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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역마차>의 ost
* 존 포드의 영화 <수색자>의 한장면
[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 ]
존 포드는 영화가 탄생한 해인 1885년 미국 메인주에서 아일랜드 이민의 후예로 태어났습니다. 메인 주립대학을 단 3주간 수학한 후 그만두고, 형의 손에 이끌려 헐리우드에 오게 된 그는 잭 포드란 이름으로 1917년에 그의 첫 작품 <토네이도>를 연출하게 됩니다.
이어 <철마)>, <세 악당> 같은 무성영화 시대의 웨스턴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그는 이 시기부터 야외에서 행해지는 액션 신에 장대한 스펙타클을 집어넣음으로써 초기 웨스턴의 원형인 카우보이 오페라에 시각적 요소를 강화하기 시작합니다.
1930년대는 포드에게 상업적인 성공과 함께 좀더 개인적인 색채가 짙은 영화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1935년 아일랜드 혁명의 무용담을 그린 영화 <정보원/밀고자>로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탔고, 1939년에는 <젊은 링컨>과 <모호크족의 북소리>, 그리고 그의 초기 걸작이자 대표작이 된 <역마차>를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두가지면에서 신기원을 이룬 작품이기도 했다. 즉 서부극의 가장 전형적인 공간으로 모뉴멘트 밸리를 정착시킨 영화라는 점, 그리고 계곡의 광대함과 사회적 의미를 지닌 역마차의 동작을 대조하며 시각 요소의 대립을 통한 감각적이고 통제된 카메라워크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러하죠.
존 포드 감독은 1940년 <분노의 포도>, 1941년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로 연속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완숙한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전쟁 다큐멘터리들을 만들며 잠시 헐리우드와 멀어지는 듯했던 포드 감독은 이전 영화보다 더욱 서정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해졌습니다.
* 영화 <분노의 포도>의 한장면
공동체와 영웅의 긍정적인 측면에 관심을 기울인 유토피아 서부극, <황야의 결투>(1946)와 개인보다는 기병대라는 집단적인 영웅을 만들어낸 서부극과 전쟁영화의 혼합장르인 기병대 삼부작 <아파치 요새>(48), <노란 리본>(49), <리오 그란데>(50)을 만들며 서부영화에 대한 그의 여전한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50년대로 넘어오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던 존 포드 감독은 1956년 그의 진정한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 <수색자>와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를 발표합니다. 이 영화들은 서부와 사라져가는 영웅, 서부극에 대한 고별사와도 같은 작품으로, 영화가 과거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바로 그 과정에 주목합니다.
그는 평생 100편이 넘는 영화를 감독했고, <분노의 포도>와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나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진지한 영화들로 인하여 아카데미상을 6번이나 수상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화여정 중 서부극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포드의 영화인생을 따라가는 것은 바로 서부극 역사를 더듬는 길입니다. 어떤 감독도 존 포드처럼 일관된 스타일과 감수성, 본능적인 이해력을 지니고 서부극을 대한 적은 없었습니다. 서부극은 존 포드보다 더 오래 존재하고 있지만 영원히 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 영화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의 한장면
< 반골 기질 그리고 웨스턴에 대한 사랑 >
“나는 존 포드요. 웨스턴을 만듭니다. 미국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방에서 세실 B. 드밀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는지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세실 B. 드밀을 바라보며) 그러나 나는 당신이 싫소. 오늘밤 여기서 당신이 말한 것도 싫소.”
이는 50년대 미국에서 매카시즘(극우적인 상원의원 매카시가 선봉이 되어 벌인 용공분자 색출운동)이 크게 벌어져 한창 불어 닥칠 때 감독협회에서 존 포드가 행한 연설의 일부입니다. 할리우드에서 매카시즘을 주도한 인물이 명감독이었던 세실 B. 드밀(십계,삼손과 데릴라 감독)이었습니다.
* 영화 <수색자>의 한장면
드밀과 그의 추종자들은 무려 4시간에 걸친 연설을 하며 매카시즘 전파의 선봉에 섰습니다. 드밀은 협회의 모든 감독들은 ‘충성맹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분위기를 압도했습니다. 이때 드밀에게 정면으로 반박한 인물이 바로 존 포드였습니다.
연설에는 존 포드의 두 가지 특성이 드러나 있습니다. 우선 반골기질 혹은 아웃사이더로서의 비판적인 태도입니다. 매카시즘이라는 일방적 애국주의에 많은 감독들과 영화인들이 주눅이 들어 있을 때, 포드의 용기는 팽팽한 긴장의 얼음판을 깨버렸습니다. 그의 발언 이후 분위기가 역전된 것은 물론입니다.
두 번째는 웨스턴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그는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네 번이나 받았지만, 한 번도 웨스턴 덕분에 수상한 적은 없습니다. <분노의 포도>(1940) 같은 드라마에 비해 웨스턴은 저급한 장르로 치부될 때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웨스턴을 만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장르에 대한 그의 일종의 반골 기질이기도 합니다.
