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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2분 전
천덕꾸러기 따개비와 20년 희로애락 (喜怒哀樂)을 함께한 오건용...따개비는 내 인생의 동반자 |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미술여행>이 작가의 회실 시리즈로 ① '화가의 숲'...매일 '숲'을 그리는 화가 '홍일화의 화실을 찿아서'에 이어 ②두번째 시간으로 갯바위 속 작은 세상을 그림과 생활속 소품안에 담아내는 따개비 화가, 오건용의 천덕꾸러기 따개비와 20년 희로애락 (喜怒哀樂)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사진: '조형아트 서울 2024'에서 미술여행 TV와 인터뷰를 하고있는 오건용 작가.
오건용은 1999년 자신의 개인전(3회)을 통해 따개비 작업을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따개비를 중심소재로 다채로운 변주를 이어오고 있다.
기자가 오건용 작가를 만난곳은 '2024년 조형아트 서울'이 열리고 있는 삼성동 코엑스 1츨 B홀 GALLERY ART PLAZA(대표 김삼란)부스에서다.
사진: '2024년 조형아트 서울'이 열리고 있는 삼성동 코엑스 1츨 B홀 GALLERY ART PLAZA(대표 김삼란)부스에서 만난 오건용 작가. 윤장섭 기자 촬영
몸을 지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정착하여 삶의 터전으로 만들곤 하는 따개비는 바닷물이 없는 곳에서는 그 생명력을 보존할 수 없다. 따개비는 적당한 물체를 찿아내면 어느새 그곳에 군락을 이룬다. 그러나 그런 생명력을 갖고 있는 존재들이 바닷가가 아닌 인간들의 삶의 현장이라 할 수 있는 세상 안으로 마법같이 들어왔다. 바로 따개비 작가라 말하는 오건용에 의해서다.
사진: 오건용 작가 인터뷰 영상 캡처
사진: Warter Mark(205×22cm. MixedMedia. 2020.
기자는 생물인 따개비가 바닷가가 아닌 전시장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궁굼해 작가를 만나 작가의 따개비 작품들을 <미술여행 TV>영상에 담고 갯바위 속 작은 세상에서 이동능력을 버리고 갯바위에 붙어 살아가는 따개비의 삶과 오건용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봤다.
사진: '조형아트 서울 2024'에서 미술여행 TV와 인터뷰를 하고있는 오건용 작가.
Q: 따개비 작품이 갖는 의미는?
오건용 작가: 이 작품의 스토리를 설명하려면 먼저 제 어린시절 갯바위에서 놀던 추억으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유년시절에는 아무 생각없이 '게'나 '물고기'를 잡아서 놀고 하면서 시작된 작업들이 어느날 성인이 되어서 작품활동을 하며 생각해보니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재미난 풍경이 가까이서 보면 치열한 삶의 현장에 있는 '살' 풍경이었습니다. 어떤 입장에서 보면 현대 사회를 살고있는 인간들의 하나하나의 군상들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 느낌들을 착안해서 작업으로 하게 됬습니다.
Q: '항해자, 그 삶의 여정'... 목선의 방향키가 갖는 이미는?
오건용 작가: 이 작품은 어느 항해자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요즈음 보기드문 목선의 방향키 입니다. 현재 바닷가를 가 보게 되면 배 뒤의 방향키들이 금속성으로 바뀌고 있는데 80년대 후반 까지만 하더라도 목선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목선이 수명을 다하여 해안가에 정박해 있는 모습을 보고 인간들의 인생의 항해와 그 인생이 종착역에 다다랐을때의 모습을 배의 방향키에 붙어있는 따개비들을 보면서 인간 세상의 희로애락 (喜怒哀樂)을 문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Q: 따개비는 어떤 생물이고 왜? 따개비를 작품 소재로 삼았나
오건용 작가: 따개비는 바닷가에 주로 서식하며 근처 암초, 말뚝, 배 밑 그리고 종종 깊은 바다에 휩쓸려 갔다가 다시 바닷가로 밀려나온 인간문명의 흔적들에 가리지 않고 붙어 서식하는 고착성 갑각류입니다. 이들은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출현하여 현재까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화석종 생물입니다. 하나의 개체로는 약하지만 군집을 이룰 때 더 생존력이 강한 생명체라는 점에서 인간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것에서 착안하였습니다.
