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장충단 공원』(작사 최치수, 작곡 배상태)은 1967년
8월 발표한 곡으로 "돌아가는 삼각지"와 함께 큰 인기를 얻은
「배호」의 출세작입니다.
이 곡은 그가 남긴 노래 가운데, 누구나 그를 연상할 만큼
「배 호」의 저음으로 잘 알려진 그의 히트곡 입니다.
그가 무대에 서서 흐느끼듯, 그리고 폐부(肺腑)를 쥐어 짜듯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듣는 사람들은 그 노래의 박진감에 눌려
숨소리마저 죽일 정도였습니다.
당시 거리에 나가면 누구나 호기심과 선망(羨望)의 눈길로
「배 호」 를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하며, 인기가 오르자 돈이 따른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전셋집으로 이사하던 날 「배 호」 의
어머니는 자꾸만 눈물을 감췄습니다.
그러나, 「배 호」 의 건강을 더욱 악화(惡化)시킨 것은 '신장병'
이었습니다. 귀족(貴族)에게나 어울릴 '절대 안정과 휴식이
필요한 병(病)' 이었지만 「배 호」 는 여전히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작곡가 '배상태'가 '청량리 위생병원'의 '신장병' 전문의 독일인
의사에게 「배 호」 의 건강을 부탁했습니다. 덕분에 4개월 간의
입원으로 몸이 많이 좋아진 뒤, 새로 녹음한 노래는 바로
『안개 낀 장충단 공원』이었습니다.
'허스키'한 저음에 고음으로 올라 가면서 여린 듯 뒤집어지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 호」 의 마성(魔性)에 듣는 이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안개와 같은 신비로움을 주는 「배 호」 의 이 노래는
큰 사랑을 받습니다.
'가수 최희준'은 「배 호」 를 두고 “타고난 가창력은 두려울 정도
였다. 그가 죽지 않았더라면 '남 진'과 '나훈아'의 라이벌 시대도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술회했다고 할 정도로 넓고 넓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죽었을 때는 하얀 소복(素服)을 한 여인들이 수백 미터 줄지어
따라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장충단 공원"에서는 「배 호」 를 기념하는 "배호 가요제"가 여러
차례 열리기도 했는데, 세월이 흘러 세대가 바뀌면서 그의 노래도
점차 잊혀져 가는 듯합니다.
<인천 아이러브색소폰클럽 대표 윤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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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낙엽송 고목을 말없이 쓸어 안고
울고 만 있을까
지난날 이 자리에 새긴 그 이름
뚜렷이 남은 이 글씨
다시 한번 어루만지며
돌아서는 장충단 공원
비탈길 산길을 따라 거닐던 산기슭에
수많은 사연에 가슴을 움켜쥐고
울고 만 있을까
가버린 그 사람이 남긴 발자취
낙엽만 쌓여 있는데
외로움을 달래 가면서
떠나가는 장충단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