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인간들은 일을 저지르고, 못난 것들은 뒷설거지하고, 적었던 사초도 이자삣다고 혼줄이 나고....
어쨌거나 몬난 내가 내 몬난 줄 알고 2013년 시월 19~20일, 청명하고 아름다운 금수강산 가을날, 고마회 충주 봄모임부터 하키.현영부부가 제안한 공세리성당을 거쳐 학희 사놓은 농가, 그리고 태안반도 안면도 삼봉해수욕장을 1박 2일에 스쳐온 기억을 반추해본다. 누가 하라캔 사람도 업는데, 하도 황망간에 첩첩한 사건들을 겪었기에, 일주일 여가 지나서야 비로소 정신줄을 잡을 요량으로, 말을 달리다가도 가끔 멈춰 서서 못 따라온 영혼을 기다리는 인디언의 마음으로.....
그 전, 늘 회장 역할을 충실히 했던 룡이가 아아들 오케스트라 발표회 지도한다꼬 뜬금업시 내게 짐을 지웠겠다,
그래, 내야 묵고 사는 일은 대충대충해도 노는 데는 목숨을 거는 사람이니까, 요오시!
모임이 늘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고(특히 주사파들의 횡포), 그저 남자 하나 잘못 만난 죄로 고마회에 타의 참석하는 여자들을 봐서도 변화를 시도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불순파(변, 정)와, 머어 짜다라 하는 안주파(김진, 황) 사이의 눈치를 보며 약간의 배어리에이션을 시도하자고 변과 정이 합의,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악보 공유, 허 비오롱, 정 하모니카, 변 나발, 준비하기,
중창 시도,
다들 독보가 대충 되고, 고마회 초창기에 시도했던 기억이 새록했고, 음악을 조아하는 마음이 혼연일체라, 중창곡 선정, 카톡상 공지, 악보 올리기,
15일? 수서기 긴급 제안, 자기가 반주기를 빌려 갈 수 있으니 반주기에 필요한 프로그램 깔 노트북 하나 섭외하래, 부랴부랴 김경혜가 쓰던 거, 직장 퇴직을 앞두고 있는 바람에 놀고 있어 안에 든 거 부라놓고 택배 배송,
그사이, 숙소를 예약할까 말까, 인터넷 들어가 공세리를 중심으로 검색했다, 하키.수석 부부 차, 내 차, 진시기 차, 늦게 합류할 룡이 차가 움직일 동선을 고려하면서, 그리고 우리 모임의 아킬레스건인 밤늦게 고성방가 가능한 숙소를 선별하면서....
태안반도 여나므군데 펜션급을 찾아 인터넷상으로 소개하는 시설, 위치 둘러보고, 마지막 전화를 걸어 사장한테 밤늦게 고성방가 가능한가 확인하고....
대부분의 펜션은 아예 예약시 주의사항에 고성방가 절대금지, 사장놈도 ‘그러시려면 바다가 안보이는 뒷방에 그것도 방을 두 개는 잡으셔야....’
고민고민하다 룡이, 수서기에게 자문을 구했다,
대답인 즉,
“야, 이 씨즌에 우리가 태안 마이 가봤는데 예약 필요업다, 펜션, 쌔비릿고 그냥 드라이브하다가 경치 조은 데 있스모 자리 잡으모 된다, 고성방가? 그거 미리 예고하모 방 내줄 사람이 누가 있노? 그냥 관광지에서는 약간의 실례는 용인된다, 그라고 인터넷에서 보는 거하고 실제 펜션하고는 마이 다르다, 등등....”
예약 포기,
일년 농사중 젤 중요한 신입생 모집을 성대히 끝내고(용주 도움이 결정적) 휘파람 불며 3시간 달려 공세리 도착, 진시기 부부는 벌써 도착해 성당 일순하였고, 담배 필 장소와 재떨이 조달, 후착할 하키.석이 부부 기다리다,
도시락을 우리가 가져가니 우리가 갑, 그러니 을은 잔말 말고 잠자코 기다리고 있거라는 이양순 여사의 일갈,
도착, 점심 피크닉 장소 물색, 이동,
배를 골려 음식을 맛나게 하려는 정현영샘의 책략 성공,
아름다운 경내, 아름다운 가을날, 보시기에 심히 조았더라,
준비해온 음식, 고기, 샐러드, 후식, 단순한 듯 하지만 맛과 영양, 질과 양을 모두 충족시키는 쌈박한 식사에 모두 코박고 흠향하다,
심지어는 앤간히 먹고 나서야 우리가 붉은 감나무 아래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기도.....
석, 범, 문자씨, 양순씨, 경내 일순, 조은 사진 몇 컷 건지고...
바오로씨, 금송아지,
하키 산 집 일별,
수서기, 삼봉해수욕장 제안,
안면도를 향해 남하, 주말, 대하축제, 교통체증,
그때부터 불현듯 숙소 걱정,
꺼이꺼이 삼봉 도착,
뉘엿뉘엿 석양, 낙조,
무심한 낙조, 유심한 세월,
뒷통수에서 떠오르는 보름달,
사위는 어두워지고 갑자기 바빠지는 남정네들,
숙소 조달 남정네 선발팀 출발,
삼봉 아래 기지포, 기지포 아래 두여, 두여 아래 방포,
근처 몇 곳을 이 잡듯 뒤졌으나 상황은 점점 악화,
추운 바닷가에서 남자들 연락 기다리며 밤바람에 떨고 있을 여자들,
가까스로, 천신만고, 천재일우로 충청도 늘어진 말씨의 할머니가 있는 오션하우스,
시간에 쫓겨 예약, 놀기는 뜨락 평상에서 놀자하고 의기양양 여편네들에게 전화,
내비에 찍을 주소를 불러주었으나 내비에 안잡혀 소동,
룡이 드디어 안면도 진입,
그 할미가 강추하는 승진횟집에 속속 도착,
전원 합류, 안도,
회, 대하, 날것으로, 구워스로, 만복, 취기, 숙소 조달 성공한 남정네들 눈빛 풀리고,
거나한 식사 후 천신만고 숙소 오션하우스,
미처 확인 못한 화장실 냄새, 기숙 불가 판정,
일행 전원 비상, 스트레스지수 최악,
이미 밤 10시 반 경,
사태의 절박함을 직시한 룡이, 앞으로 치고 나가다,
룡이가 날쌔게 계약금 환불 받아오고,
부렸던 짐 다시 챙기고,
다음 숙소는 어디?