갯바위 위에 펼쳐진 따개비들의 세계는 아름다워 보이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간헐적으로 치는 거친 파도와 주간과 야간이 극명히 차이나는 조수, 설상가상 뜨거운 햇살에까지 노출되어 고수온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환경입니다.
그곳을 터전으로 삼아 사는 따개비와 게 그리고 파도와 조수를 따라 들르는 물고기들의 삶과 죽음의 순간을 통해 인간 역시 지구라는 자연환경의 일부로서 서로 유기적인 공생관계에 있음을 이들의 모습에 은유하여 표현하려 하였습니다. 인간 역시 이들처럼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식물, 사람과 물질 등 환경에 어우러지며 살아가야 합니다.
Q: 따개비라는 생명체를 통해 크게는 사회상, 작게는 한 개인의 모습을 투영하고자 하였다. 이유가 있나?
오건용 작가: 저의 작품은 개인과 사회의 군상, 그리고 물질과 생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히고 얽혀 살아가야 하는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였습니다. 따개비는 하나의 개체로는 약하지만 무리를 이룰 때 생존력이 강한 생명체라는 점은 인간과도 유사합니다.
사람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따개비라는 생명체를 통해 크게는 사회상, 작게는 한 개인의 모습을 투영하고자 하였습니다. 또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따개비가 사는 환경을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는 사뭇 다른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볼 수 있습니다.
갯바위는 앞서 설명한 환경적 특이성으로 해양 생물이 살기 힘든 척박한 곳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특유의 강인함으로 군락을 이루고 심지어는 다른 생명체(게, 물고기 말미잘 등)의 은신처나 사냥터까지 되기도 하면서 공생하며 살아갑니다.
따개비는 군락이 작은 소집단의 경우에는 거친 바다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기에 어딘가 풍랑이나 해류에 떠밀리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물체 혹은 동물에 부착해서 제법 큰 군락을 이루어야 생존의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하여 이들의 서식환경은 갯바위 같은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바다 속에 떠다니던 플라스틱이나 철제 깡통 등 인간이 만들고 쓰다가 버린 자연 파괴의 산물일지라도 바닷물이 간간히 넘실거리기만 한다면 이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심지어는 대양을 누비는 바다거북이나 고래, 게까지도 고착 할 조건만 주어지면 이렇게 주변 조건과 공존하며 살아갑니다.
Q: 따개비는 인간에게 어떤 유익을 주나
오건용 작가: 따개비는 서식환경을 독식 파괴하지 않고 주변의 동 • 식물과 함께 살아갑니다. 게와 물고기는 따개비 군락을 은신처 혹은 사냥터로 삼아 살고, 따개비는 이들의 부산물로 생기는 플랑크톤을 먹이 삼는 공생관계 인 것입니다.
제가 작업하고 있는 대다수의 작품들은 이러한 자연의 어우러짐을 보고 인간 역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 식물, 사람과 물질이라는 환경에 어우러지며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적 존재임을 강조하려 하였습니다.
인간도 지구라는 자연 환경의 일원으로써 서로 유기적인 공생관계에 있음을 이들의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표현하려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작품은 개인과 사회의 군상, 그리고 물질과 생명들이 서로가 유기적인 관계로 얽히고 얽혀 살아가야 하는 삶의 모습을 따개비의 모습을 빌어 표현화한 작품들입니다.
사진: 수위표-여정(259.1× 193.9cm,Mixed Media),2021
●갯바위 위에 펼쳐진 작은 세상: '여정'
따개비 화가 오건용
오건용의 고향은 포항의 바닷가 어촌 마을이다. 오건용의 유년시절은 바닷가 어촌 마을의 바다와 갯바위가 놀이의 대상이고 친구였다.
