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지구 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분단국입니다. 배달의 겨레는 통일신라 이후 고려, 조선의 3왕조를 거치면서 1,400년 가까이 통일된 나라에서 살았습니다. 조선왕조 말년에 일본의 식민지로 되었다가 해방과 함께 시작된 냉전의 희생물로 분단됐습니다. 그 후로 67년이 지났음에도 통일은 여전히 ‘우리의 소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남북분단과 영·호남 간의 남남갈등은 통일신라 이전의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했던 삼국시대의 잔영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분단의 세월 동안 남북간은 인종이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로 여러 면에서 이질화했습니다.
같은 조상을 두고, 같은 언어를 쓰는 동족의 DNA는 반만년의 역사속에 연면히 이어져 왔습니다. 100년도 안 되는 분단이 만들어 낸 이질화는 짧은 교화 및 동화 기간만 거치면 쉽게 극복될 수 있으리라고 여깁니다. 또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부추기고 과장했던 남남갈등은 종교와 인종의 차이에서 시작된 외국의 분리독립운동에 비하면 아직은 '투정'의 차원이라고 하겠습니다.
국가간의 전쟁이나 국가 안의 내전은 대부분 통일 아니면 독립을 명분으로 합니다. 모든 왕조국가들은 독립국으로 출발하여 천하통일을 지향했습니다. 그 중 소수의 왕조가 천하통일에 성공했고, 대부분은 중도에서 소멸됐습니다. 현대에 와서 동서독처럼 전쟁없이 이룩한 통일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되고 대부분의 통일은 전쟁을 수반했습니다.
그러나 지구상에는 통일을 위한 전쟁보다 분리독립을 위한 전쟁이 훨씬 많았습니다. 지금도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서 분리독립을 위한 내전이 치열합니다. 20세기 말 구 소련체제의 붕괴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15개의 독립국을 일시에 탄생시켰습니다. 같은 무렵 동구권에 속하던 유고슬라비아는 다시 6개 국가로 쪼개지면서 엄청난 내전을 겪었습니다.
이처럼 종결됐거나 현재 진행형인 분리독립운동은 제3세계의 전유물처럼 돼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예외가 생기려고 하는 중입니다. 바로 스코틀랜드의 독립운동입니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와 함께 영국연방을 구성하는 자치국의 하나입니다.
지난해 5월 영국 총선에서 스코틀랜드 독립을 공약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승리했고, 스코틀랜드 자치국 정부 제1장관(총리 격)이자 SNP당수인 알렉스 샐먼드가 새해 초 2016년에 독립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에 데이빗 캐머런 영국총리는 주민투표를 하려거든 18개월 안에 실시하라고 조기 실시를 조건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스코틀랜드 안에서도 독립에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라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시간을 끌수록 갈등이 심화되면서 찬성표가 많아질 것으로 연방정부는 우려하고 있는 듯합니다.
스코틀랜드는 면적으로는 영국본토의 3분의 1, 인구는 10분의 1, 영국 GDP의 약 10%를 차지합니다만, 스코틀랜드가 독립한다면 영국의 위상은 그런 수치 이상으로 크게 저하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독립 스코틀랜드의 위상이 높아질 전망도 크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스코틀랜드는 왜 독립을 하려고 할까요? 민주주의의 발상지로서, 1인당 GDP 4만달러가 넘는 선진국인 영국에서조차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영국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영국연방 국가들간에 이질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 우선 인종적으로 잉글랜드는 앵글로 색슨,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는 켈트족으로 다르고, 언어도 다릅니다. 영어가 공용어이긴 하나 스코틀랜드어와 웨일즈어, 아일랜드어가 따로이고, 지역의 학교에서 가르칩니다.
북아일랜드에선 현재는 소강상태지만 최근까지도 신구교도간에 종교전쟁이 치열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처절한 독립전쟁을 수도 없이 치렀고, 1328년 독립쟁취의 계기를 만든 스코틀랜드 장군 윌리엄 월리스를 소재로 한 영화가 멜 깁슨 주연의 ‘브레이브 하트’입니다.
20여년 전 유학시절 영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나의 눈에 의외였던 것은 스코틀랜드에선 현지 화폐와 연방화폐인 파운드화가 병용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웨일즈에선 도로표지판을 비롯한 모든 공공시설의 표지판엔 영어와 웨일즈어가 병기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관행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영남에서 통용되는 돈을 영남권 은행이 찍어 내고, 호남의 학교에선 전라도 사투리를 가르치는 꼴입니다. 영국의 지역감정문제는 우리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얘기임을 알고 나서 사투리 정도가 지역정서의 주된 잔재인 우리의 지역문제는 얼마나 다행인가 하며 안도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렇다고 지역균형발전의 문제를 간과해선 안됩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은 북해 유전 수입의 배분방식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듯합니다. 독립하면 그들의 독차지인데 연방들과 공평하게 나눠 쓰는 것에 대한 불만인 것이죠. 거기에 지역개발의 차이가 얹혀져 1707년 합방이후 300년 넘게 지속돼 온 영국의 연방체제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움직임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는 남북통일이 얼마나 지난한 과제냐 하는 것입니다. 잘사는 선진국 내에서도 그럴진대 하물며 국력에서 40배 정도나 차이가 나는 남북한 사이에선 통일보다는 격차의 완화가 선행돼야 함을 말해줍니다.
남한이 가난해지는 통일은 남한의 반대로 어렵습니다. 남한한테 먹히는 통일은 북한의 반대로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이 남한과 대등해지도록 개혁 개방을 유도하고, 경제를 지원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는 통일이 바람직합니다. 삼국시대 때 세 나라는 700년 가까이 떨어져 살았습니다.
남북통일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남남갈등의 해소입니다. 지역간 개발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균형발전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도 쉽지 않은 형편에 우리 안에서 갈라서자는 얘기가 나오면 어떡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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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남과 북의 문제는 참으로 어러운 문제라는 말은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남한 사람은 북을 이해하러고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어찌면 북한이 남한의 회초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윗글에도 있듯이 격차의 완화가 필요하건만 오히려 더 키우는 형국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