다시 삼봉 가자!
삼봉서 두 팀으로 나눠 숙소 탐색, 우왕좌왕,
기다리는 진시기와 나, 사색,
숙소를 미리 예약치 못한 실수, 회한, 자책, 애꿎은 담배만 뻑뻑,
마침내 연락 닫고, 숙소 결정,
밤 12시,
마야마야,
한길에 연한 일층, 30여 평,
넓은 거실, 작은 방, 주방, 자바라 커튼으로 구획된 공간 하나, 화장실 둘,
유카탄 반도의 ‘마야’같은 생뚱함이었지만 하룻밤 지내고 보니 석가모니 어머니, ‘마야’였더라,
몸이 꽁꽁 언 여자들, 방에 이불 베개 들여 몸 녹이는 사이,
이 황당한 상황을 만회하고자 하는 남정네들의 처절한 몸부림,
수서기, 준비해온 악기, 반주기, 헐레벌떡 내리고 차리고,
룡이, 북, 보면대, 악보, 주섬주섬 챙겨오고,
진시기, 배미, 바닥에 요 깔고, 상 차리고, 신문지 깔고, 노트북 놓을 대 찾아 TV 공군 좌탁 발견, 낑낑 옮겨 오고, 그때야 놀며 먹을거리 장 본 게 사라졌다는 걸 발견하고 차마다 실렸는지 뒤지고 쑤시고,
결국 앗차, 방포에 두고 왔다는 걸 깨닫고,
다시 옆 슈퍼에서 장봐 상 차리고,
이 모든 소동을 학희는 눈이 휘둥그레 지켜보고 있고,
17분 만에 예술의 전당 소극장 규모의 공연홀을 뚝딱하다,
드디어, 수서기 색소폰, 반주기 소리,
여편네들 우시두시 합류,
남자들의 갸륵한 정성에 흡뜬 눈빛을 누그러뜨리고,
색소폰 몇 곡, 박수,
중창곡 데피기, 동무생각, 꿈속의 고향, 들장미, 앤니 로리, 등대지기, 석별의 정,
아멘, 후렴구 붙이기, 느낌 알만 하면 반주기 깔고 부르기,
참, 다들 노래 좋아하고 앤간한 솜씨 있고....
룡이 준비한 바위섬 사중창, 북장단에 단가 한 소절,
룡이 편집한 악보집 일권 반쯤 부르다 새벽 5시 경 모두 지쳐 침소,
자지도 않고 아침 일찍 해변 산책한 몇몇,
어제 저녁 식당에서 남은 음식 싸온 걸로 햇반 곁들여 새우 머리까지 구운 알뜰한 아침 식사,
여인들 해변 산책하는 사이, 룡이 부지런히 설거지하고, 남자들 뒷정리하고,
마루에 눕고 앉아 방담, 일박이일 추스르기,
여인들 돌아오고,
커피가 담배에 해롭고, 반치음,
배미는 그사이, 이 모임을 충주까지 연장할까 말까, 바람 잡을까 말까, 진시기 용어 ‘문디잔치’를 할까 말까 재다가 ‘질펀’보다는 ‘쌈박’을 택하기로,
룡이, 하키 부부 한 차 출발,
진시기 부부 한 차 출발,
수서기 부부 한 차 출발,
나는 서해안 고속도로 타고 남행,
자다, 서다,
6시 20분, 하키 부부 도착 문자,
7시 44분, 룡이 도착 문자,
10시 20분, 수서기 도착 문자,
진시기 충주 도착 문자,(다음 날 동해 행)
11시 12분, 거창 도착,
휴~~
여기까지 적고보니 유체이탈했던 넋이 제자리로 돌아왔구나,
반갑다, 내 넋아!
첫댓글 우정에 취하고, 모여서 이루는 온기에 취하고, 가을 - 해변의 낙조와 모래사장과 파도소리에 취하고, 해변의 해송이 숨죽이며 웅얼대는 밀담에 취하고, 포구의 주막 - 술과 안주와 숙소 주인 할메 너스레와 넌지시 건네는 몇몇 아낙들의 부킹 소식에 취하고,
태평타가 발등에 불 떨어져 다급한 마음을 뒤따르던 보름달에,
오지못한 친구 하나, 그 안타까운 그리움에,
결국은 옆방 사람들 잠까지 홀라당 뺏아 밤을 꼴딱 샌 음주가무로 제대로 취해버린,
그런데도 하나하나 꼭닥시리 기억에 저장해둔,
벌써 가물거리는, 그래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가 싶은,
아, 니가 되뇌는 그 어느 가을 한 날이
소중한 만큼 그렇게 벌써 아프게 애잔쿠나...
부킹 신청....
쯥,
그래도 아직 우리가 상품성이 있다는 걸 확인하였자나,
다들 분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