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만에,
설악을 다시 찾아갑니다.
이유는,
단풍이 시작됐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사람이 많아 산행이 어려울 듯하여,
서둘러 설악으로 찾아갑니다.
그런데,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에,
사당역에는 등산객으로 바글바글 했고...
이쯤에서,
설악산 단풍에 대한 감을 잡았어야 했는데...
한계령을 지나고,
오색에 도착했는데...
여기는,
서울의 밤거리보다,
사람이 더 많고...
화려한 조명은 아니지만,
조그만 손전등이 모여서,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있네요.
오색 등산로에,
오전 2시 50분에 도착했는데...
3시 30분이 지나는데,
200미터도 못 지났고...
설마 했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요...
암튼,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3시간 이내 정상에 도착해야 하는데,
30분째 제자리입니다.
시간이 더 흐르고,
3시 45분쯤 되니,
비로소 정체가 풀리고...
명절 고속도로도 아닌데,
강원도 산중에서 정체가 있을 것으로는,
상상도 못 했고...
암튼,
먼저 가는 등산객을,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죽어라 올랐습니다.
간혹,
주변에는 이런 단풍도 있지만,
사진도 찍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무조건 정상을 향해 걸었고...
그래야,
정체로 인해 흘러간 시간을,
조금이나마 복구할 것 같아서...
결론은,
아무런 의미 없는,
나만의 닭짓이었지만...
이 사진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왜곡된 사진인데...
산을 너무 빨리 오르다 보니,
너무 숨이 가빠서 숨을 몰아 쉬는데...
날이 춥고,
따뜻한 숨소리가 만나서,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보였고...
즉,
미친놈처럼 오르다 보니,
인공 안개를 만들었다는... ㅎㅎ
어느 정도 오르고 나니,
조금은 여유가...
앞서가는,
몇몇 산꾼을 제외하고,
내가 선두에서 걸으니,
조금은 마음의 안도감이...
그리고,
일출 시간이 오전 6시 30분임으로,
시간도 20분 정도는 여유가 있어서...
정상이 지척인데,
불운의 기운이 날 감싸고...
조금 전에는,
내 입김에 의한 안개였으나,
지금은 진짜 안개가 자욱하고...
이럼,
정말 힘들게 올랐는데,
일출은 가망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역시,
불길한 예감은,
한 치의 오차도 없고...
왜냐하면,
이 정도쯤이면,
여명이 밝아오면서,
붉은 기운이 보여야 하는데...
붉은 여명은 고사하고,
안개만 자욱했고...
정상에 도착했는데,
발 디딜 틈도 없네요...
일찍 올라온 산꾼과,
중청 대피소에서 숙박했던 사람들로,
정상은 인산인해이고...
더구나,
구름이 가득해서,
일출도 없는데...
그래도,
정상석 인증은 남기고...
아쉬운 마음에,
십여 분만 기다릴까 했는데...
모자를 꺼내 쓰고,
오리털 재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너무 추워서,
서있기도 힘들 지경이었고...
모든 걸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기로 결정했고...
조금은 아쉬워서,
해 뜨는 방향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암튼,
산을 오르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모든 걸 내려놓고,
발길은 중청으로...
중청으로 가는 길은,
일출을 대신하여,
멀리에서 운해가 반겨주고...
역시,
하나를 버리면,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산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네요.
이제는.
멀리 보이는 구름을 향해서,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구름과 공룡능선은,
나보고 어서 오라고...
일출은 없지만,
두 번째 목표인 공룡을 만나기 위해,
발길을 서둘러 보는데...
그러나,
나의 발길을 붙잡고서,
훼방을 놓는 것이 있었으니...
등산로는,
폐타이어로 미끄러지지 말라고,
정비를 잘해놨는데...
타이어에는,
차가운 기온으로 인해서,
서리가 가득하게 내렸고...
즉,
조금만 실수해도,
미끄러워서 넘어지기 쉬운 관계로,
발길은 더디기만 했고...
대청에서 내려와,
중청에 도착했는데...
대청봉은,
일출은 고사하고,
구름만 가득하고...
어째튼,
얼어버린 몸을,
대피소에 들러서 따뜻한 차로 녹였고...
내가,
너무 없어 보였는지,
종이컵에 생강차 한잔을...
이제는,
중청을 지나고,
소청으로 향해가는데...
설악에서 가장 멋진 등산로인데,
오늘은 안개로 인해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뭔가 보인 다고 해도,
길이 미끄러워서,
구경할 방법도 없었지만...
사진은,
미시령 방향인데...
아침 안개가,
마치 구름바다처럼 보이고...