작은 고기나 게를 잡아다 갯바위 웅덩이에 넣어놓고 놀다 해질녘이면 풀어주곤 했다. 성인이 되었어도 작가는 작은 웅덩이에 비친 푸른 하늘과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 비릿한 해초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도심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아무리 코를 벌름거려도 맡을 수 없는 비릿한 해초냄새, 붉게 물들어가던 수평선의 잔상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지만 그 시절의 향수는 아직도 나의 마음이 되고 나의 바다가 되었다.
사진: 여정-방문자, Odyssey-visitor (122×82cm, Mixed Media),2024.
오건용은 10년 전 포항을 떠나 지금의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로 57길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한 것은 어떤 특별함이 있어서는 아니다. 부모님의 건강때문에 정착한 곳이다.
사진: 오건용 작가. 남양주 화도읍 작업실에서 작업중인 작가. 작가 제공
제2의 고향인 남양주 화도읍에서 제2의 화가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 오건용은 자신의 작업에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파도가 넘나드는 갯바위 웅덩이는 그 자체가 작은 우주이고 하나의 세상이다. 어렸을 때 바다와 갯바위가 내 세상이었듯이"....
사람들은 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살아가는 모습도 제 각각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던, 윤택한 환경에서 살던 우리는 같은 모습의 사람이기에 다른 듯 닮은 삶을 살지만 생존을 위한 원론적인 문제는 동일하다.
<미술여행>은 오건용 작가의 대표적인 따개비 작품들이 갖는 주제와 의미를 살펴본다.
◉ 회색고래 – 대양을 항해하는 운명공동체의 삶”
사진:회색고래-항해자(200×95cm. MixedMedia. 2019.
회색고래(귀신고래)의 먹이 습성은 진흙에 파묻힌 패류나 연체동물, 갑각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며, 이와같은 습식 습성으로 인해 회색고래는 두부에 수많은 패각류나 고착성 절지동물인 따개비와 같은 기생동물이 피부에 착상하여 살아가게 된다.
이와 같은 까닭으로 움직일 수 없는 고착생물들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이 고래들과 영원히 동행하는 삶의 항해의 길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대 자연과 같은 거대 생명체와 그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고착성 생물들 간의 공생관계를 통해, 작가는 우리 인간사회의 모습과 유사한 점을 느끼고 이들 둘 간의 상관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려 하였다.
국가라는 운명공동체 속의 작은 구성원 그리고 더 내면으로 파고들어, 인간 자아, 또 작가의 자화상과 같은 모습을 고향바다와 해양생물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였다.
고래와 따개비는 거스를 수 없는 대 자연 속에서 운명을 함께 하는 생명들의 공생관계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자연과 생명, 사회와 인간, 이들의 모습을 통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운명에 얽혀 삶의 항해길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항해자이기도 하다. 거대한 운명에 휩쓸리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배의 방향키로 방향을 정하듯이 스스로의 운명을 부딪치며 능등적으로 나아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 따개비와 회색고래(귀신고래)의 관계
사진: 여정(旅程)-The Planet 1 (84×67cm. MixedMedia. 2019
귀신고래의 습식활동은 진흙속의 플랑크톤과 작은 어패류 등의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행위가 잦다. 이때 고착성 갑각류인 따개비 등의 유생이 피부에 착상하게 되는데 이러한 독특한 습식행위 때문에 귀신고래는 유독 다른 고래에 비해 많은 고착성 생물이 피부에 붙게 되는 것이다.
귀신고래는 이러한 상태로 또다시 동일한 습식활동을 하게 되고 이미 착상한 유생들인 따개비등의 고착생물은, 고래의 먹이활동 과정에서 또 다른 미생물을 더 많이 공급 받게 되어 상호 성장관계인 공생을 이루게 된다.
