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단발머리 소녀
기(氣)를 발산하는 곳이 눈이라면 받아들이는 곳은 머리칼이다.
이런 가정(假定)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버스를 기다리는 여고생 하나를 정해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부지부식 중에 학생의 손이 머리칼로 올라갔다. 다음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들은 머리를 자주 만진다,
이것은 안테나를 최적의 주파수로 맞추는 노력이다.
일제감정기에는 딴 생각을 품지 못하게 단발령을 내렸다.
수능이 끝나면, 여고생들은 헤어스타일부터 바꾼다.
장날 할머니들은 머리 손질하러 미장원에 간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손이 머리로 올라간다.
군에 입대하려면 머리를 깎는다.
출가하려면 속세와 인연을 단절하기 위해서 삭발(削髮)을 한다.
이것은 안테나 주파수를 조정하기 위한 시도이다.
음악가는 안테나가 길어야 한다. 그래서 베토벤이나 캔이지는 장발이다.
운동경기에서 유별나게 머리칼이 반짝거리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낸다.
레스링 선수가 장발이라면 말이 안 된다.
이것은 안테나 주파수를 조정하면, 달라지는 것을 나타낸다.
탈모에 관하여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이 싫어 대충대충 생각하면, 머리털이 줄어들어 대머리가 된다.
수학여행을 떠난 딸이나 군대 간 아들 걱정에 밤 잠 설치는 분은, 대머리 아버지가 아니라 쪽진 어머니다.
작가 김수현은 탈모가 진행되는 이덕화에게, 가발을 쓰라고 권했다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설운도가 나도
당신의 머리칼은?
털의 쓰임새
심리장교가 여군포로의 조사에서 진척이 없자.
감옥에 있는 탈영병 하나를 모질게 고문해서, 신음하는 장면을 보여줍시다.
그리고 대장에게 구해달라는 편지를 쓰게 하면 어떨까요?
이에 여군포로는 자신의 은밀한 곳에서 털을 뽑아 편지에 넣었다.
아쭈! 이년 봐라. 포로 주제에 남자가 그리운가 보지!
편지는 적군 대장에게 배달되었다.
거기에서 밥풀로 붙인 털이 나왔다.
이게 뭐야! 음모(陰毛)쟌아. 나쁜 놈들!
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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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4mfDxbM1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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