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밀레
Jean-Francois Millet, 프랑스, 1814-1875
씨 뿌리는 사람
The Sower, 보스턴 ,보스턴 미술관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밀레의 걸작 <씨 뿌리는 사람을 감상해보자. 순박한 농민의 삶과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주로 그린 밀레는 우아할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는 시골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단다. 농사일의 영원성과 농민에 대한 동정심을 고취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생명의 원천인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고귀한 인간의 모습을 진솔하게 묘사한 작품들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종교적인 믿음의 표현이었던 듯하구나 농민의 삶을 자연스럽게 옮긴 화가,사람이 중심인 풍경을 그린 화가 밀레는 오일, 크레용, 파스텔을 이용한 풍경화가로 출발하였다. 1849년 파리에 창궐한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파리 외곽의 바르비종 지방으로 이주한 후부터 농촌생활을 주제로 한 작품에 몰두하게 되었다.
1830~1840년 사이 파리 교외의 퐁텐블로 숲 부근의 바르비종 마을에 모여 자연주의적 자세로 자연의 신비적 감정을 묘사한 사실주의 화가들을 바르비종파로 불렀다. 물론 밀레는 코로, 도비니, 쿠르베 등과 같이 활동한 대표적 바르비종파 화가였단다.
석양이 물든 밀레의 들판으로 가보자. 한 농부가 비탈진 들판을 내려오고 있구나. 강건한 체격의 농부는 밭에 힘차게 씨앗을 뿌리는 중이란다. 언뜻 보기에도 척박한 땅 위에 씨를 뿌리고 있는 가난한 농부는 그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서인지 과묵해 보이는구나. 그 모습에는 강인한 의지와 비장함마저 보이는 듯하다.
밀레는 씨앗을 뿌리고 거두는 것을 영원한 자연의 순환인 동시에 어느 종교보다도 숭고하다 믿었지.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밀레에게는 한없이 고귀해 보였던 거야. 보잘것없는 한 농부가 이렇게 영웅적 분위기로 당당하게 그려진 일은 여태껏 없었지. 게다가 장엄한 느낌까지 주는데, 밀레는 인물을 그릴 때 디테일을 묘사하지 않았거든.
사람의 팔다리의 큰 동작이 주로 보일 뿐, 얼굴이나 옷의 촉감 등 아카데미 화가들이 몰두했던 것들이 밀레의 작품에는 없단다. 덕분에 밀레의 인물들은 하나의 큰 덩어리처럼 육중하힘 있는 대상이 되었지.
농부가 선 화면의 아랫부분은 어둡게, 상단 부분은 멀리 빛을 그렸구나. 대지의 어둠과 농부는 완전히 하나인데, 아무래도 땅과 농부의 삶은 하나라는 뜻이 아니겠느냐? 더욱이 높은 지평선으로 화면의 3분의 2를 차지한 대지가 화면을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며 동시에 땅과 밀착된 농민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
농부의 모습이 역광의 구도로 그려진 탓에, 고된 노동 뒤에 찾아올 수확의 기쁨이 멀리 빛처럼 보이는구나. 강인함과 부드러움, 밝음과 어두움이 한곳에서 조화된 이 대지 위에는 노동의 숭고함과 확고한 종교적 진지함이 함께 있단다. 이 때문에 오랜 세월을 두고 밀레의 농부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단다.
밀레의 자연주의적 사상과 농촌에 대한 애착에 반 고흐는 큰 감명을 받고 그를 존경했단다. 그래서 1890년 밀레에 대한 오마주로 자신의 씨 뿌리는 사람>을 제작하기도 했지. 밀레가 펼치는 대지의 숭고함과 농부의 강인함이 전해지느냐?
이삭 줍는 사람들
The Geaners, 파리 오르세 미술관
밀레를 만나보러 또 다른 들녘으로 가보자 씨 뿌리는 사람>, <만종)과 함께 밀레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이삭 줍는 사람들>을 볼 거야. 밀레가 활동하던 시절은 미술사적으로는 전통주의에서 모더니즘으로 전환되던 시기있단다.
프랑스는 아직도 혁명의 후유증으로 정치적·사회적 몸살을 앓고 있었지. 오랜 전통을 이어오던 강력한 왕권이 시민혁명의 성공으로 약해지고 일반 대중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던 시기였지. 밀레는 이 무렵 하층민인 농민들의 꿋꿋한 삶을 영웅적으로 묘사하고 때로는 종교적인 숭고한 분위기로까지 심화시켰다.
밀레의 그림이 살롱에 출품됐을 때 비평가들은 한편에서 혁명적이라 칭찬했지만 다른 한편에선 비판도 있었단다. 하층 시민을 선동하는 사회주의자라는 비난이었지. 실제로 사회주의자들은 밀레의 그림에서 정치적인 모습을 발견하며 칭송했지. 그러나 정작 밀레는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인도주의적 인간미가 넘치는 예술이다"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는구나. 농
민 자체를 주인공으로 하는 혁신적인 작품을 통해 노동과 땅의 가치를 높이려는 밀레가 포착한 삶의 가치가 빛나는 작품을 계속한 것이다.
그림을 감상해보자. 수평선까지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반과 장대한 하늘아래 저물어가는 노을이 아름다운 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박 추수가 끝난 듯 저 멀리 쌓아놓은 몇 무더기의 노가리들이 풍년의 결실을 거두어들인 풍요로운 농촌의 모습을 뽐내는 듯 보인다. 말을 탄 지주들도 보인다. 그러나 그림의 제목은 <이삭 줍는 사람들>이다.
이삭은 추수가 끝난 후 밭에 흩어져 남아 있는 곡식을 말한다. 추수가 끝나면 지주들은 밭에 떨어진 이삭을 가난한 사람들이 주가는 것을 허락했단다.
밀레는 이 곡식들을 줍고 있는 3명의 아낙들을 묘사하여 곤궁에 처한 당시 농민들의 가난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난에 쪼들리지만 삶에 대한 희망과 신념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종교적 분위기로 승화시킨 듯 구부린 아낙들의 어깨와 등에 따듯한 빛이 쏟아져내리고 있구나.
*할아버지가 꼭 보여주고 싶은 서양 명화 101 중