◉ “여정 –The Planet" : 여행하는 작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운명공동체의 삶을 담은 이야기
사진: 여정(旅程)-The Planet 2 (84×67cm. MixedMedia. 2019
작가의 고향 앞 바다는 가끔 폭풍이 칠 때면 평소 볼 수 없던 다소 신기한 물건들을 접하게 된다. 망망대해에서부터 바닷물에 휩쓸려 떠내려 오기도 하고, 가끔은 큰 파도에 바다가 밑바닥까지 뒤집어지면서 바다 깊숙이 있던 갖가지 물건들이 바닷가로 떠내려 올 때가 간혹 있다.
‘행성’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수십년간 물에 떠다니면서 마침내 어느 해안가에 안착하여 여정을 마친, 오래된 어구를 보고 착안하여 만든 작품이다.
인류는 지구라는 행성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듯, 따개비 등의 고착성 해양생물은 바다에 있는 어구, 배와 같은 일정한 사물이나 고래와 같은 동물의 몸체가 바로 그들의 터전인 행성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한 물체나 동물의 표면에 붙어 수많은 시간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하게 된다. 작가는 그 긴 여정의 종착역인 어느 해안 바닷가에 밀려온 따개비가 붙은 어구를 보고, 이들의 삶의 여정을, 우리 인간의 삶에 비추어 표현하였다.
◉ “항해자, 그 삶의 여정”
사진: 여정-항해자 200 X 25cm.Mix ed midea.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방향키는 항해자의 생각을 반영한다. 우리는 인생의 좌표가 없는 항로에서 불확실성과 그로 인해 벌어지게 될 수많은 일을 겪게 된다.
이 작업은 더 이상 바다로 나아갈 수 없게 된 낡은 목선과 그 배의 운명을 결정했던 어느 항해자, 그리고 그들과 얽혀 운명을 같이 했던 따개비의 흔적을 문학적인 시각으로 해석한 것이다.
"여정" 거스를 수 없는 대 자연 속에서 운명을 함께 하는 생명들의 공생관계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자연과 생명, 사회와 인간, 이들의 모습을 통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운명에 얽혀 삶의 항해길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 “인류가 만든 최고의 문명인 철과 따개비의 공존”
사진: 공존(동화되다)50F, 2010년작
고착성 갑각류인 따개비가 바다 속 물체에 증식하는 모습에 착안한 것으로 해양 생명체들이 인간이 만들어낸 산물에 잠식해가는 모습을 작가의 시각으로 구성 한 것이다. 자연을 재단하려는 인간이 아닌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문명의 상징물인 철 그리고 자연을 의미하는 따개비라는 해설자를 통해 설명하고자 하였다.
철은 인간에게 新문명을 일으킨 중요한 금속이다. 인간의 잣대로는 귀중하고 강한 철은 자연에서는 그저 그 일부에 불과하다. 작가의 작품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류문명의 획기적이었던 금속이 따개비에게는 한낱 삶의 터전이며 자연환경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인류 문명의 상징인 강철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들의 조화를 작가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 “ Water Mark -수위표”
사진: 그림 Warter Mark(162.2×130.3cm,Mixed Media),2021
이 작업의 스토리를 풀어가는 주역인 따개비는 다른 갑각류와는 다르게 석회성분으로 집을 짓고 군집생활을 하며 고착성 생활을 하는 특이점을 지니며 한자리에서 일생을 살아가고 마감하는 갑각류이다. 다른 갑각류와는 달리 석회로 만든 집속에 물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긴 시간 물 밖에서 견딜 수 있는 독특한 생존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생존방식 때문에 물 밖에서 붙고 떨어지는 등의 흔적이 방파제의 외벽과 삼발이, 배(Ship) 등에 그 흔적이 남게 된다. 이것이 수중과 수면의 경계에 띠처럼 형성이 되는데, 이 흔적을 주요 테마로 작품을 진행하려 한다.
아가미 호흡을 해야 하는 따개비는 기본적으로는 수생동물이지만 장시간 물 밖에 노출되는 환경에 터를 잡기도 하는데, 고착되기 이전인 유생과정(zoea-게, 가재, 새우 따위의 갑각류가 공통으로 거치는 발생 과정 중 한 시기의 幼生)에서의 유영생활을 하는데서 비롯된다.