< 가부장적 마초 기질 >
존 포드 감독은 또한 매우 가부장적 마초기질의 인물이었습니다. 그 앞에서는 헐리우드 스타시스템 최강의 배우들도 함부로 나내거나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항변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영화를 제작할 때나 그 이후나 항상 자신이 보스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 권한을 즐겼습니다.
그의 가부장적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는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시는 매카시즘 선풍이 불어 닥쳤을 때였습니다. 그는 이른바 매카시즘 열기에 사로잡힌 미국의 영화제작 한복판에서 자신의 스텝들 중 '의회반미활동위원회'가 영화제작자들을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 불러놓고 만들도록 한 '블랙리스트'에 속한 스텝들을 영화제작에서 배제하고 고발하라는 요청을 꿋꿋이 거절했습니다.
그가 단지 거절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존 포드 감독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개소리들 하지마!"
존 포드 감독은 가부장적인 마초였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가부장이었던 셈입니다.
* 영화 <역마차>의 한장면
아래 내용은 책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중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전후 미국은 매카시즘이라는 ‘빨갱이 색출 광풍’에 휩싸이게 되는데 월트 디즈니는 자발적으로 여기에 동참했습니다. 1947년 11월 ‘의회반미활동위원회’가 연예산업에 대한 일련의 재조사에 착수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위원회에 불려가 당대의 가장 유명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공산당인가? 아니면 한때 공산당원이었던 적이 있는가?” 1947년 11월 24일과 25일에 걸쳐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영화제작자협회 회의에서는 좌파적 성향이 짙은 것으로 평가되던 영화인 10명(이른바 ‘할리우드 10’)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이들을 영구히 추방한다는 내용의 악명 높은 ‘월도프 선언’이 채택되었습니다.
미국이 매카시즘 광풍에 휩싸였을 당시 동료 영화인들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던 미국노동총연맹 영화배우협회의 회장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가장 먼저 월도프 선언을 지지한다고 선언했고, 그 뒤를 로버트 테일러, 로버트 몽고메리, 조지 머피, 게리 쿠퍼, 잭 워너, 루이스 마이어 등이 따랐습니다.
월트 디즈니 역시 이들과 함께 우익세력의 선봉에 섰으며, 미키 마우스의 정신적 모델이었던 찰리 채플린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인들과 눈에 가시 같던 직원들 - 그 중에 데이비드 힐버먼(David Hilberman) 등은 디즈니에서 <백설공주>와 <밤비>를 함께 만들었던 동료였다 - 에게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여 내쫓았습니다.
매카시즘의 광기에 휘말린 몇몇 영화인들은 결국 자살하거나 심지어 수감되는 등 생계수단을 잃고 엄청난 고초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 대표작 소개 ]
< 역마차 >
* <역마차>에서 모뉴먼트 밸리의 익스트림 롱쇼트(극단적으로 멀리서 찍는 씬)
존 포드 감독의 <역마차>는 영화의 차원을 넘어 미국의 역사가 돼 버린 걸작입니다. 존 웨인이란 서부극의 영웅을 탄생시킨 영화이기도 하죠.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 서부 개척기의 역마차는 광활한 사막 사이의 도시들을 이어주는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이었습니다.
로즈버그란 도시를 향해 떠나는 역마차에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올라 탑니다.동부에서 군인인 남편을 찾아 온 정숙한 부인 벅(앤디 더바인), 인간적이지만 알콜중독으로 의사면허를 뺐긴 닥 분(토마스 미첼),마을 여자들이 쫓아 낸 창녀 달라스(클레어 트레버), 술 외판을 하는 착한 전도사 피콕(도널드 믹),고객의 돈을 횡령해 도망칠려는 은행가 게이트우드(버튼 처칠),벅에게 끌려 올라타게 된 사기도박꾼 햇필드(존 캐러다인)를 태우고 보안관 컬리와 마부는 로즈버그를 향해 출발합니다.
가는 도중 총소리가 들리고 길을 막아서는 건 살인죄로 복역 중이었으나 탈옥한 죄수 링고 키드(존 웨인) ! 사실 링고 키드는 악당이 아닙니다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복역중이었는데 아버지와 동생을 죽인 플러머 일당에게 복수하기 위해 탈옥한 것입니다. 링고의 억울함을 잘 아는 컬리 보안관은 링고의 총을 뺐고 역마차에 함께 태웁니다.
좁은 역마차 속에서 말솜씨 좋고 멋쟁이인 도박꾼 햇필드가 남편을 찾아 가는 벅에게 신사도를 보이지만 아무도 창녀인 달라스에겐 친절을 베풀지 않습니다. 이 때 링고 키드만은 아는지 모르는지 달라스에게 친절을 베풀고 숙녀 대접을 합니다. 달라스는 링고의 배려가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그에게 끌립니다.
이 영화는 서부극의 전형이지만 아주 풍부한 상징을 담고 있고 각각의 캐릭터가 엮어내는 드라마가 일품인 걸작입니다. 역마차는 마치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각 인물들이 미국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엮이면서 발산되는 반목과 갈등이 재미있습니다. 결국엔 화합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쪽으로 결론이 납니다만 미국이란 짧은 역사의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고 어디로 나아갈지를 보여준 한 편의 서사시라 할 수 있습니다.
