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과’ “더 좋은 사회 만들어가는 방법 고민해요” [서울대 전공 돋보기]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사회학이란 무엇일까? 정치사회학, 경제사회학, 문화사회학, 종교사회학, 교육사회학, 심지어 과학사회학까지 앞에 무슨무슨 접두어만 붙이면 모든 것을 제 자신으로 변모케 하는 연금술의 학문, 사회학. 통상 ‘매우 종합적이다’ ‘구조와 행위 사이의 관계를 밀접히 연구한다’ ‘실천 지향적이다’라고 일컬어지는 사회학은 과연 어떤 학문이며,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아보자.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박경숙
Q. 고등학생에게 사회학은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사회학은 기본적으로 ‘사회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고민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학문이에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요. 이때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많은 문제들은 한 개인의 사정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 속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고, 또 이런 사회적인 문제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회는 매우 중요한 바탕이지요.
사회는 우리의 의식, 삶의 물질적 기회,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쳐요. 그리고 사회는 참 다양한데, 이를테면 청년들이 놓여있는 상황도 서구 사회, 한국 사회, 그리고 여타 아시아 사회가 달라요.
그래서 사회를 연구할 때에는 우리가 놓여 있는 조건을 이해하고,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필요해요. 정치학, 경제학, 언론정보학, 인류학, 지리학, 이 모든 것이 다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죠.
그런데 이것들이 어떤 경우는 제왕적인 권력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고, 어떤 경우는 시민들의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가 있고, 또 어떤 경제 조직은 굉장히 평등할 수도 있고, 어떤 조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러한 다양한 제도나 삶의 양식의 양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종합적인 관점이 필요해요.
사회학은 그런 측면에서 다른 사회과학과 구분이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문제의식이 사회학의 여러 분과를 발전시켜 온 것 같아요.
Q. 사회학이 비교적 최근에 태동한 학문이라고 들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이라는 말은 다소 상대적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사회학과 원로 교수님께서 도서관에 고서 약 5,000권을 기증하셨어요. 그 중 하나가 루소의 사회적 계약에 관한 책이었어요.
원로 교수님께서 어떻게 루소의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말씀해 주셨는데, 루소의 사상에서 강조되는 ‘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천착했다는 거예요. 과거에 법이 제왕의 선언이었다면, 근대 사회에서 법은 평등한 자유민들의 계약이란 인식이 생성되는데 둘 사이에 거대한 전환이 내재해 있죠.
근대 학문으로서 사회학은 거슬러 올라가면 이와 같은 사회철학과 맞닿아 있어요. 그러면 그 시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전인 것이죠. 근대성의 핵심개념을 자아 혹은 개인이라고 한다면 평등한 개인들이 어우러져 사는 집합이 근대적 사회였고, 그 근대적 사회를 지배하는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여러 가지 힘들을 연구하는 것이 사회학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그 시기는 16,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사회학을 떠올리면 ‘비판’이라는 개념이 연상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사회 속에서 태어나죠.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로서의 삶을 영위해야 하는데 사회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평등과 인권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갖추지는 못 했어요.
그러니까 곳곳에 불평등과 부정의가 있고, 우리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가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어요. 그런데 기성의 권력들은 이런 것을 보호하고, 정당화하고, 문제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따라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존중 받고 존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이 사회 곳곳에 존재할 수 있는 불평등과 폭력적인 권력에 대해서 비판하는 의식이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사회학의 굉장히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사회 불평등 또는 폭력적인 권력 현상을 비판함으로써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우리의 생각이 바뀌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어떻게 사회학과에 진학하셨나요?
제가 86학번인데, 당시는 사회가 굉장히 어렵고,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웠어요. 물론 고등학교 때 의식이 그다지 각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시대를 전망하며 자신의 삶과 사회를 연관시켜서 사고하는 사회학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했고, 마침 들어오니 민주화의 흐름 안에서 몸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있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중요성을 체험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학이 갖는 시대적인 소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흥미와 적성
사회학을 전공하려면 개인에서부터 정치, 제도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회 현상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필요하다. 평소에 신문이나 책을 통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학생에게 적합한 분야이다. 또, 사회 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력과 통찰력이 중요하며, 사회 현상에 대한 조사를 위해 통계학적 지식을 갖춘 학생에게 유리하다.
Q. 사회학을 배우고 연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때는 언제인가요?
한국 사회학이 정체성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는 사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시기가 매우 짧았어요. ‘한국에서의 사회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공부가 사회학이냐’에 대해서 사회학 공동체 내부에서도 상당히 많은 방황과 갈등이 있었어요.
그런 과정에서 사회 변혁의 실천을 강조하는 쪽과 방법론적으로 엄밀한 학문적 풍토에 방점을 둔 쪽이 있었어요. 이 둘이 갈등을 하면서 한국 사회학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그런 일련의 과정은, 한국 사회학이 무엇을 연구해야 하고 그것의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했던 기간이었어요.
저에게 가장 의미가 있었던 일은 지금까지 그것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왔던 일인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 보다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매우 치밀한 분석과 현실과 맞닿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요.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지 실천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와 맞물려 사회학이 발전했으면 해요.
그리고 인권이나 시민사회, 청년실업,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같은 사회변동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사회 변화의 힘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우리가 늘 의식하고 주체가 되는 학문이 바로 사회학이어야 하고 거기에 기여했다는 것에 큰 자긍심을 가지고 있어요.
Q. 사회학, 그 중에서도 인구학에 전념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현재 인구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예요. 한국 사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과학기술, 문화, 개인화, 불평등 등의 총체적 사회 변화와 맞물려 나타납니다.
인구학은 어떤 지역의 출산·생존·사망·이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인구학은 크게 출생·사망·이주 그리고 그 동태에 의해서 일어난 인구구조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와 이러한 인구 동태가 사회 환경과 어떻게 연관되는가를 연구하는 분야로 나누어져요.
전자를 형식인구학, 후자를 사회인구학이라고 하는데 형식인구학의 경우에는 자연과학이나 다른 응용과학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고, 사회인구학은 인구현상이 사회와 어떻게 접목되어서 나타나는지, 특정 현상이 일어난 사회적 맥락이 무엇인지에 더 초점을 두기 때문에 사회과학과 깊이 연관됩니다.
▶ 관련 자격
사회조사분석사, 정책분석평가사 등
Q. 마지막으로 사회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지금 변혁의 시대에 있어요. 우리가 길게 보면 100년, 짧게 보면 50~60년 동안 근대를 만들기 위해서 돌진하면서 살아왔죠. 보다 더 나은 사회, 보다 더 나은 삶,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 그리고 능력 있는 삶, 이러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그러면서 앞서 언급한 가치를 추구하면서 만들어진 사회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어요.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시대적 과제 내지 운명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떠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하고 그 질문에 실천으로 답해야 합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고,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것인지… 이 질문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한층 더 배양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어떻게 사는가’란 질문은 ‘그곳은 어떤 사회인가’라는 질문과 분리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이 어떻게 더불어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상상력을 견지하는 것이 사회학 입문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를 어떻게 낫게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나은 사회를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이러한 문제의식이 사회학을 공부하고 실제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인서울 사회학과 개설 대학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한양대학교 사회학과
*출처=서울대 아로리 ‘2018 전공 돋보기’, 커리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