따개비의 유생시절 한번 터를 잡은 이후에는 물체에 붙어 완전한 정착생활을 하게 되기 때문에 수중 얕은 곳에 자리 잡거나 수면의 경계에 붙은 개체들은 수위의 변화에 따라 척박한 환경에 처하기도 한다.
따라서 생존하기 위해 석회 거푸집을 생성하고 그 속에 물을 담아 어느 정도의 긴 시간동안 물 밖에서 견딜 수 있는 생존법을 터득한 생명체가 되었다. 이들의 흔적이 해수면 경계에 띠를 이루어 석화층인 워터마크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지만 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살아가는 모습도 제 각각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던, 윤택한 환경에서 살던 우리는 같은 모습의 사람이기에 다른 듯 닮은 삶을 살지만 생존을 위한 원론적인 문제는 동일하다.
제작하려는 ‘워터마크’라는 작품은 이처럼 제각각의 서식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필사적이었던 따개비 군락의 박리 흔적을 통해 인간 삶의 다양한 모습을 투영하려 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반복은 바닷물과 육지의 경계에서 따개비의 워터마크처럼 남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에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인간사와 유사하며 한편으로는 작가로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도 닮았다.
우리는 같은 환경과 조건에서 태어나지 않기에 시작점도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다. ‘워터마크’라는 작품은 각자의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따개비들의 박리 흔적에 투영시킨 삶의 도전과 실패를 수없이 겪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작품의 명제인 워터마크는 수중과 수면의 경계에서의 따개비가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생과 사의 박리흔적이며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 '공존-치유': 통발, 생명을 거두는 죽음의 덫
사진: 공존-치유,110×91cm, MixedMedia. 2021.
통발의 본래 쓰임새는 생명을 거두는 죽음의 덫이다. 그러나 그 쓰임새가 다한 통발은 더 이상 본연의 목적이 아닌, 새로운 생명의 장이 된다. 생명의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고착성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죽음의 도구인 통발은 어느덧 생명들의 터전이자 그들만의 소우주가 되는 것이다. 죽음의 도구와 공존하는 이러한 자연의 아이러니함에 착안하여 작업하였다.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든 모든 것을 무위로 되돌리는 자연의 무한한 치유력을 표현한 작품이다.
<오건용-해양생명체가 이룬 환각의 풍경>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따개비란 딱딱한 석회질의 껍데기로 덮여 있는 원뿔 모양의 절지동물을 말한다. 흡사 작은 산이 빼곡히 융기되어 있는 풍경을 조감의 시선으로 보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한다. 물속의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하는 산(山)자 모양의 이 따개비는 바닷가 바위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동물이다. 시멘트 선(腺)에서 나오는 분비물로 자신의 몸을 물체에 부착시킨다고 한다.
오건용의 작업은 바로 물체의 피부에 들러붙어 있는 따개비를 다시 보여준다. 얼핏 봐서는 실제 따개비들이 부착된 장면인 듯 하지만 실은 입체로 만들고 회화적 처리를 해서 만든 의사따개비, 수공으로 이루어진 따개비다. 따개비를 지시하는 인공물이자 특정 생명체를 환영적으로 만나게 해주는 매개다. 캔버스 표면이나 사물, 여러 오브제의 피부에 붙어있는 따개비의 더미는 바닷가에서 만나는 흔한 장면을 재연해주고 동시에 현실 속에 또 다른 장소, 환경을 순간적으로 펼쳐 낸다.
오랜 시간의 경과를 거느린 피부의 질감 위로 화석과도 같은 따개비들이 무리지어 부착된 이 같은 작업은 보다 극적인 눈속임, 실감나는 재현술을 보여 주는 한편 현실적이면서도 사뭇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불러낸다.