실제 모습은,
강 줄기와 비슷하지만,
바다가 지척이라서,
바다라고 표현을... ㅎㅎ
몇몇 산객들도,
일출에 대한 아쉬움과,
구름으로 인한 원망을 늘어놓으며,
조심조심 하산을...
산행 당일에는,
멋진 일출,
그리고,
화려한 경치가 목적이라 실망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천천히 살펴보니,
이 또한 멋진 모습이었고...
단풍이 물든,
조그만 진달래에는,
흰서리가 가득하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서리가 아니라 눈꽃이 피어서,
많은 산객을 유혹할 텐데...
어째튼,
산 아래는 아직도 푸르른데,
서리가 가득한 단풍을 보다니,
이 또한 즐거움이었고...
소청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모습은,
너무나 순해 보였는데...
왜냐하면,
보든 봉우리는 발아래 펼쳐지고,
구름이 가려서 무난한 봉우리로 보여 짐으로...
그러나,
내가 저길 찾는 순간에도,
순한 모습으로 반길지는 의문이고...
등산로에는,
서리들이 꽃처럼 피었고...
보통,
머리가 백발인 사람들이,
머리에 서리가 내렸다고 하는데...
진달래 잎을 보니,
그 의미를 알겠네요. ㅎㅎ
속초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구름이 가득하지만,
왼쪽은 멀리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당시에는,
누군가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서,
맞은편 구름을 쓸어줬으면 했는데...
그래야,
푸른 바다와,
붉은 태양을 즐길 수 있음으로... ㅎㅎ
빗자루로,
구름을 쓸기도 전에,
태양은 떠올라서,
귀때기청을 비추고...
그나마,
동해안 쪽은 구름이 많지만,
내륙 방향은 구름이 없으니,
내설악을 즐길 수 있었고...
조금 더 단풍이 화려해지면,
편안한 마음으로.
곡백운계곡을 찾아가기로...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해가 떠오르자,
구름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불과 5분 전에도,
주변이 안개로 자욱했는데...
안개가 걷히고 나니,
주변의 모습은,
점차 밝은 모습으로...
안개로 인해,
이런 세상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네요.
암튼,
자연이 보여주는 변화무쌍함은,
말로는 표현이 힘들고...
미미한 나는,
설악이 보여주는 모습에,
그저 감탄만...
해는,
점차 떠오르고...
나는,
대청을 내려와서,
공룡을 가기 위하여,
희운각을 발길을 돌리는데...
대청봉에는,
아직도 조그만 구름 덩이가,
주변을 맴돌고 있고...
맞은편 봉우리는,
갈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한 번쯤 들러 봤으면...
참고로,
오래된 등산지도에는,
저 신선봉 봉우리를 지나서,
공룡능선이 시작한다고 되어 있는데...
최근 지도에는,
등산로도 사라지고 없고...
신선대 바로 아래에서,
마등령 방향을 바라보면,
이런 비경이 펼쳐지고...
단풍이 조금 더 물들면,
훨씬 좋았을 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렇게 맑은 모습을 보는 것도,
그저 감사하기만...
시간이 흐르고,
구름이,
어떤 조화를 부릴지 모르지만,
지금에 감사하며 산행을...
희운각 대피소가 지척인데,
나무들은 단풍이 곱게 물들고...
단풍나무가 아닌,
참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은,
단풍나무에 뒤지지 않고...
어째튼,
단풍은 정상을 출발하여,
부지런히 아래로 내려가네요.
가끔은,
아주 가끔은,
단풍나무도 곱게 물들어 가고...
아직 많지는 않지만,
붉게 물들고 있는 나무를 보니,
가을은 깊어만 가네요.
남은 공룡 구간에서도,
많은 단풍을 기대하면서,
희운각 대피소를 찾아갑니다.
드디어,
희운각에 도착했는데...
여길 애타게 찾은 이유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아침 식사할 장소를 찾기 위해 였으나...
희운각 대피소뿐만 아니라,
대피소 주변의 조그만 공간까지,
이미 산꾼들로 만원이었고...
참고로,
이 장소는,
지난여름에,
다람쥐와 식사를 했던 장소였고...
대피소 전망대에 올라서,
천불동 계곡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단풍이 절정일 때,
여길 내려간다면,
정말 멋진 장소인데...
오늘은,
천불동계곡은 버리고,
공룡능선을 향해서...
해가 잘 드는,
조그만 공간에 자리를 잡고서,
허기를 달래 봅니다.
술은 없지만,
시원한 밥과,
미지근한 라면,
그리고,
얼어버린 김치까지...
살기 위해,
아니 죽지 않기 위해,
억지로 해결한 한 끼입니다.
전화기 배터리가 수명을 다해서,
충전기를 찾는데,
케이블이 보이질 않고...
아마도,
새벽에 옷을 꺼내 입으면서,
케이블을 빠트린 듯...