링고란 인물은 독특한 캐릭터죠. 이 사람은 단순한 듯 하지만 용기있고 편견이 없는 사람입니다. 영화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은 창녀라서 꺼리는 달라스에게 아무런 편견없이 대하고 청혼까지 합니다. 체면이나 과거에 억매이기 보다는 실질과 미래를 지향하는 미국인의 전형 같은 인물입니다.
존 포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미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바로 미국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지금 보아도 장쾌한 액션과 함께 풍부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영화 <역마차>였습니다.
< 황야의 결투 >
이토록 아름답고 낭만적인 서부극이 또 있을까요. 같은 내용을 영화화한 <OK 목장의 결투>가 남성적이라면, <황야의 결투>는 서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황야의 결투>의 시간적 배경은 짧습니다. 겨우 며칠 간의 이야기입니다. 툼스톤에 도착하는 날 와이어트는 보안관이 됩니다. 둘째 날 와이어트는 닥(홀리데이)과 만납니다. 셋째 날 클레멘타인이 툼스톤에 옵니다. 그러나 닥은 클레멘타인에게 동부로 돌아가라고 말합니다. 넷째 날 와이어트는 닥을 범인으로 오인합니다.
그러나 클랜튼 일가의 짓임이 밝혀집니다. 와이어트의 동생 버질과 치와와가 클랜튼 일가의 총에 맞아 죽고 맙니다. 다섯째 날 OK 목장의 결투가 벌어집니다. 서부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결투가. 영화는 오랜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짧고 굵은’ 며칠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잊지 못할 몇 장면이 있습니다. 와이어트와 닥이 처음 만나서 마주 앉습니다. 닥은 툼스톤의 지배자답게 거칠게 대합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았을 때, 와이어트 뒤에서는 담배 연기가 뿌옇게 흘러나옵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화면 전체에 어두움과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처음 만난 와이어트와 닥은 신경전을 주고받습니다. 바로 이 장면에 담배연기가 날립니다.그렇지만 유랑 배우가 들어오면서 술집은 유쾌한 분위기를 되찾습니다.분위기를 잡아주던 담배연기도 사라져버렸지요.
와이어트와 클레멘타인이 팔짱을 끼고 교회로 향하는 장면도 아름답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옵니다. 클레멘타인의 스카프와 리본이 바람에 하늘하늘 날립니다. 맑은 하늘에는 구름 몇 점만이 있을 뿐입니다. 멀리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낭만이 함께 실립니다. 담배연기와 바람이 영화에 분위기와 낭만을 불어넣습니다.
'OK 목장의 결투'가 시작되는 것도 와이어트와 클랜튼 일가 사이에 마차가 지나가면서부터입니다. 합승마차가 지나가면서 길에는 먼지가 뿌옇게 날립니다. 총격전이 벌어지고 클랜튼 아들 하나가 와이어트의 총에 맞습니다. 이렇게 먼지와 바람을 이용하는 걸 보면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구로사와 역시 존 포드의 영화를 좋아했으니까요.
클레멘타인을 멀리서 바라보던 와이어트는 바텐더에게 묻습니다. “사랑해본 적 있어요?” “평생 바텐더로 살았는 걸요?” 서부의 총잡이답지 않은 낭만적인 질문과 바텐더다운 쿨한 대답입니다. 이런 대사들이 영화를 아름답게 만듭니다. 다가가지 못할 사랑을 마음 속에 품은 와이어트의 심정을 통해서.
< 리버티 발란스를 쏜 사나이 >
* 존 웨인,리 마빈
존 포드 감독의 말년 작품인 이 영화는 평화로웠던 서부의 종말을 예고하는 서부극입니다.
그동안 존 포드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모뉴먼트 밸리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한정된 스튜디오 세트 공간에서만 촬영한 이 영화에서는 드넓은 황야를 달리던 카우보이의 존재는 사라지고 대신 20세기 서부의 주역으로 법에 능통한 변호사가 등장합니다.
존 웨인이 연기하는 카우보이 톰 도니폰은 드러나지 않게 마을을 지켜줍니다. 그는 마을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법자 리버티 발란스(리 마빈) 일당을 상대해 싸우는 정의로운 카우보이였으나 마을을 개혁하러온 변호사 랜섬 스토다드(제임스 스튜어트)의 존재에 의해 뒷전으로 물러납니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는 스토다드가 리버티 밸런스의 폭력에 맞서 싸우며 그를 죽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밸런스에게 총을 쏜 자는 바로 도니폰이었습니다.
* 제임스 스츄어드
그는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무법자를 제거한 마을의 영웅이지만 모든 영광은 스토다드에게로 돌아가고 도니폰은 사랑하는 여자 할리(베라 마일즈)마저도 빼앗긴 채 알코올 중독자로 숨을 거둡니다.
1963년 5월 25일 종로 3가에 있던 단관 단성사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진실과 정의에 대한 미국의 근대사를 그리고 있습니다.
* 영화 <역마차>의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