바닷가가 고향이자 그곳에서 줄곧 살아온 작가는 자기 삶의 반경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따개비를 흥미롭게 보았던 것 같다. 무리지어 자라고 악착같이 붙어서 바닥면과 일체가 되는 존재에서 인간 군상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강인한 생명력과 적응력 등도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따개비가 보여주는 그 회화적이면서도 조각적인 맛, 그리고 오브제와 함께 밀착되어 있는 따개비의 여러 모습 등에서 매력적인 작업의 단서를 발견했다는 생각이다. 바위나 바닷가에 자리한 여러 사물들의 피부를 버섯처럼 기생해서 마냥 증식해나가는 다양한 장면이 작가에게는 무한한 영감을 제공해주고 있다.
따개비 외에도 작가는 다양한 해양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유난해 보인다. 거북이, 자라를 손수 키우고 작은 산호들을 수집하는가 하면 고래 피규어 등도 관심을 갖고 모으고 있다. 작가의 작업실은 작은 자연사박물관, 해양생명연구소를 조금은 연상시킨다.
작가는 그 외에 해안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들, 오브제를 수집하고 이를 응용해서 작업을 한다. 일상의 사물들이 미술의 영역으로 스스럼없이 밀려들어와 미술품과 사물의 구분을 지우면서 발견된 사물의 지닌 매혹적인 형태나 물성을 건져 올리는 전략이다. 그로인해 녹슨 철판과 어업과 관련된 여러 도구들을 가능한 모아 그것과 따개비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바다는 특정한 풍경인 동시에 무수한 생명체를 거느리고 있는 공간이다. 바다가 멈춰있는 해안가는 온갖 생명 있는 것들과 인간이 부려놓은 인공의 사물들이 겸해 있어서 작가는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자기 작업의 소재로, 주제로 삼아 힘껏 껴안고 있다.
우선 사각형의 캔버스 표면을 바위나 철판, 혹은 바닥과도 같은 물성과 색채로 연출되면 그 위에 따개비를 부착하고 다시 회화적 공정을 거쳐 마무리를 한다. 보는 이들은 조감의 시선으로 혹은 정면으로 일어서서 다가오는 따개비 더미를 바라본다. 그것은 실제와 허상 사이에서, 입체와 평면의 경계에서 흔들린다. 회화와 조각, 오브제가 종합해서 환영을 극대화시킨 작업이자 해안가에서 흔히 접하는 특정 장면을, 그 현장성을 생생한 환각으로 안겨주는 작업이기도 하다.
화면은 바위가 되거나 특정 사물의 피부가 되어 버렸다. 바탕 면을 망각시키고 새로운 물질로, 상황으로 돌변하는 이 변신은 미술이 지닌 오랜 환영술의 연장선에 걸쳐있다. 동시에 화면이 그대로 사물 자체로 육박하는 작업으로 평면성을 지우고 입체적인 화면으로의 적극적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표면에서 융기되어 펼쳐지는 입체의 세계는 보는 즐거움을 준다. 나아가 시각적 착시를 부단히 자극하면서 이미지와 실제의 경계에 구멍을 낸다. 더구나 움푹 패인 구멍에 레진으로 연출한 물웅덩이의 효과와 그 안에 잠긴 작은 게의 연출 등은 매우 실감나는 바위의 표면 장치에 해당한다.
자연스레 관자의 시선을 생생하게 현장감 있는 시선으로 위치시키면서 화면에 몰입시킨다. 주어진 화면, 사물이 전시되어 있다는 느낌 보다는 그런 차이를 자아내는 문턱이 순간 사라져버리고 실제 따개비가 있는 바닷가의 어느 공간으로 우리 몸이 밀고 들어와서 보고 있다는 체험을 강렬히 안기는 편이다. 그러기위해서라도 따개비의 입체적인 연출과 표면과의 연결고리가 매끄럽게 연착륙되는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시간에 흐름과 경과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든 실제 사물을 적절하게 취해서 그 위에 보다 잘 가공된 따개비의 부착, 그리고 주변의 회화적인 색채와 붓질의 효과 등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밀려들어가는 감각 말이다. 따개비란 소재의 재현이나 연출이 작업의 의미를 담보해주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조형의 높은 완성도일 것이다. 보다 자연스럽고 적절한 개입으로 어우러진 따개비 풍경!
