인 및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캠페인. 콩고민주공화국, 2017년. ©Sara Creta/MSF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노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HIV를 퇴치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제 한 가지 소원은 20년 후 국경없는의사회가 이곳에 남아있지 않는 것입니다.” _마리아 마샤코(Maria Mashako) / 국경없는의사회 콩고민주공화국 의료 코디네이터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 위치한 카빈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장 카문가 무자나이(Jean Kamunga Mujanayi)와 안젤리크 문델레 키크와(Angelique Mundele Kikwa) 부부. 급성 HIV 입원 환자 중 80% 이상이 호전되어 퇴원한다. 2017년. ©Kris Pannecoucke
첫댓글 국가적, 국제적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