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참 좋은 날이다!
이 저녁의 만찬을 위해
그렇잖아도 맛없는 점심 아주 조금만 먹었다는 막내, 고맙다.
자전거를 타고 집 가까운 회사로 출근한 세인은
벌써부터 "엄마, 오늘 저녁 먹어?" 몇 번을 확인했다.
몇 시인지 묻길래 세인이 퇴근시간에 맞추어서.....
진심으로 엄마를 기다리는 세인이 또한 고맙다.
나름 씩씩한 수련이는 집에서 나올 채비를 하고,
그럼에도 엄마를 이해하려 애쓰는 둘째, 참 예쁘다.
인터넷에서 세일로 까만 원피스를 12,000원에 구입했다는데
젊음, 잘 고른 취향이 딱 들어맞아 명품 옷 부럽지 않게 근사하기까지.
"언니, 온통 검은 색에 그림자냐?"
설렁설렁 말 지어내기도 참 잘 하네.
다 모였으니, 어디로 갈까?
"세인이 우리 그 때 백운호수 갔던 거 기억나지? 그 쪽으로..."
고기는 별로인듯 하고,
"집 가는 입구에 '조가네 갑오징어'라는 음식점이 있더라. 거기 한 번 가 보자. "
- 엄마, 좋아요. 새로운 맛이라면.
어느새 스마트폰으로 백운호수 근처 맛집을 뒤적이던 다빈이는
시장끼가 동하는지 입맛을 다신다.
큰 도로를 두고 옛 길을 돌아 나오자니
차를 탈 일이 별로 없는 세인은 멀미가 난다고 난리,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눈을 흘기는 수련이,
양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또 시작이라는 듯 모른체 하는 다빈.
한 마음으로 모여진 이 순간이 뭐 그리 대수랴만,
우리에겐 뜻 깊은 날이다.
반목으로 등을 돌리던 때는 오지 않을 날인줄 알았어도
마음이 풀리고 풀려, 여기까지다.
그럼 되었다. 맘껏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
더 바라는 건 욕심이다.
"엄마는 혼자 있는 시간 좋아해...."
막상 긴 시간 있자 해도 각자 할 일이 많아진 나이가 된 것은 다행이다.
어른은 어른끼리의 시간이 더 좋다.
공감가는 시선이 같아서 더 편한 까닭에.
2015년 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