녹슨 철판이나 원형의 드럼통 뚜껑에 붙어나가거나 굵은 로프에 매달려 기생하는 따개비도 그렇고 사실적으로 묘사된 유물의 피부를 점유해나가는 따개비 등은 결국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인공의 것들을 덮어나가고 지워나가는 자연의 힘을 은유하는 듯도 하다. 그래서 무한한 자연의 시간 속에서 느끼는 유한한 인간의 공허한 시선과 비애의 감정 또한 이 작업에는 무겁게 눌려져있다.
한편 따개비로 대변되는 자연이 보여주는 생명력은 무서운 증식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지우고 자기화하면서 맹렬히 살아나간다.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생명 유지와 번식이라는 절대 절명의 과제를 수행하는 지독하면서도 무척 처연한 장면을 보는 이에게 안긴다. 바닷가에서 오랜 시간 눈여겨 본 것들, 생명체와 사물들과 자연의 이치에 대한, 나아가 인간 삶에 대한 모종의 깨달음이 작가 작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해안가에서 접한 생명체와 일련의 오브제들이 이룬 공존의 풍경에서 연유하는 여러 상념이 현재의 작업에 두루 탑재되고 있다.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오건용(OH GUN YOUNG)은 동국대 미술학과와 수원대 미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를 석사 졸업했다.
개인전 24회(서울, 경기, 수원, 포항, 전주, 김제, Milano Italia)와 기획 및 단체전에 250여회 참여했다.
작품소장처로는 △POMA △포항시립미술관 △국제현대미술관 △아리랑 문학관 △램트갤러리 △충현박물관 △제닉스 스튜디오 외에도 다수에서 소장하고 있다.
2021~19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예비 전속작가제 지원 사업 선정작가, 갤러리 아트플라자 전속작가, 2018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 Spotlight Atist 선정작가인 오건용은 현재 ADAGP(글로벌저작권자보호협회), 한국미술협회, KAMA(우체국시설관리단 Postal Facility Management Agency)에서 활동중이다. 오건용은 한국 미술계가 앞으로 주목할 차세대 대표 예술가이자 미술인이다.
<아래는 오건용 작가의 대표적인 전시이력들이다. >
▶5월의 아름다운 선물전(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24~2022 조형아트서울 PLAS(코엑스, Seoul)
▶2023~2017 SEOUL ART SHOW(코엑스, Seoul)
▶2023 제18회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초대작가(세종문화회관, 서울)
▶2023 한국미술- 과거현재미래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23 POMA 찾아가는 미술관-조각적 태도전(포항시립미술관, 포항)
▶2023 더그랜드 아트페어(신라호텔, Seoul)
▶2022 시그니엘 부산 국제블루아트페어(시그니엘부산호텔, Busan)
▶2022, 2018 아트경주(경주화백컨벤션센터, 경주)
▶2022 대구국제블루아트페어(대구 EXCO, 대구)
▶2023~2021 울산국제아트페어(UECO, 울산)
▶2022, 2019, 2018 BAMA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exco, Busan)
▶2021 IAAS(인천송도컨벤시아, 인천)
▶2021 아트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 광주)
▶2021~2018 ART BUSAN International Art Fair Korea(Bexco, Busan)
▶2021 “스쳐지나가는 것들” 기획전 (포항 시립미술관, 포항)
▶2020 공공미술프로젝트 “장애를 넘어 아름다운 공감”전(소울음아트센터, 안양)
▶2019~2018.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Singapore)
▶2019 HAMPSTEAD Affordable Art Fair(London, England)
▶2018 FAF2018 in Paris-5대륙의 얼굴들 전시(Bastille Design Center Paris, France)
▶2018 Korean Wunder Kammer Milano(Milano MAEC Gallery, Milanomim Italy)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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