그래서,
다른 산객에게 충전 케이블을 빌려서,
이렇게 험한 길을 같이 걸었습니다.
한 손에는 충전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전화기를...
전화기의 카메라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부지런히 풍경을 담아보는데...
맞은편 대청봉에는,
아직도 구름이 가득하고...
산객들은,
대청봉을 가리키며,
너무 멋진 모습이라고 한 마디씩...
드디어,
제일 멋진 구간에 도착을...
맞은편 봉우리는,
노인봉, 범봉, 희야봉 등등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불길하게,
구름이 자꾸만 밀려오고...
구름이 오기 전에,
발걸음 재촉하여,
노인봉 정상으로 갑니다.
구름이 적당하면,
운치가 있다고 하면 되는데...
많으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구름으로 인해 주변 경치가 가릴까 봐,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앞에 가시는,
붉은색 옷을 입은 분이,
나의 구세주입니다.
저분의 충천 케이블로 인해,
사진을 남길 뿐만 아니라,
같이 걸으면서 산에 대한 대화도 나누고...
주로,
부산, 울산, 관악산, 북한산까지...
산에 대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면서,
공룡을 즐겼고...
봉우리는,
제각각 이름이 있는데,
외울 수도 없고,
이름도 가물가물해서 확신이 없네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그냥 암봉이나,
공룡의 등뼈 정도로.. ㅎㅎ
어쩌면,
저 많은 봉우리도,
여길 찾는 사람들의 이름보다는,
그냥 산꾼들이라 생각하면 지내는 지도...
공룡능선은,
수많은 암봉을 지나지만,
정상을 오르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즉,
두 바로 걸을 수 있는 곳은 오르지만,
암벽을 타고 올라,
봉우리의 정상을 가지 낳는다는 것...
그래서,
고소공포증이 심한,
나 같은 겁쟁이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이 가능하고...
천불동 계곡은,
어느샌가 검은 먹구름이 밀려들고...
그래도,
산 아래까지 구름이 끼지 않고,
정삼 부근에만 머물러서 다행이었고...
어째튼,
구름 아래 펼쳐진 외설악을 바라보면서,
공룡능선의 힘든 구간도 힘내서 지나갑니다.
등산로는,
바위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데...
주변의 풍경은,
계속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아마도,
내 기억력이 부족하여,
같은 풍경을 바라보면서,
새롭다고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사람의 기억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기에,
비슷한 물건을 보면,
동일하게 느낀다고 하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이 봉우리도,
한참 전에 본 듯한 느낌이...
절대,
볼 수가 없었지만,
암봉과 구름이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멋진 모습이라 그랬는지도... ㅎㅎ
바위 구간을 지나면,
어김없이 단풍이 반겨주었고...
힘들어도,
힘들다는 표현을 할 수가 없는 것이,
이런 모습이 5Km 이상 계속됨으로 인해,
그냥 감탄만 하다가 힘든 줄 몰랐고...
암튼,
화려한 단풍은 아니지만,
보기 좋은 단풍을 즐기며 산행을...
공룡능선을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
동해안을 바라보니 울산바위가 반겨주고...
지금까지는,
천불동 계곡의 기암 구간을 지나왔고,
지금부터는 외설악 중에서,
비선대가 있는 설악골 방향을 걸어갑니다.
천불동은,
바위가 많은 구간이었지만,
여기는 바위와 더불어 동해 바다까지...
구름은,
잠시 한눈판 사이에,
다시 산을 감싸고 있고...
맑은 하늘도 좋지만,
구름과 함께하는 암봉도,
새로운 모습이라서 나쁘지는 않았네요.
어째튼,
시시각각 변하는 공룡을,
부산에서 오신 산객과 더불어,
한참을 걸었습니다.
봉우리 이름이,
1275봉이라 하는 곳입니다.
정상까지도 갈 수 있지만,
보통 사람은 정상 아래까지만...
왜냐하면,
일반 등산로도 거의 수직으로 되어 있는데,
암벽을 오르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참고로,
일반 등산로는 우측 바위가 아니라,
좌측에 조그만 개미들이 기어오르는 구간입니다.
이렇게 험난한 곳을,
내가 세 번이나 올랐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네요.
더 중요한 사실은,
기회가 된다면,
여길 다시 오고 싶다는 것이고...
암튼,
조금 힘들지만,
촛대바위인지 미사일 바위인지를 지나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고... ㅎㅎ
아마도,
1275봉은 수줍음이 많아서,
자욱한 안개를 휘감고 있나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안개를 휘감고 있는지...
암튼,
안개에 둘러싸인,
1275봉을 힘들게 올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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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공룡을 지나고,
오세암과 백담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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