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방시장 2050년에 5조 달러
세계 한방시장 2050년에 5조 달러
미국∙중국∙일본 3국이 세계 최고기술 확보
미국은 1998년부터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보완대체의학연구센터(NCCAM)를 통해 통증, 암환자 보조치료, 삶의 질 개선 등 다양한 분야의 침구치료 임상효능을 연구 중이다.
침구임상연구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영국 정부는 2009년 요통에 대한 침 치료보험 급여를 인정했으며, 기능성 소화불량, 슬관절염, 통증 및 우울증에 대한 대규모 침치료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독일은 국가 차원에서 만성요통, 관절염, 두통 등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NAFCAM)를 통해 여성질환, 유방암 환자치료를 위한 침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초고령화 사회 진전으로 전통의학 큰 인기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행보다. WHO는 한국, 중국, 일본 등과 함께 동양의학 전반에 걸쳐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제표준화기구(ISO)를 통해 침구경락 기술 분야의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서양의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구미 각국이 이처럼 의료체계가 다른 동양의학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전통의학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 원장 이준승)이 발표한 ‘한의학 기술 및 정책동향’에 따르면 동양의학을 비롯한 세계 전통의학 시장이 아시아, 유럽, 북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연평균 7.4%) 성장하고 있으며, 2006년 2천45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약물을 포함한 전통의약품 시장의 경우 2006년 약900억 달러(약 108조 원)에서 2008년 약 2천억 달러(약 240조 원)로 그 규모가 늘어났으며, 지금과 같은 속도로 시장이 팽창한다면 오는 2050년에는 약 5조 달러(약 6천조 원)에 이를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전통의학 시장이 이처럼 급팽창하고 있는 것은 초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다효능∙저비용 치료방식인 전통의학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성∙난치성 질환이 확산되고 있고 그 대안으로 전통의학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그 원인 중의 하나다.
전통의학 중에서도 한국∙중국∙일본의 동양의학은 진단∙치료에 있어 그 효능을 입증 받고 있다. 동양의학이란 한국의 한의학(韓醫學)과 중국의 중의학(中醫學), 일본의 한방의학(韓方醫學, Kampo medicine)을 말하는데, 이들 동양 3국과 구미 각국은 이 전통의학을 통해 각종 약재를 개발하며 그 시장을 크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중의약 비중 전체 의약품 시장의 6%로 늘어
중국은 중의약(中醫藥)의 현대화∙국제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중의약 사업발전 50년계획’을 발표하고, 각종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2003년 1만2천772종의 약용자원, 1천200여 종의 식물 추출사업을 완료했으며, 이를 통해 약 700여 종의 순수 화합물을 분리해 천연물 치료제를 만들었다.
2005년 현재 중약제품(中藥製品)의 수출총액은 8억3천만 달러로 전체 의약품의 약 6%에 달했으며, 중약 수출품 가운데서도 추출물 수출총액은 2억9천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HO가 직접 의약품 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 한약재(韓藥材)의 경우도 2002년 약 1천억 엔(약 1조원)의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쯔무라제약은 중국 내 천연물 위탁 재배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고품질 한약재와 한약을 개발해 일본 한약재 시장의 70%를 장악했으며, 2005년 매출규모가 848억 엔(약 8천480억 원)에 달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보험용 한약재 146종에 대한 급성, 아급성, 혹은 생식독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임상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후생성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동양의학 연구에 있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1994년 제정된 DSHEA법을 토대로 천연물 산업이 급성장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2000년 이후에는 새로운 등록허가 규정(Botanical drugs Guidance)를 제정해, 새로운 약재에 신 규정을 적용하고 천연물 의약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미국은 1982년 이후 868종의 신약후보물질, 40종의 신약, 209종의 천연물유래 반합성 물질을 승인했으며, 2002년까지 천연물에서 유래한 20종의 항암제를 개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유럽은 세계 최대의 천연물 의약품 시장이다. 전체 소비의 약 53%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독일은 1996년부터 정부와 기업이 공동 지원하는 프로젝트(Natural Product Pool)를 시작했으며, 현재 천연물 성분들과 유도체들을 수집∙확보해 대단위 생리활성 검색을 진행 중이다.
한의학 기술 세계 수준과 1~5년 격차
이처럼 각국 간의 기술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 간의 기술격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 KISTEP은 지금 상황에서 한국을 제외한 중국, 일본, 미국이 천연물 약재관련 최고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약자원 표준화에 있어서는 일본의 쯔무라 제약이, 효능평가에 있어서는 미국의 국제대체의학연구센터(NCCAM)가, 안전성 평가와 산업화 기반에 있어서는 중국의 중의과학원이 최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KISTEP은 반면 한국은 수천년의 한의학 전통과 인프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잠재력의 체계적인 개발이 미흡해 한약자원 표준화, 효능 및 안전성 평가 등에 있어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방치료기술의 과학화를 위한 의학∙약학∙통계학 등과의 연계연구가 부족한데다 기술개발을 위한 기초자료가 부족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그 결과 한의학의 기술 수준은 중국, 일본, 미국 등과 비교해 분야별로 1~5년 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수치로 ▲ 임상시험 방법론의 경우 3년 ▲ 한방치료기술의 유효성∙안전성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은 1년 ▲ 한방 치료기술의 임상진료 지침개발은 3년 ▲ 한방치료기술의 기전연구는 1년 ▲ 한방치료기기 개발은 5년 ▲ 변증설문 개발은 2년 ▲ 변증 표준화는 5년 ▲ 4진 장비 개발은 4년 ▲ 지능형 진단시스템 개발은 4년 ▲ 변증 및 질병∙사인 DB구축 및 정보화는 4년의 격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현재 이 같은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한의약 R&D 중장기계획’을 통해 한의약 분야 R&D에 5천396억 원의 투자계획을 수립했으며, 2006년 세계 시장의 1.6%에 머물고 있는 국내 한방시장 규모를 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