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 외 - 김성배
한참 잘 나간다 술밥 먹자는 사람 발에 걸린다 그런데도 늘 허전하다 아침 신문에서 오려낸 시 한 편을 지갑에서 꺼내 읽는다 조금은 위안
기다림
담장 밖 고욤나무 위에서 까치가 운다 앞서 간 아내가 오려나 마음 설레인다 공연히.
노년에
어느 서양 철학자는 노년에 예금통장과 개 한 마리 있으면 상 팔자라고 했다. 나는 둘 다 있다 그래서 살 만한가?
고희
여기까지 오다니 참 대단하다 그 생명력 또한 경이롭고 그동안 노고가 많았어 축배나 들세 나여
100세 시대 나도 100세 당찬 출발을 위해 건배하세 나여!
아주 미세한 갈등
날파리 한 마리가 앞뒤를 넘나들면서 되게 신경을 쓰게 한다 차를 멈출 수도 없어 그대로 참는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볼 일을 보고 다시 차에 오르면서 잠시 갈등을 한다 이놈을 잡아 없애버리자니 부처님께서 노하실 것 같고 밖으로 내보내자니 생판 낯선 곳에 미아로 남겨 둘 것 같고 그냥 함께 가자니 또 귀찮게 굴 것 같고.
나이 쉰
퇴근하여 집에 와 넥타이를 풀면서 요새 사는 재미가 통 없다고 하였더니 누구는 사는 재미 있어 사는지 아느냐고 되레 핀잔을 준다 어부인께서
하기는 이 나이에 무슨 놈의 재미타령 사니 그저 사는 것이지 하루 무사했으면 그만이지 하루 또 저문다
되레 편하다-김성배
염라대왕께 제출할 이력서를 쓰려고 하나 별로 쓸만한 것이 없다. 그대로 갈 수밖에 알아서 하시라고
무심
개미 한 마리 나뭇잎에 실려 떠내려 가더니 이윽고 물살에 휩쓸려 사라지고 없다 사방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맞은 편 노약자석에 여자 참 곱게도 늙었네 자꾸 눈이 가네 벌써 내리네 아쉽네
모르겠다
시인 김남주는 병술생으로 나와 동갑이다 옥고를 치르고나와 몇 년 못 살고 죽었다 그보다 스무 해 이상을 더 살고 있는 나는 더 살고 있으니 좋은가 무엇이 좋단 말인가
외면
비가 억수로 온다 공원 의자에 걸인이 흠뻑 젖은 채 웅크리고 있다 사람들이 그냥 지나간다 나도 그냥 지나간다
그리움
무덤 위에 춘란 한 촉 장모님 혼백이련가 고스란히 옮겨다 분에 담아놓고 눈물 훔치네 아내는 종종.
적적
아내는 몸져 누워있다
나는 심란하여 술을 마신다
------------------------ 김성배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공무원 정년 퇴임 -2011 <문예시대> 시 등단 -서은(문병란)문학회 회원 -시집<새하얀 구절초 한 송이쯤 피지 않으려나> *위 시 편들은 시인의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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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웃다가
수긍하다가
거부하다가
...
지하철에서
그 여자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